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요즈음 저 자신에 대한 생각을 자주 합니다. 그동안 주변에서 하라는 대로 비교적 평범하고 착실하게 생활해 왔는데, 최근 들어서 모든 게 무의미하고 거짓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제가 뭘 좋아하는지, 뭘 잘 하는지, 누구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모든 게 혼란입니다.”

 A. 그동안 자신이 평범하고 착실하게 지켜 왔던 것들이 무의미하고 거짓 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많은 혼란을 경험하고 계시는군요. 삶에 대한 회의 감, 배신감, 상실감 등으로 인해 힘드시겠어요. 이럴 때 우선은, 지금의 혼란 이 내가,‘나 자신에 대해서 관심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사실에 주목 할 필요가 있습니다. 가족들이나 친구들과의 관계에서 자연스럽게 동의하 고 스스로 일치시켰던 가치들과는 대조적인, 자신의 것을 찾아보려는 여정 속에 계신 것입니다. 이런 혼란 속에서 사람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내가어 떤 사람인지 모르겠다.’‘나는 누구일까?’‘어떤 게 진짜 내 모습일까?’모 두‘정체성(identity)’과 관련된 질문들입니다. 정체성은 자기 자신의 독특성 에 대해서 비교적 안정된 느낌을 가지는 것입니다. 행동이나 사고 혹은 느 낌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기본적으로 자신에게 친숙한 것으로서,‘내가 누 구인가?’를 아는 것입니다. 정체성의 혼란은 청년기에 주로 나타나며, 세계 와 자신에 대한 추상적인 생각들이 발달하면서 생겨 나는, 실존적인 의문들 과 함께 경험하게 됩니다.
 안정된 정체성 형성을 위해서는 신체적 성숙과 성적 성숙, 추상적 사고 능력의 발달과 정서적 안정감이 선행되어야 하며, 동시에 부모나 또래집단 의 영향으로부터 어느 정도는 자유로울 수 있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역할 실험’이라고 하는 많은 시도가 진행됩니다. 기업에서의 인턴십, 아르바이 트, 해외 연수나 봉사활동을 하고, 관심 분야와 학업에 대해서 매진 혹은 회 의감도 느끼며, 광범위한 독서와 공상·사고(思考)의 비약 속에서 헤매기도 합니다. 직업 영역의 수행을 위한 준비는 물론, 이성교제에 대한 고민과 남 성적·여성적 역할에 대한 재조명, 가족으로부터의 분리와 독립, 결혼과 앞 으로의 삶에 대한 고민에 빠지기도 합니다. 특정 종교에 몰두하기도 하고 기존의 종교에 대한 회의감을 경험하면서 도덕적 행동의 기본 원리에 대한 의문도 생깁니다. 역할 실험의 과정은 이렇게 다양하게 나타납니다. 이 과 정은 개인적인 역량과 능력을 기르고 사회로부터 인정받을 수 있는 새로운 역할이나 가치 혹은 신념 체계를 익히는 훈련 기간입니다. 다양한 역할 실 험을 통해서 보다 안정적인 정체성을 확립할 수 있습니다. 혼란 상태가 심 할 경우, 의심이 많아지고 결정을 못 내리며, 고립감·내적 공허감·방황하 는 느낌·성(性)에 대한 관심 저하나 집착, 미래에 대한 불안, 시간 개념의 왜곡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일상생활에서 많은 어려움이 초래되고 있다면, 학생상담센터와 같은 전문적인 조력기관의 도움을 받는 것을 권합니다. 자 전적 성장소설(헤르만 헤세 등)이나 심리학 관련 서적을 읽어 보는 것도 정 체성 이해에 도움이 됩니다.
 지금의 혼란 상태를 하나의 좌절 경험으로 보면서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 일 필요는 없습니다. 구체적인 결과물이 자신에게 없다는 점에만 주목하고 혼란 속에서 아무것도 시도하지 않는 것은 치명적으로 해롭습니다. 지금의 혼란을 성장을 위한 발달 과정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자신에 대한 이해와 성격적 통합을 위한 준비 단계 로 인식하는 것이 훨씬 건강한 태도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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