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 책을 넘어, 실전 세계로 나아간 청년들이 있다. 이시원(금융·3), 김정우(글통·3), 이태훈(글통·3) 군이 그 주인공들이다. 이들은 전공수 업 때 배운 무역 이론으로 직접 무역 계약을 성사시키면서 성공을 거뒀 다. 오로지 열정만 갖고 시작했던 그들의 좌충우돌 무역 계약 성사 이야 기를 들어 보았다.

▲ 왼쪽부터 이태훈(글통·3), 김정우(글통·3), 이시원(금융·3)이다.

서글서글한 인상, 상냥한 눈빛, 점잖은 목소리, 사업을 성사시킨 ‘깡’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여느 부드러운 학생과 같은 모습들이다. 스물다섯 살 동갑내기의 친구로 구성된 이 팀은, 2008년도 글로벌통상학과 새내기배움터에서 동 기로 처음 만났고, 마음이 잘 맞아 그 이후로도 잘 모여 다 녔다고 한다. 이들은 오직 자신들의 힘만으로 500만 원 건 의 무역 계약을 성사시켰다. 무역에 있어 그리 많은 액수는 아니지만 학생들만의 힘으로 무언가를 성공했다는 데에 의의가 있다.

사업을 하겠다고 마음먹은 계기는 무엇인가요?
 시원: 올해에 저희 세 명이 여의도 벚꽃축제에 놀러갔어 요. 사람들이 맥주를 마시더라고요. 사람은 많은데 편의점 이 한 군데였어요. 독점시장이었던 거죠. 그래서 저희가 맥 주를 직접 팔아 봐야겠다고 생각을 했어요. 바로 다음 날, 마트에서 맥주를 100병 사고, 봉고차를 빌려 맥주를 싣고, 그것을 팔러 축제 현장으로 갔어요. 그런데 1시간에 겨우 3 병이 팔렸지 뭐예요. 어떻게 하면 잘 팔릴까 고민하다가, 유 동인구가 많은 지하철역으로 장소를 옮겨 가서 팔았죠.
 태훈: 그런데 수익이 날 즈음, 하필 저희 차가 견인을 당 한 거예요. 견인 비용을 물고 나니 결국 3만 원이 남더라고 요. 수입이 많이 남은 건 아니지만, 어쨌든 이 일을 진행하 면서 서로 사업이 재밌다고 느꼈고, 그것을 계기로 또 다른 사업 이야기가 나온 것이죠.
 시원: 저희가 모두 무역 관련 학과다 보니 이번엔 무역 사업을 해보기로 했어요. 그래서 바로 떠오르는 아이템으 로 마인드 맵을 그렸는데 칠판에 가득 찼어요. 이 과정들이 정말 재밌고 행복한 거예요. 그래서 정말 해보고 싶다는 마 음이 들었어요.

무역 사업을 성사시킨 이야기를 해주실 수 있나요?
 시원: 처음에 셀러와 바이어를 연결해 주는‘알리바바’ 라는 국제적인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수출업자를 컨택했어요. 저희의 아이템은 공장의 먼지를 막아 주는 일회용 작업 복과 공장에서 쓰이는 갓 모양의 등이었어요. 의뢰인 쪽에 서 그러더라고요.“대학생인데 어떻게 할 거냐?”저희가 대 답을 했죠.“대학생이지만 우리는 GTEP(무역 전문가 양성 산학 협력 프로그램)의 경험이 있고, 게다가 다른 업체보다 가격을 싸게 할 수 있다.”고요. 그 이후 저희는 샘플을 직접 제작해 보내기도 했고, 의뢰인과 수많은 전화와 메일을 주 고받았어요. 결국 그쪽에서 저희를 믿고 맡겨 주셨죠.

