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현, 서울의 행복한 미래를 이야기하다.

 

지난 8일(목) 오후 7시 한경직기념관 김덕윤예배실에서 ≪남경에서 서울까지≫의 저자 최종현 교수의 저자 강연회가 열렸다. 도시학자이자 통의도시연구소 소장인 최 교수는 고층 빌딩으로 뒤덮인 서울의 모습을 개탄하며 전통을 잘 보존한 유럽을 좋은 도시의 본보기로 소개했다. 서울이 갖춰야 할 모습은 무엇일까? 강연을 통해 그 답을 찾아보자.

 

오늘 날의 서울에서는 행복한 미래를 꿈꿀 수 없다
 예전엔 아름다웠던 서울이 지금은 매력을 잃었습니다. 자연경관 때문일까요? 아닙니다. 서울은 세계적으로 자연적 입지가 뛰어난 도시입니다. 삼 각산과 관악산이 마주보는 가운데 한 강이 흐릅니다. 과거 스님들이 입적지 로 한강변을 택했을 만큼 풍수지리적 으로도 훌륭한 땅입니다.
 그런데 오늘날의 서울은 어떨까요? 도처에 건물들이 즐비합니다. 고층 건 물은 하늘을 찌릅니다. 질서도 없고 산 수를 바라볼 수도 없습니다.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고층의 정부종합청사가 광화문에 건립된 이후부터 서울에는 높은 건물들이 난립하기 시작했습니 다. 경복궁의 자리는 이전에는 관악산 을 바라볼 수 있는 위치였습니다. 그러 나 500년 넘게 관악산을 바라보던 경 복궁의 시야도 고층 빌딩들에 가려졌 습니다. 사방을 둘러봐도 드높은 콘크 리트 벽뿐인 도시에서 행복한 미래는 피어날 수 없습니다.

전통과 현대의 조화로 나이테를 품은 도시
 2차 대전으로 영국·독일·프랑스 할 것 없이 모든 나라에서 유서 깊은 도시들이 파괴됐습니다. 도시의 상당 부분이 사라진만큼 대대적인 재건이 필요한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도시 를 복구할 때 시민들은 옛 도시의 정취 를 가진 도시로의 재건을 원했다고 합 니다. 빌딩숲이 아닌 전통의 가치를 품 은 도시를 원한 겁니다.
 유럽의 도시들은 대개는‘성벽’을 갖고 있습니다. 성곽 내부를 중심으로 도시는 확장합니다. 독일의 프랑크프 루트는 도시 계획을 수립할 때 남아 있 는 성벽 안의 옛 모습 그대로 보존하기 로 결정하고, 시청사 등의 건물들은 성 벽 외곽 지역으로 옮기기로 했습니다. 하이델베르크도 마찬가지입니다. 도 시가 점차 커져 가도 옛 모습을 유지했 습니다. 심지어 성곽 내부에서 가장 높 은 건물이 성당일 정도입니다. 성 내부 의 나머지 건물들은 옛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습니다. 중심부는 오랜 세 월을 품고, 외부는 현대적 모습을 갖춘 모습은 마치 나무의 나이테와도 같습 니다.

전통을 보존하고 다른 도시와 조화 롭게 융화된‘서울의 미래’
 서울 또한 그래야 합니다. 높은 빌 딩만을 지을 것이 아니라, 서울이 갖고 있는 문화유산의 가치를 인식하고 보 존해야 합니다. 사적 제121호인 사직 단 뒤쪽에는 운동기구 같은 것들이 설 치돼 있습니다. 그것들이 불필요한 것 은 아니지만, 보존해야 할 유적 주변에 설치할 만큼 가치 있는 것일까요? 서 울은 유럽의 도시들처럼 내부에 옛 모 습을 품을 순 없을까요? 개발이라는 명목 하나로 전통적 가치는 간과된 채 오늘도 새로운 빌딩들이 증축되고 있 습니다. 전통적 가치는 존중받아야 합 니다.
 또한 보다 더 큰 차원에서 서울은 지방 도시들과 어떻게 연계하여 고유 한 가치를 가질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합 니다. 지금까지 이뤄져 왔던 대규모 개 발은 지양하고 도시 계획에 대한 시민 들의 의견을 수렴해야 합니다. 사적은 말할 것도 없고 오래된 골목길, 건물, 실개천과 같은 사소한 것들도 보존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 시민들 역시 도시 계획 수립 과정을 감 시하고 개선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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