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1년 12월 9일(금)에 완공된‘신 학생회관’이 독특한 설계와 외관으로 주목받고 있다. △동아일보 △연합뉴스 △한국경제 등의 언론 매체에 소개되는 것은 물론,‘건물이 예쁘다.’ 는 소문을 듣고, 사진기를 들고 학생회관을 찾아오는 사람도 많다. 학생회관은 지난 8월 24일(금) '제30회 서울시 건축상 대상'을 수상했고, 이달 안에 발표되는 '제35회 한국건축가협회상' 에서도 수상이 유력하다. 타 건축물과는 구별되는 학생회관의 매력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학생회관을 설계한 최문규 건축가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 봤다.

 

낮은 높이는 이웃 건물에 대한 ‘배려’
 학생회관의 양 옆에는 베어드홀과 진리관이 있다. 그런데 한 가지 주목할 점은 학생회관이 두 건물에 비해 매우 낮다는 것이다. 왜 이렇게 설계된 것일까? 이는 다른 건물들을 위한 학생회관의‘배려’에서 비롯됐다. 학생회관이 만약 높게 지어졌다면, 학생회관을 기준으로 베어드홀과 진리관이 가려지게 된다. 기존의 건물들의 모습을 건드리지 않기 위해 베어드홀보다는 낮 게 짓고, 진리관 1층 만한 높이로 설계했다.

 

‘노출 콘크리트’로 주변과 조화롭게 늙어 가는 건물
 캠퍼스를 거닐다 보면 다양한 외관의 건물을 만날수있다. 외관 전체가 유리로 되어 반짝거리는 건물, 고운 색깔의 페인트를 덧칠한 건물 등이 있다. 하지만 학 생회관에 들어올 때에는 아무런 느낌을 받지 못한다. 어딘가 밋밋한 느낌마저 든 다. 화려하고 웅장한‘주인공’이라기보다는, 눈에 크게 띄지 않지만 묵묵히 자리 를 지키고 있는‘조연’의 느낌이다. 이유는 학생회관이 주요 재료로‘노출 콘크리 트’를 사용했기 때문이다. 외관에 어떠한 재료도 덧대지 않았고, 말 그대로 건물 의‘속살’을 드러내고 있다.
 모든 재료는 시간이 지나면 변한다. 특히 알루미늄 판넬이나 유리는 오염이 생 기면 지저분해 보인다. 색을 덧칠한 건물도 칠한 것이 벗겨지면서 더러워진다. 그 런데‘노출 콘크리트’는 시간과 함께 늙어갈 수 있다. 겉으로 포장된 것이 없기 때문에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먼지가 묻더라도 주변과 조화를 이루며 자연스레 변 할수있다.

 

학생식당에서 밥만 먹는다? 도서관처럼 공부도 한다!
 건물 내 2층 푸드코트와 3층 스낵코너·학생식당에는 점심시간인 12시쯤과 저녁시간인 6시쯤 학생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식사를 하는 학생뿐 아니라 공부 하는 학생들까지 모여든다. 때로는 공부하는 학생들 때문에 식사를 못하는 학생 이 생길 정도로 식당은 제2의 도서관으로 활용되고 있다.
 소란스런 식당이 어떻게 도서관으로 이용될 수 있었을까? 소음을 줄이기 위한 흡 음 처리도 이유겠지만, 무엇보다도 꽉 막히고 답답한 도서관과는 달리 빛이 잘 들고 책상도 넓게 마련돼 있다는 점이, 식당이 도서관으로 변모할 수있었던 이유다.

 

숨어 있는 공간을 활용해 보자!
 흔히 건물은‘안에서 무엇을 하는 곳’이라고만 생각한다. 하지만 건물에는 꼭 목적에 맞게 지어진 공간만 있는 것은 아니다. 사람들이 미처 발견하지 못한 숨은 공간들이 곳곳에 있다. 학생회관에도 이런 곳이 있다. 바로 5층 옥상과, 학생회관 4층 입구의 큰 지붕 밑이다. 바람이 선선하게 부는 저녁, 머리에 한가득 쌓아 둔 고민을 안고, 5층 옥상에 벌렁 누워 하늘을 쳐다보는 것은 어떨까?
 비오는 날에는, 학생회관 앞에 나와 보자. 큰 지붕이 자리 잡고 있는 학생회관 4 층 입구에 서서 내리는 비를 구경해 보는 것도 좋다. 옛날 집에는‘추녀’가 있어 비 내리는 풍경을 숨어서 구경하기도 했다. 비가 세차게 쏟아지는날, 건물 안에만 있지 말고, 비를 막아 주는 큰 지붕 밑에 서서 비를 감상해 보는 것도 좋겠다.

