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2년 숭실을 빛낸 학생 동아리‘바람개비’의 회장 고중광(기계·2) 군

이번 주 인터뷰의 주인공은 개교 115주년 기념예배에서 2012년 숭실을 빛낸 학생 동아리다. 공교롭게도 위에 선정된 동아리는 지난 해 본지와 인터뷰했던 발명 동아리‘바람개비’다. 약 1년이라는 시 간이 지나, 현재는 회장도 바뀌었다. 2012년 숭실을 빛낸 학생동아 리‘바람개비’의 회장 고중광(기계·2) 군과의 바람개비에 대한 두 번째 이야기를 들어봤다.

 

어렸을 적, 만들어 봤던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바람개비’라는 이름 은 참 친근해요. 어떤 의미가 담겨 있나요?
 ‘바람개비’하면 흔히‘색종이를 접어 날리며 노는 아이들의 장난감’ 이라고 생각해요. 그렇지만 이 조그만 바람개비 안에는 엄청난 과학의 원리가 숨겨져 있어요. 그 원리는 대형 항공모함인‘스크류’의 기본 원리 이기도, 큰 비행기의 프로펠러나 발전소 터빈의 원리가 되기도 해요. 바 람개비의 작은 원리에서, 세상을 편하게 하는 커다란 발명품들이 생산되 고 있어요. 이에‘대학생들이 하는 사소한 발명이지만, 우리의 작은 생각 으로 큰 세상을 바꾸자는 의미가 담겨 있어요.
 이러한 의미에서 바람개비는 1990년에 만들어졌어요. 1기에는 기계 공학과 형들로만 구성됐어요. 형들이 평소에 무엇인가 만들고 싶은데 그 러한 동아리가 없어, 술을 먹다 홧김에 만들게 됐다고 해요. 현재에는 23 기가 신입생으로 들어왔고, 기계공학과뿐만 아니라 공대생·IT생·자연 대생 등 60명의 학생들이 골고루 분포해 있어요.

지난해 바람개비에 들어와서,‘도플러효과를 이용한 경보시스템’이 대한민국청소년발명아이디어 경진대회에서 동상을 받았던데요?
 이 대회는 초등학생부터 대학생들까지 참가하는 대회였어요. 판넬을 세워 놓고, 심사위원들에게 제 아이디어를 설명하면 돼요. 그런데 형들 이‘한번 참가해 보라’고 권유해서 나갔는데, 얼떨결에 상까지 받게 된 거예요.
 ‘도플러 효과’는 쉽게 사이렌을 울리는 소방차가 지나갈 때 관찰할 수 있어요. 잘 들어보면 소방차의 음의 높이가 가까워질 때랑 멀어질 때 달라지거든요. 이는 소리가 나는 물체가 이동함에 따라 발산하는 파장이 달라지기 때문이에요. 어린 아이들이 사각지대에서 놀다가 차 에 치여 다치는 경우가 많잖아요? 그래서 어린아이들에게 배지를 장 착해 물체가 다가오는 것을 인식하게 해, 자동차를 미리 피하게 하기 위해서 생각했어요. 이 아이디어는 TV를 보다가 떠올랐어요(웃음). ‘위기 탈출 넘버원’을 보는데, 거기서 사람들이 매일 툭하면 다치거나 죽더라고요.

