AM 11:40
책 읽는 택시?

 ‘책 읽는 택시’가 생겼다. 지난 20일(금) 본교의 김대근 총장, EBS 곽덕훈 사장, 송파구청 박춘희 청장이 참석한 가운데, 파이낸스 센터에서‘책 읽는 택시 출범 기자 초청 간담회’가 열렸다. 이날 일간지 기자 등 언론사들이 열 띤 취재의 열기를 보였다. 본교가 참여한‘책 읽는 택시’는 시민들이 택시 안에서 라디오를 통해 책의 내용을 들을 수 있는 것이다. 사업에 참여한 삼 광교통 소속 총 50대의 택시는 라디오 주파수를 EBS에 맞춰 놓고, 도서 낭 독 프로그램을 청취하면서 승객과 책에 관한 이야기를 나눈다. 독서명문대 학을 표방하는 본교와 지난해부터‘책 읽어 주는 라디오’를 진행하고 있는 EBS,‘ 책, 함께읽자’캠페인을진행중인송파구청이함께뜻을모은결과 다. 본교는 인문학 강좌를 운전기사들에게 제공하는 등 소양 교육을 책임지 는 역할을 맡았다. 김대근 총장은 간담회에서“매 시간 이동해야 하는 업무 환경상, 책을 읽기 어려운 택시 기사들에게 EBS FM이 유용한 독서법이 될 것이다.”라며“책 속의 좋은 글귀 하나를 승객과 나누는 것이 일상생활 속에 서 독서문화를 만드는 계기가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간담회는 기자들과 의 간단한 오찬 후 끝이 났다.

PM 12:50
책과 더 가까워지는 문화

파이낸스 센터 앞에 기자들의 시승을 위해 3대의‘책 읽어주는 택시’가 서 있었다. EBS 곽 사장과 기자단 몇몇이 택시를 타기로 하고, 서울 시청 태 평로 일대를 시승하면서‘책 읽어 주는 택시’를 체험했다. 시승 후 곽 사장 은“책 읽는 문화를‘택시’라는 운송 수단과 결합해, 시민들이 이동하는 시 간 동안 책을 접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PM 2:00
책으로 승객들과 소통하다

 직접 ‘책 읽는 택시’를 운행하게 된 택시기사 김성환 씨(46)는 기대가 크 다. 올해로 18년째 택시 운전을 하고 있는 그는“처음 운전을 시작했을 땐 열악한 환경이었는데, 오래 운전을 하다 보니 이런 세상도 오는구나 싶어 감동을 받았다”고말했다“. 한나절을 운전석에 앉아 시내를 돌아다니는 일은 힘들지만, 책이라는 공통 소재로 승객들과 얘기할 수 있는 점이 좋다.”며 책읽는 택시의 장점을 꼽았다. 그는 이어 "회사가 '책 읽는 택시'를 도입하는 데도 발 벗고 나섰는데, 매우 뿌듯하다. 앞으로 '책 읽는 택시'를 승객들과 동 료 기사들에게 열심히 선전할 생각"이라며 들뜬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물론 처음부터 기사들의 반응이 호의적인 것은 아니었다. 양기병 삼광교 통 대표는“회사에서‘책 읽어 주는 택시’에 동참한다는 결정이 올해 5월에 났다. 하지만 직원들 반응이 너무 회의적이어서 도중에 그만둘까 생각도 했 었다.”며 사업 운영이 처음부터 순조롭진 않았다는 사실을 밝혔다. 그는“오 전과 오후로 나누어 교대로 영업을 하는데, 영업 시간이 길다 보니 기사가 쉽게 피로감을 느낀다. 근무 시간 외에도 독서 활동을 하거나, 인문학 강의 를 듣는 것이 기사들에게 부담스러울 것 같았다.”며 고민의 이유를 밝혔다.  그러나 변화가 생겼다. 삼광교통 사옥 기사 휴게실 옆에 기사들을 위한 독서공간이생기면서부터다‘. Book cafe’로불리는이휴게실은기사들이 틈틈이 들려 라디오 방송 도서를 읽을 수 있다. 양 대표는“휴게실이 기사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았다. 사업에 회의적이었던 생각이 바뀐 계기였다.”며 향후에 더 많은 도서를 비치할 계획도 밝혔다.

