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BS <열린음악회> 연출자 문석민 (영어영문·89) 동문

  우리에겐 익히 알려진 텔레비전 장수 프로그램들이 있다. <전국노 래자랑>이나 <6시 내고향>, <열린음악회>, 최근에는 <무한도전>까 지. 수많은 프로그램들이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사라져 갈 때 소수 의 프로그램들만이 아주 오랫동안 국민들의 사랑을 받는다. 피디로 서 이런 장수 프로그램들을 연출한다는 것은 행운으로 여겨진다. 이 번에 만나 볼 인터뷰이는 이런 행운을 여러 번 경험했다고 한다. 현 재는 <열린음악회> 연출을 맡고 있는 KBS 문석민 피디를 만나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바쁜 와중에도 영어영문학과 초청으로 강연을 하러 왔는데, 학교에는 오랜만일것 같아요.
  학교에 온 지 그렇게 오래되지는 않았어요. 올 가을에도 영문과 영어 연극을 보러 왔었거든요. 오늘은 후배들 요청으로 피디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위해 들렀는데 후배들에게 도움이 됐는지 모르겠네요(웃음). 이렇 게 후배들과 진지한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는 이번으로 세 번째인데 재밌 는 에피소드가 있어요. 이런 자리를 갖고 나면 후에 누군가는 방송국에 입사했다고 연락이 오더라고요. 처음에는 영문과 후배가 방송국 시험 전 에 조언 좀 해 달라며 직접 집에 찾아와서 이래저래 조언을 해줬는데, 기 분 좋게 합격했더라고요. 두 번째 친구는 학과 후배는 아니지만 5년 전 이번과 같은 내 강연을 들었던 학생이었어요. 그 학생도 재작년에 연락 이 왔는데 KBS에 입사했다고 하더라고요. 정말 기뻤죠. 아마 이번에도 강연을 들었던 학생들 중 누군가는 방송국에 입사했다고 연락하지 않을 까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올해도 영문과 연례 행사인 영어연극을 보러 왔다고 했는데, 거의 매 번 연극을 보러 온다고 들었어요. 이유가 무엇인가요?
  아마 나보다 영문과 영어연극을 많이 본 사람이 없을 거예요. 방송 일 때문에 불가피하게 못 갔을 때 빼고는 거의 매번 찾아와 후배들의 무대 를 봤죠. 심지어 군인이었을 때도 보러 왔었어요(웃음). 매번 찾아오는 이 유가 따로 있겠습니까. 그냥 좋아서죠. 후배들 보는 것도 즐겁고, 연극을 보면서 에너지도 얻어요. 제가 연극에 참여했을 당시에는 햇수로 얼마 되지 않아 선배들이 많이 오지 못했어요. 선배가 우리 연극을 보러 오면 힘이 되고 좋더라고요. 그래서 저도 특별히 해주는 건 없지만 이렇게 오 는 것만으로 힘이 돼 주기 위해 매번 찾아온답니다. 물질적으로도 도움 이 돼야 하는데(웃음). 제가 학과를 사랑하는 방식이에요.
  영문과 영어연극이 제게 주는 의미는 커요. 저의 터닝 포인트이기 때 문이죠. 대학교 2학년 때 학과 영어연극에 참여했는데, 너무도 재밌고 적 성에 맞았어요. 연극 하나에 무대 연출과 스토리, 음악, 춤 등 여러 가지 가 들어가 있는데 그게 너무 매력적이었죠. 그렇게 연극에 애정을 쏟아 붓다 보니 진로를 이런 쪽으로 가자는 생각이 들었어요. 똑같이 연극이 라는 길을 갈 수도 있었지만 나는‘방송’이란 길을 택했어요. 방송도 연 극과 다르지 않아요. 드라마든 다큐멘터리든 그 안에는 연극과 똑같이 무대인 촬영장이 있고, 등장인물이 있고, 스토리가 있고, 음악이 있죠. 대 학 시절 연출했던 영어연극의 연장선인 셈이에요.