경각심을 주는 프로그램이긴 하죠. 지금도 개발중인 발명품이 있나요?
 현재‘이불을 접어야만 알람이 꺼지는 알람시계’를 만들고 있어요. 게으른 사람들을 확실하게 깨우기 위한 방법이죠(웃음). 이불에 탈부착이 가능한 알람시계와 알람을 끄게 하는 장치를 부착해서, 버튼을 눌러도 안 꺼지고 오직 일어나서 이불을 접어야지만 끌 수 있게 만드는 중이에 요. 이 아이디어는 팀원의 조장 누나의 아이디어에요. 누나가“만날 늦게 자서 알람 소리를 들어도 못 일어나니 걱정이야.”라는 불평 한 마디에서 아이디어가 탄생하게 된 거죠.
 이 대회는 한국발명진흥회에서 주최하고, 1차 통과자 총 180팀 중 22 팀이 숭실대 바람개비로 최다 팀이었어요. 그리고 2차 통과자도 7팀으로 가장 많았어요. 사람들이“숭실대 바람개비는 에이스다.”라고 얘기하더 군요.‘바람개비’로서 숭실대의 이름을 알리는 것에 자부심을 느끼고 있 어요.
 현재 2차를 통과해서 시제품을 만들고 있는 바람개비 다른 팀들의 아 이디어도 정말 좋아요. 예를 들어‘전자장치 도난경보’라는 것이 있어요. 도서관에 노트북을 두고 가면, 누가 훔쳐갈까 불안하잖아요? 그런데 노 트북을 훔쳐가려면 어떻게든 전원을 뽑고 가져가야 하잖아요. 그래서 보 호 잠금키 해제를 안하고 전원을 뽑으면 소리가 나게 하는 거예요. 또 ‘사고 예방 장치 이어폰’이라는 것도 있어요. 원래 이어폰을 끼고 다니 면, 소리가 잘 안 들리다 보니 자동차가 뒤에 오는지 모르잖아요. 그래서 뒤에 자동차가 다가오면, 이어폰에 불이 들어오거나 소리가 나는 등의 표시로 주의를 주는 거죠. 또‘씻어서 없애는 택배 용지’라는 것도 있어 요. 주소가 적힌 택배 용지를 무심코 뜯어서 버리면 개인정보가 유출돼 범죄에 악용되는 경우가 많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간편하게 용지에 물 을 뿌리면 흐물흐물해지면서 택배 용지가 가루처럼 없어지도록 하는 종 이를 만드는 중이에요.

설명만 들어도 꼭 필요할 것만 같은 발명품들이네요. 이렇게 많은 발 명품들을 발명하지만, 그래도 그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발명’이 있을 것 같아요.
 폭설만 내리면 비닐하우스가 무너지잖아요. 눈이 30cm 정도만 모여 도 2톤트럭을 2개정도 올려 놓은 것이랑 같다고 해요. 그래서 눈을 그때 그때 편하게 치울 수 있는 발명품을 개발했어요. 이름 하여‘플렉시블파 이프와 윔 기어를 활용한 비닐하우스’라는 발명품이죠. 사람이 도르래 를 돌리면, 비닐하우스 위에서 막대기가 움직이며 눈을 바로 바로 치워 주는 거죠.‘농사하는 분들 편하게 해드리자.’라는 아이디어로 시작했는 데, 대학창의발명경진대회에서 우수상을 받았어요. 저도 예전부터‘어떻 게 하면 농사꾼들에게 고생을 덜어 드릴 수 있을까.’하는 고민을 많이 했 었거든요. 마지막에는‘나도 그 팀에 끼어 볼 걸.’이라는 아쉬움이 남았어요.

바람개비는 발명뿐만 아니라 발명 관련한 활동들도 많이 한다고 들 었는데, 기억에 남는 활동이 있나요?
 ‘여름발명학교’라는 봉사활동이 힘들었지만 가장 기억에 남아요,‘여 름발명학교’란, 도시 아이들보다 상대적으로 교육적 혜택이 적은 지방 의 소규모 초등학교를 찾아가, 발명과 창의적인 교육을 제공하는 봉사활 동이에요. 올해에는 7월30일(월)부터 8월 3일(월)까지 경상북도 안동시 안동동부초등학교에 다녀왔어요. 사실 여태까지 서울에서 가까운 강원 도·경기도·충청도를 많이 갔어요. 그런데 이번에는‘지역 편재성이 심하다, 그러니 이번에는 경북이다.’라고 해서 경북 안동으로 가게 된 거 였어요. 그런데 그렇게 준비해서 내려갔더니, 올해가 폭염이여서 아이들 은 괜찮은데 교사들이 픽픽 쓰러져 병원도 몇 차례 다녀오면서 정신없게 보냈어요.
 그리고 올해에는 △발명이론 △과거의 발명 △현재의 발명 △미래의 발명 4개의 테마로 커리큘럼을 짰어요. 그 중‘과거의 발명’에서 했던 실습이 재밌어서 아이들이 많이 기억을 해주더라고요. 고무를 감아서 고무동력 보트를 만든 다음 배를 수조 위에 띄우면, 고무가 풀리면서 노 를 저으며 쭉 하고 배가 가게 만들었어요. 그리고 배가 경주를 할 수 있 게, 경주 레이를 만들어 토너먼트 게임을 하니깐 아이들이 즐거워하더 라고요.