PM 3:00
‘무진기행’을 건넨 백발의 기사

 삼광교통 사옥 앞에서‘책 읽어 주는 택시’발대식이 열렸다. 해당 택시에 는 책과 택시가 그려진 로고가 부착됐고, 기사들을 위한 유니폼이 특별히 제공됐다. 50명이 넘는 기사가 참여한 가운데, 발대식장 맨 뒤에서 조용히 책을 읽고 있는 기사 분이 눈에 띄었다. 가까이 가서 어떤 책을 읽는지 확인 했더니 기사가 김승옥 작가의‘무진기행’을 건넸다. 백발의 기사 이종석 씨 (49)는“이번‘책 읽어 주는 택시’에 동참하게 돼 기쁘다.”며 탑승 요구에 흔 쾌히 응해 줬다.

PM 3:10
책 읽어 주는 택시를 직접 타다

 본교 로고가 붙어져 있는 택시에 오르자 104.5MHz에 주파수가 맞춰진라 디오에서 소리가 흘러 나왔다. 때마침 진 웹스터 작가의 소설‘키다리 아저 씨’가 나오고 있었다. 기사는“지금이소설은 지난번에 이어 방송되는 중이 라, 이 방송만 듣고는 줄거리를 파악하기 힘들 거예요.”라며, 간략히 줄거리 를 소개해 줬다. 그는“요새 택시를 타는 승객들 중 젊은 사람들은 대부분 도착지까지 스마트폰만 봐서 안타까워요. 독서라는 게 책을 읽는 과정보다 읽 고 난 후 생각하는 과정에 비중이 있는데, 애초에 읽을 환경도 적절치 않고 읽을 마음도 없는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취재중 알게 된 사실은 이 씨가 국어국문학을 전공했고,‘ 고양시 작가회의’에 등단해 이미‘청계천 비둘 기’‘, 길거리표햄버거’등네편의시를출품한시인이란사실이었다. 그런 이유에선지 그는 독서에 대해 애착을 가지고 설명했다.

PM 3:30
“택시 기사를 벗어날 수 없을 것 같아요”

 이 씨는‘책 읽어 주는 택시’가 좋은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설 명했다. 택시 기사라는 특성상 생각할 시간이 많기 때문이다. 그는 책을 가 지고 다니면서 읽었던 적도 있는데, 하루에 한 권씩 읽었던 적도 있다. 횡단 보도에 정차해 있을 때, 책을 보고 잠깐 갓길에 세워 놓고 독서를 하기도 했 다“. ‘책읽는택시’가앞으로계속된다면, 14년째해온택시기사를벗어날 수 없을 것 같아요. 읽어야 했던 책들을 이제는 근무중 계속 들을 수 있잖아 요. 물론 직접 경험을 하면 좋겠지만, 한정된 시간 안에서 경험하지 못하는 것들은 독서를 통해서 해소할 수 있어요.”그는 환한 미소를 지었다.
 그는 본교에서 주최한 인문학 강좌도 두 번이나 수강한 바가 있다. 지난 9 월 12일(수) 회사 사옥에 신상훈 교수가 직접 방문해 강의를 한 것에 대해서 는“택시기사에게대학교양강좌를강의하는것이상당히새로웠어요‘. 책 읽어 주는 택시’의 협력 대학인 숭실대가 삭막한 근무 조건에서 일하는 기사들에게 희망을 주는 새로운 시도였어요. 앞으로도 계속 정기적으로 열렸 으면 싶어요.”라고 소감을 전했다.

PM 4:10
도심 속을 달리는 도서관

이씨와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금세 본교 정문 앞에 도착했다.‘ 책읽어 주는 택시’가 앞으로 어떤 점들을 보완해 나갔으면 좋겠냐는 마지막 질문 에도친절한답변이돌아왔다“. 택시 특성상 승객이 오래 탑승하더라도 40분을 넘기기 어려워요. 그리고 라디오에서 이야기가 시작하는 시점도 승객이 탈 때와 다를 경우가 다반사이기 때문에 집에 가는 길에도 들을 수 있도 록 새로운 방식을 고안했으면 해요.”라고 말했다. 하차하는 순간에도 그는 이효석 작가의 작품을 꼭 읽어 보라며 독서를 권했다. 앞으로 50대의‘책 읽어 주는 택시’는 서울 시내 곳곳을 누비며 시민들과 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것이다. 그야말로‘도심 속을 달리는 도서관’이다. 이번 사업을 통해 각박한 도심에서 택시 기사와 승객 모두가 잠시나마 마음 의 여유를 찾을 것이란 확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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