 

출입문만 25여 곳. 내가 가는 곳이 곧 입구가 된다.
 학생회관에서 치킨을배달하고나면항상걱정이다‘. 오늘은배달아저씨가여 기까지 잘 찾아올 수 있을까?’매번 아저씨들은“길이 너무 복잡해서 찾기 어려 워요.”라는 볼멘소리를 한다. 무엇이 그들을 이토록 혼란스럽게 만든 것일까? 그 들은 항상‘도대체 입구가 어디냐?’라는 물음을 던진다. 그렇다면 당신이 생각하 는 학생회관의 입구는 어디인가?
 우리가 생각하는 일반적인 건물에서는‘입구는 이곳이다.’라고 이야기를 할 수있다‘. 하나의문’을경계로내부와외부가구분되기때문이다.하지만학생회 관의 입구는 무려 25개다. 이쯤 되면 내부와 외부를 정확히 구분하는 것도 무의미 해진다.
 학생회관은 말 그대로 학생들을 위한 공간이다‘. 학생들간의 소통’을 컨셉으로 안과 밖의 경계를 허물기 위해 출입구를 25개나 만들었다. 정해진 입구를 통해서만 길을 갈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내가 건물 안에서 걷는 바로 그곳이‘길’이 될 수 있음을 보여 주고 있다.

다양하게 변화할 수 있는 열린 공간,‘데크’
 일종의 테라스 같은 공간인‘데크(DECK)'는 학생회관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 다. 학생회관 옥상에 있는 가장 커다란 'SKY DECK'에 가보니, 사람들은 거의 보 이지 않는다. 올라와 있는 사람들조차 담배만을 피우고 있었다. 이곳뿐만이 아 니라, 푸드코트 옆의‘SUNSET DECK’등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학생들을 위해 만들어진 공간들이 아직까지는 다양하게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
 다양한 풍경을 볼 수 있는 쌈지길은 사실 8년 전과 많이 다르다. 처음에는 단순히 길만 있고, 사람들에게 장사를 하기 위한 공간으로만 활용됐다. 하지 만 현재 사람들은 중앙 광장에서 쇼도 하고, 남는 공간들에 많은 좌판들이 늘 어서게 됐다. 시간이 지나면서 사람들이 새로운 공간들을 발견해 나간 것이 다. 우리 학생회관도 그렇게 변해 가지 않을까? 아무것도 하지 않는 공간으 로 남아 있는‘데크’들도, 10년 뒤 혹은 20년 뒤가 되면 옥상에서 전시회를 하는 등의 여러 가지 모습으로 재탄생 하기를 기대해 본다.

경사를 이용한 것이 꼭 쌈지길과 닮았네!
 ‘쌈지길’은 인사동 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명소다. 바로 본교의 학생회관을 설계한 최 교수가 쌈지길을 만든 장본인이다. 쌈지길과 학생회관에는 비슷한 면 이 많다. 둘 다 경사진 면을 계단식으로 극복했다는 점에서 닮아 있다. 쌈지길은 건물 전체가 경사진‘나선형’모양이다. 학생회관의 경우 원형잔디 쪽에 있는 4 층과 5층 출입구 옆 계단부터 아래 바닥까지의 차이가 12m 이상이 나서 이를 수 직벽으로 처리할 수 있었지만, 긴 계단을 만들어 학생들이 오갈 수 있게 했다. 서 울시 건축대상에서 높은 평가를 받은 부분이 바로 이곳이다.

“속이 훤히 보이는 동아리 방은 그래도 부담스러워요.”
 학교에 있는 동아리들이 각자 어떤 활동을 하는지 알기란 어렵다. 하지만 동아 리 실 안이 훤히 들여다보이면, 학생들이 모여서 무슨 작업을 하는지 알 수 있다. ‘이 동아리는 이런 활동을 하는구나.’‘재미있겠다, 나도 들어가 봐야지.’하는 호 기심도 생긴다. 50여 개의 동아리방의 벽이 통유리로 만들어진 이유다.
 물론 학생들에게는 이런 구조가 어딘가 부담스럽게 느껴진다. 학생들은“동아 리실 안에서 하는 활동을 공개하는 것은 사생활을 침해한다.”는 불평과 함께, 하 나둘씩 동아리실 벽을 가렸다. 동아리실의 벽은 불투명한 테이프나 색지로 도배 돼 있다. 아쉽게도 현재 동아리실 내부가 보이는 곳은 거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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