과정에서의 어려운 점은 없었나요?
 시원: 저희가 모든 게 처음이다 보니 일을 전부 무데뽀 로 진행했어요. 그쪽에서 계약서를 당장 내일까지 보내 달 라고 요구하는데, 저희는 관세라든지 계약 조건에 대해 무 지했죠. 아무것도 모르던 저희는 밤을 새워 가며 책을 뒤져 보고, 교수님께도 전화하면서 계약서를 작성했어요. 가격 협상 부분도 완전 무데뽀였어요. 상대방이 가격을 높게 부 르는 거예요. 저희는 대담한 협상가로 빙의해서,“너희랑 안 하겠다. 다른 곳과 하겠다.”라고 밀어붙였죠. 사실 다른 곳은 없었거든요(웃음). 저희는 터무니없이 낮은 가격 불렀 고, 결국 중간 가격으로 협상하게 됐어요.
 정우: 저희가 배우는 전공 책에 이렇게 중간 가격으로 협 상하는 법칙이 나와요.‘책으로 배운 내용이 이럴 때 통하 는구나.’하고 느꼈어요.
 태훈: 한번은 급한 적이 있었어요. 항구에 물건이와있었 는데, 날짜가 지날수록 보관료가 붙어요 보관료를 물지 않 기 위해서는 물건을 찾아야 하는데, 서류가 하나 부족했어 요. 그 사실을 안 것이 업무 마감 시간이 임박해서였죠. 급 한 마음에 의뢰인에게 전화를 걸어 생떼를 썼죠. 당장 서류 를 보내 달라고요. 불과 2주 전의 이야기에요.

또 무역 과정에서 재미있었던 일은 없었나요?
 시원: 구체적인 갓등의 정밀도를 보내 달라는 부탁을 받 았어요.‘어떻게 해야 할까?’하다가 문화관에 있는 건축학 과 학생들에게 무작정 찾아가서 컴퓨터로 그려 달라고 부 탁을 했죠. 건축학과 학생이 흔쾌히 그 도면을 컴퓨터 그래 픽으로 그려 주더라고요. 정말 고마워서 피자를 야식으로 대접했어요. 서로가 학생이니까 서로의 입장을 이해해 준 것 같아요. 이 자리를 빌려서 정말 감사하다고 전하고 싶어 요.
 태훈: 사실 성함도 몰라요(웃음). 그래도 얼굴은 기억이 나는데. 정말 감사해요.

모든 과정이 쉬워 보이진 않네요. 힘든 점도 많았을 것 같아요.
 시원: 항간에서는 친구랑은 사업을 같이 하는 게 아니라 고들 하잖아요. 그게 맞는 말이에요. 서로에게 기대하는 부 분이 있는데 그것을 못 채워 주면 서운함을 느끼잖아요. 특 히,‘바쁜 것을 이해해 주겠지.’라는 기대감이 친구끼리 있 다 보니 아쉬움과 서운함이 쌓이게 된 거예요. 그래서 갈등 이 발생하게 되더라고요.
 정우: 사업이 진행되는 동안 자격증 시험도 있었고, 학교 시험도 있었어요. 저는 학생이잖아요.‘공부를 해야 할 때 인가, 사업을 해야 할 때인가?’를 두고 큰 고민을 했었어요.

포기하고 싶었던 적은 없었나요?
 시원: 사실 타 대학교 친구와 지인까지 총 다섯 명이 사 업을 시작했어요. 그런데 문제가 생겼어요. 자격증 준비, 시 험, 인턴, 해외 프로그램 등 각자 서로의 위치에서 해왔던 일이 있던 거죠. 그리고 팀을 이끄는 주도자도 딱히 없어서 일이 흐지부지되고, 단합이 잘 안 됐어요. 해산의 위기를 맞 았죠. 그런데 여기서 그만둘 수는 없는 거예요. 나를 시험해 보는 기회인데, 여기서 포기를 해 버리면 스스로에게 창피 한 일이 되는 것이 두려웠어요. 결국 두 분은 그만뒀고, 우 리 셋이 남게 됐죠.
 정우: 전문 업체가 했다면 시간도 적게 걸리고 좀 더 전 문적이었을 텐데, 의뢰인 쪽에서 학생인 저희를 선택한 이 유는 최대한 저희들을 사업가적으로 바라봐 주셔서 기회를 주신 거잖아요. 그래서 그만둘 수 없었어요.
 태훈: 이 일은 그만두려고 시작한 일이 아니잖아요. 각자 하는 일이 있어서 바빴지만, 그런 가운데에서도 이왕 시작 한 것이니까 끝까지 가 보자고 마음을 먹게 돼서 다시 시작 하게 됐어요.

