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목) 조만식기념관 311호에서 문예창작학과 주최로 제28회 정기 문학강연회 가 열렸다. 강연자는 시 <긍정적인 밥>,<눈물은 왜 짠가> 등으로 유명한 함민복 시인이다. 한 시간여 동안 그는 시상을 떠올리는 방법과 시에 관련한 이야기를 풀 어냈다. 그가 말한‘발상의 전환’은 시를 쓰고자 하는 사람뿐 아니라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새로운 생각이 어려운 모든 이에게 귀감이 될 만했다. 시시한 생각을 바 꿔 색다른 시상을 전개시키는 그만의 시 짓는 법을 들어보자.

 

당연한 것에 대해 질문 던지기
 그냥 스쳐 가면 그만인 사람과 풍경 을 새롭게 인식하고 대상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 기 위해서 저는 네 가지 방법을 사용합 니다. 첫째는 우리가 의심하지 않고 당 연하다 받아들이는 것에 대한 질문입 니다. <성선설>이라는 시를 쓸 때였습 니다. 사람의 손가락이 모두 열 개라는 것은 어느 누구도 의문을 품지 않는 사 실입니다. 대개는 손가락이 왜 열 개인 지에 대한 질문은 하지 않습니다.‘왜 하필 손가락은 모두열개일까? 어머니 뱃속에서 열 달의 은혜를 입어서 열 개 가 된 것은 아닐까?’이런 식으로 생각 을이어 나가 시를 썼습니다.
 당연한 것에 대해 질문을 던지기 위 해서는 자신이 무엇인가를 알고 있다는 생각을 내려놓아야 합니다. <낮달> 이라는 시를 쓸 때였습니다.‘낮달은 무엇인가?’낮에 하늘에 뜬 달을 낮달 이라고 하며 자신이 그것에 대해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 마십시오. 스스로에 게 저는 되물었습니다.‘낮달과 밤달 은 무엇이 다를까?’대부분의 사람은 낮에 뜨면 낮달이고 밤에 뜨면 밤달이 지 하고 맙니다. 하지만 저는 낮달이 밤달과는 다르게 구름빛 색을 띄는 것 을 알았습니다.‘왜 낮달은 구름빛인 가? 푸른 하늘의 구름처럼 너도 자유 롭게 떠다니고 싶어 구름빛을 띄는 것 인가?’생각의 물꼬가 터지면 시상은 계속 떠오릅니다. 당연한 것에 대해 질 문을 던지면, 이미 너무 익숙해져서 어떤 자극도 주지 못하는 대상에게서 새 로운 의미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대상과 나를 바꿔 생각해 보기
 시를 쓰는 사람은 자신과 대상의 입 장을 바꿔 생각하면서 시상을 얻을 수 있습니다. <소스라치다>라는 시를 쓸 때 저는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우리 는 뱀을 보고 놀란다고 한다. 그런데 뱀이 우리를 보고 놀란다고 생각한다 면 어떨까?’동물인 뱀의 시선으로 바 꿔 생각해 보고, 이를 확장해서 지상의 모든 생물과 무생물 또한 그러리라 생 각하고 시를 썼습니다.
 <밴댕이>라는 시를 쓸 때도 마찬가 지였습니다. 밴댕이는 그물에 걸린 순 간 온몸을 떨다 배 위로 올라오기도 전 에 죽습니다. 우리는 사람을 속이 좁다 고 놀릴 때, 이러한 밴댕이의 속성을 빗댄‘밴댕이 소갈딱지’라는 표현을 씁니다. 하지만 밴댕이의 입장에서 생 각해 보면 어떨까요? 밴댕이는 바닷물 고기입니다. 바다에서 사는 밴댕이는 바다를 이해하고 그 안에서 살았으니 바다와 같은 넓은 마음을 갖고 있는 것 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대상과 익숙하게 된 이유를 생각하고 반문해보기
 세 번째 방법은 자신이 익숙하게 느 끼는 대상에 대해 그 이유를 따져 보고 정반대로 생각해 보는 것입니다. 집 뒤 에 300년 묵은 느티나무가 있습니다. 이 나무를 볼 때마다 크고 오래된 거목 이라는 이미지 하나에 압도돼 끌어 낼 수 있는 다른 의미는 잡아 내지 못했습 니다. 그러던 어느 순간 까치가 고목의 가지를 흔들고 날아가는 것을 봤습니 다. 그 순간 느티나무를 거목이 아닌 부분으로 볼 수 있었습니다.‘저 흔들 리는 가지가 1년생이라면 이 나무의 어떤 부분이 300년이 됐는가. 아, 300 개의 나이테는 그동안의 세월을, 돋아 나는 새순은 현재를 나타내는구나.’ 느티나무 전체의 모습에 익숙한 상태 에서 나무의 부분으로 접근해 새로운 이미지를 얻었습니다. 이를 통해 <나이에 대하여>를 쓸 수 있었습니다.

말을 가지고 새로운 시상 떠올리기
 시상이 떠올랐다고 머릿속으로만 시집을 쓸 수는 없습니다. 새로운 생각 이 떠오를 땐 말을 이어가면서 생각을 정리해 보세요. 젊은이들이 지하철에 서 이어폰을 끼고 스마트폰을 하는 것 을 봤습니다.‘모두가 귀에 무언가를 끼고 있다. 저것은 무엇이지? 저건 청 진기 아냐?’라는 생각이 났습니다. ‘의사처럼 청진기를 끼고 있네?’말로 옮기는 순간 이어폰은 청진기로 연상 됐습니다.‘사람들이 청진기를 끼고 손가락으로 스마트폰을 이리저리 조 작하면서 세계를 살피고 진단하고 있 는지도 몰라.’꽂고 있는 것이 무엇과 같을까 하고 말로 옮길 때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었습니다.

 생각에 굳은살이 생기지 않았다면, 관심을 갖는 만큼 세계는 우리에게 이 야기를 들려줍니다. 시를 쓰는 사람은 이것을 글로 옮길 수 있습니다. 시는 세계를 향해서 창을 만들고 세계와 소 통하게 하는 수단입니다. 여러분이 시 의 가치를 알고 세계와 소통할 수 있는 시를 쓰길 바랍니다.

저작권자 © 숭대시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