피디가 되려면 이른바 어렵기로 악명 높은‘언론고시’에 합격해야 한다는데, 어떻게 공부해 피디가 됐나요?
  특별히 언론고시를 준비하지는 않았어요. 요즘 학생들처럼 언론고시 반에 들어가 스터디를 하거나 두꺼운 교과서를 읽거나 하지 않았죠. 왜 그런 말 있잖아요,‘교과서 위주로 공부했는데 합격 했어요.’어떻게 보 면 저도 그 케이스에요. 다른 공부는 하나도 하지 않았는데 오직 텔레비 전만 많이 봤어요. 텔레비전이 저의 교과서였죠. 이게 사실 방송 시험을 준비하는 학생들에게는 당연하고 단순한 건데, 텔레비전 안 보고 시험 치는 응시생들 굉장히 많아요. 왜냐하면 학교를 다니며 공부나 과제, 아 르바이트 등을 하다 보면 텔레비전 볼 시간이 없으니까요. 그런데 저는 평소에 텔레비전이나 영화를 많이 봤어요. 텔레비전 프로그램들을 보면 서는‘아, 나라면 이런 프로그램을 만들 텐데’하는 생각을 많이 했죠. 그 렇게 텔레비전을 많이 보다 보니 자연스레 3사 방송국의 장단점을 파악 하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특별히 언론고시 공부를 하지 않았어도 시험 문제나 면접자의 질문에 어렵지 않게 답을 할 수 있었어요. 그래서 지금 도 방송국 입사를 위해 언론고시 반에 들어가려는 학생이 있으면 하지 말라고 말하고 싶어요. 이론보다 실제, 경험이 중요해요. 저한테 있어서 그 경험은 대학시절 내내 연극을 연출했던 것, 텔레비전과 영화를 많이 봤던 것, 다양한 아르바이트를 통해 많은 사람들을 만난 것이었어요. 저 는 대학 때 아르바이트도 굉장히 많이 했어요. 지하철에 명함 갈아 끼우 기, 전단지 돌리기, 과외, 회사 서류 정리, 카드회사 분실사고 접수하기, 백화점 직원 등 돈을 벌기 위한 목적이었지만 다채로운 경험을 위해 일 부러 다양한 아르바이트를 해봤어요.

지금까지 어떤 프로그램들을 연출했으며, 일하면서 가장 즐거웠던 프로그램은 무엇인가요?
  1996년 8월에 창원방송총국에 입사하고 난 뒤, 처음에는 지역 라디오 프로그램을 진행했고요. 그 다음에는 <6시 내고향>, <람사르 특집 다큐 >, <환경 스페셜>을 연출했어요. 그리고 서울 본사로 들어와 <콘서트 7080>, <전국노래자랑>, <연예가중계>, <열린음악회> 등을 연출했고, 지금은 <열린음악회> 피디를 맡고 있어요.
  가장 즐거웠던 프로그램은 <전국노래자랑>을 꼽고 싶어요. 방송을 보 면 다양한 사람들이 무대에 서 자신의 끼를 발산하잖아요. 이 외에 방송에 나가지 못한 분들도 많아요. 어린애부터 할머니, 할아버지까지 많은 사람들이 무대에 서는 도전을 하는데, 이 분들이 <전국노래자랑> 무대 에 서서 자신의 열정과 끼를 보여 줄 때면 정말 즐겁고 행복했어요.

정말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연출했네요. 그중에서 <콘서트 7080>이 나 <전국 노래자랑>, <열린 음악회>를 보면 무대 연출을 주로 했는데, 무대 기획이 좋아서 이런 프로그램들을 택한건가요?
  무대 기획이 좋아서라기보다는 음악 프로그램이 좋아서 그랬어요. 원 래 피디들은 한쪽 분야에만 있지 않고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연출하는데, 저도 여러 프로그램들을 연출하면서 좀 더 내 적성에 맞는 분야를 찾았 어요. 그게 예능 프로그램 안에 있는 음악 프로그램이었죠. 지난주에는 가수 바비킴이 <열린음악회>에 출연했는데, 최고의 노래와 멋진 무대,조 명, 적절한 샷까지 어우러져 멋진 공연을 선사했어요. 객석에서 이를 보 고 눈물을 흘리는 분도 있더라고요. 그럴 때면 정말 뿌듯하죠.

연출했던 프로그램을 보면 장수 프로그램이 많은데요, 혹시 새로운 프로그램을 기획해 보고 싶지는 않나요?
  지역국에 있을 때는 람사르 관련 특집 환경 다큐멘터리를 새로 기획했었어요. 예능 관련해서는 아직 새로운 작품을 기획하지 못했지만, 준비 를 열심히 해서 언젠가는 할 생각이에요. 구상해 놓은 건 있지만 지금은 비밀입니다.