첫 사업의 만족도는 어느 정도인가요?
 시원: 첫 계약이라 많은 부분을 놓친 것은 사실이에요. 상 대에 대한 확신도 없었고, 위험부담도 있어서요. 성과에 대 한 만족도는 75점이에요. 이번에 놓쳤던 부분을 다음번에 는 잘 잡아 내려고요. 요령을 알았으니, 좀 더 전문적으로 나갈 예정이에요.
 정우: 저는 70점을 주고 싶어요. 저희 때문에 시간이 많 이 지체됐거든요. 다음에는 좀 더 잘하려고요.
 태훈: 첫 시도 치고는 성공적이었죠. 의뢰인 측에서도 상 품이나 가격 면에서 만족했던 편이었어요. 첫 시도였고, 저 희가 많이 배웠다는 점에서는 100점 주고 싶어요.

앞으로는 어떤 일을 하실 건가요?
 시원: 저는 다음 학기에 뉴욕으로 인턴십을 가게 되고, 정 우는 자격증 공부 및 휴학을 계획중이고, 태훈이는 다음 학 기에 워킹 홀리데이로 영국을 가게 되요. 지금 거래를 맺어 놓은 것을 두고 간다는 것이 조금 아쉽긴 하지만, 학생으로 서 도전했다는 것에 의미를 두려고요. 지금 5000만 원 건의 계약이 들어왔는데,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없지만 이 친구 들과 잘 상의해서 다른 사람에게 맡긴다든지 해서 잘 키워 보려고요.
 태훈: 시원이는 금융학부로 전과를 했으니까 금융과 재 정 쪽을 많이 배우고, 정우는 외국어를 잘하니까 그쪽을 더 공부하겠죠? 저는 무역 쪽 공부를 계속해서 좀 더 전문성을 키우려고요. 서로의 분야에서 성장을 하고 다시 뭉칠 수 있 으면 좋겠어요.

본교 학생으로서 다른 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요?
 태훈: 사회가 원하는 것은 토익 점수를 만들고 학점 관리 를 해야 하고 공모전을 준비하는 등 스펙을 쌓는 것이지만, 저는 하고 싶은 것은 꼭 하라고 말해 주고 싶어요. 사실 학 생들에게는 자신이 좋아하는 일, 혹은 잘하는 일을 탐색해 볼수있는 시간이 공부에 밀려서 별로 많지 않아요. 따라서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이 생기면 당장 뛰어들어서 시험을 해 봐야 해요. 하고 싶은 것을 찾고, 그것을 하다 보면 기회가 오기 마련이죠. 하고 싶은 것은꼭잡으라고 말해 주고 싶어 요.
 정우: 각자의 전공에 따라 실무에 나가면 경험할 수 있는 것을 학생 때 미리 경험을 해보라고 말하고 싶어요. 나중에 사회에 나가면, 어느 누구보다 자신감 있게할수있기 때문 이에요. 그러니까 그런 기회가 오면 주저하지 말고 꼭 잡으 세요. 저희처럼 사업을 한다거나, 과에 관련된 걸 미리 경험 해 볼 기회를 얻으라는 것이죠.
 시원: 정리해서 말씀드리자면, 자신이 원하는 분야에 대 한 구체적인 체험을 하라는 얘기죠. 여기에는 굉장한 도전 의식이 필요하겠죠. 이런 시도를 하는 것은, 자격증 하나 뒀 다는 것보다 불리하지 않아요. 자신만의 스토리가 생기는 거잖아요. 분명 도움이 돼요.‘기회가 오면 잡아라.’도 맞지 만, 기회를 만들 수 있는 용기도 필요해요. 그러기 위해서는 자기 자신을 믿는 힘이 있어야 겠죠? 능력이라는 것도, 제가 자꾸 무얼 하다 보니까 생긴 것이 거든요. 나를 완성된 그릇으로 만든 후에 무엇을 하기보다 는, 무언가에 뛰어들고 적응시켜서 결과적으로 나를 완성 시키라는 관점에서 바라보라고 말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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