발명품도 만들고, 그것으로 아이들도 가르쳐 주면서 많은 추억이 쌓였을 것 같아요. 앞으로도 발명과 관련한 일을 하실 생각인가요?
 저는 솔직히 고등학교 때까지‘발명’에 대해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어요. 예전에 다니던 기타학원의 여자 실장님 언니 분의 아들이 10년 전 바람개비 회장이셨어요. 그래서 그분이“숭실대 가면 바람개비 꼭 들 어가봐.”라고해서‘, 친구나사겨볼까?’라고생각하면서들어간동아리 였어요. 그런데 친목을 도모하기 위한 목적으로 들어왔던 동아리가, 현 재 저에게 많은 영향을 준 것은 맞아요. 어느새 발명이 마음 한 켠에 자리를 잡았죠.
 그런데 현재 저의 꿈은 흔한 국·영·수·사가 아닌‘발명교육산업’ 쪽으로 커리큘럼을 잘 짜서 사업을 해보고 싶어요. 또 현재 대학생들의 발명품들이 돈을 많이 들여, 시제품 하나 만들고 끝나는 경우가 많아요. 이렇게 반복되면 대학생들이 낸 창의적인 아이디어도 쓸모가 없어지고, 이에 따르는 비용의 낭비도 심해요. 그래서 저는 이러한 대학생들의 아 이디어를 회사에 소개시켜 주고, 이를 적극적으로 활성화시키는‘중개 기업’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하고 있어요.

숭실을 빛낸 동아리인데,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제가 이번에 회장이 된 이후로‘바람개비’를 많이 변화시키려고 노 력중에 있어요. 일단‘바람개비’를 여태까지 유지해 온 원동력이 친목 적인 면이 강해요. 그런데 바람개비는‘학술 동아리’인데, 학술의‘술’ 이‘소주할 때 술’이라는 농담이 있을 정도로 친목적인 면이 강했어요. 그래서 현재‘우리도 학술적인 면을 살려 보자.’라고 해 한국발명진흥 회에서 돈을 받아서‘발명멘토사업’을 하고 있어요. 발명 꿈나무 아이 들한테 발명을 하는 방법과, 어떠한 대회가 있는지 등을 알려 주고 있어 요. 쉽게 말하면, 여름에는 여름 발명학교가 있었다면, 이번에는 겨울 발명학교인 셈이죠. 그리고‘바람개비’동아리 학생들의 발명이 대단히 뛰어나거나 거창하지 않고 단순해요.‘TRIZ'라는 발명 기법이 있는데, 그것을 동아리 학생들에게 세미나의 형식으로 외부 강사를 초빙해 강 의를 해보려고 추진중에 있어요. 11월 중순에는 조만식 3층 로비에서 작품 전시회를 할 예정이에요. 각자 자신의 발명품을 전시해 학생들에 게 보여 주려 합니다.

고중광 군에게 발명이란?
‘발명이라는 것은 게으른 사람들의 전유물이죠. 부지런한 사람들은 발명 못해요.‘나 이거 하기 싫은데 어떻게 하면 덜 고생하면서 이것을 할까?’‘나 여기서부터 저기까지 걸어가기 싫은데’여기서 자동차가 발명된 거잖아요.‘나 미국까지 어떻게 배 타고 가?’여기서 비행기가 나온 거고요. 그런 게으름에서 발명이라는 원동력이 생긴 것 같아요. 저에게 발명이란 게으름의 표현 수단인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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