여행을 많이 다닌다고 들었어요.
  남극과 북극을 제외하고 오대륙을 여행했어요. 회사를 다니며 경제적 여유가 생기면서 홀로 다니는 여행을 즐기게 된 것 같아요. 대학생 때는 돈이 없어 여행을 다니지 못했죠. 혹자는 결혼도 하고 애들도 있는데 왜 혼자만 여행 다니냐고 뭐라고 해요(웃음). 올해도 프랑스와 터키 등을 다 녀왔어요. 여행을 가면 다른 배낭족들과 똑같이 해요. 돈이 있다고 해서 좋은 호텔에 묵거나 호화롭게 다니지 않고, 도미토리와 저가 항공을 이용하며 배낭여행을 하죠. 앞으로도 가고 싶은 나라가 많아요.

여행을 많이 다닌만큼 재밌는 에피소드도 있을 것 같아요.
  최근에 칠레에 갔다가 2000명 앞에서 춤을 췄던 적이 있어요. 아 이건 신문에 실려선 안 되는데(웃음). 사실 제가 춤을 좋아하고 잘 춰요. 고등 학생 때부터 춤을 좋아했는데 당시 동창이었던 구준엽이나 강원래, 주영훈 씨의 영향도 있는 듯해요. 이들이 춤을 잘 추잖아요. 대학 와서도 클럽 이나 연극에서 춤을 췄었고요. 칠레는 뮤직뱅크 공연 때문에 갔었는데, 그 곳에 케이팝 열기를 취재하기 위한 기자들도 많이 왔었어요. 기자들 이 케이팝에 열광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고 싶어 했고 마침 우리도 같은 모습이 필요했어요. 그래서 공연 시작 전에 저 혼자 동상에 올라가“여러분의 케이팝 사랑을 카메라에 담고 싶어서 그러는데 함께 싸이의 말 춤을 출 수 있겠느냐.”고 부탁했고, 사람들은 흔쾌히 허락했어 요. 그래서 저는 이들에게 말 춤을 가르쳐 주려고 2000명 앞에서 말 춤을 신나게 췄죠. 덕분에 만족스러운 그림이 나왔어요.
  저는 예능 프로그램을 만드는 피디라면 잘 놀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 해요. 놀 줄 알아야 남들도 즐겁게 만들 수 있으니까요. 제가 생각하기엔 저는 잘 놀아요(웃음).

여행과 춤 말고 또 다른 독특한 취미가 있다고 하던데요?
  수집광이기도 해요. 지금 입고 있는 것도 1950년대 해군이 입었던 피 코트예요. 저는 소위 말하는 밀리터리 덕후죠(웃음). 군복 외에도 오래된 오디오라든지, 청바지 디자인 자료 등도 수집해요. 수집이 취미가 된 건 아마 회사 들어오고 나서부터였죠. 각기 물건을 수집하는 데 특별한 이유가 있는 건 아닌데, 그저 세상이 너무 재밌고 연구할 것도 많아서 그런 것 같아요. 그래서 끊임없이 제가 좋아하는 것, 새로운 것을 찾으려고 하죠.

마지막으로 피디를 꿈꾸는 많은 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첫째로 텔레비전을 많이 보라고 말하고 싶어요. 텔레비전을 많이 봐야 내가 어떤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싶은지 아이디어가 나와요.
  둘째로 왜 내가 피디가 되고자 하는지 구체적인 이유가 있어야 해요. 피디가 되고 싶 다는 학생들에게‘왜 피디가 되려고 하느냐’고 물으면 의외로 쉽게 답을 하지 못해요. 단지 피디가 겉으로 보기에 화려해서 하고 싶은 학생들도 있을 텐데 구체적인 이유가 있어야 해요.
  셋째로 다양한 경험을 하라는 거예요. 공부만 해서는 피디로서 갖춰야 할 창의력을 얻을 수 없어요. 토 익 점수가 좀 더 높고, 상식 문제 하나 더 맞추는 사람보다 자신만의 무대를 가꿀 수 있는 경험 많고 창의적인 사람이 더 좋다고 말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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