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숭실사이버대 컴퓨터정보통신학과 곽동수 교수(경제·85)

한글과컴퓨터 기획실 실장, CBS 라디오 <곽동수의 싱싱경제> 진 행자, 정치 평론가…. 숭실사이버대 컴퓨터정보통신학과 곽동수 교 수(경제·85)의 이력을 살펴보면 헷갈린다. 그는 컴퓨터 전문가일 까, 경제 전문가일까, 정치 전문가일까? 한 분야에서 입지를 다지기 도 쉽지 않은데, 그는 여러 분야에서 유명인사다. 그는 어떤 사람일까? 궁금증을 품고 지난 5일(화)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짧은 수염, 검정색 정장에 빨간 뿔테안경, 주황색 넥타이. 화려한 경력 만큼이나 스타일 또한 눈에 띄었다. 그는“평소 청바지를 즐겨 입어 하의 는 청바지를 입지만, 상의는 방송 때문에 정장을 갖춰 입어요.”라며 웃어 보였다. 인터뷰 당일 아침 경제 방송‘SBS CNBC’에 출연한 후였지만, 그에게 지친 기색을 찾아보기는 힘들었다. 그는“인터뷰가 끝난 후 MBN, TV조선, 뉴스Y에서 시사관련 방송 일정이 잡혀 있어요.”라며,“오 늘은 방송 일정이 많네요.”라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전공인 경제뿐 아니라 컴퓨터·정치 등 다양한 분야에 있어 도전하는 특별한 계기가 있나요?
 딱히 없어요. 어찌 하다 보니 분야가 넓어진 거예요. 친구들은 저에게 “컴퓨터면 컴퓨터만, 경제면 경제만, 정치면 정치만 해라.”라고 조언을 해요. 근데 저는 항상“왜? 왜 그렇게 해야 하는데?”라고 반문하죠. 저는 제 방식대로 이렇게 사는 게 좋아요.
 저는 인생이‘등산’이라고 생각해요. 산의 정상을 정복하고 내려오는 것처럼 하나의 분야와 그에 대한 목표를 정해 끝까지 올라가는 것만이 최고라고 보지 않아요. 등산하다 중간에 쉴 수도 있고, 끝까지 오르기만 하는 것이 지겨워 친구들과 얘기하다 내려올 수도 있어요. 어떤 사람은 정상을 정복하는 게 행복일 수 있지만, 저에게는 그것보다 친구들과 쉬 어가는 것이 행복이에요.

다양한 분야에 도전하는 교수님의 모습을 보면 대학생활도 흥미로웠 을 것 같아요. 대학생활은 어땠나요?
 아무도 안 믿지만, 학교에서 저는 정말 조용한 학생이었어요. 그런데 학교 밖에서는 그렇지 않았죠(웃음). 학교 앞 음악 다방에서 DJ를 했었어요. 당시 학비가 60만원 할 때였는데 학비를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했죠. 소설 변역 아르바이트, 나이트 클럽 DJ도 해 봤어요. 하루에 3탕을 뛰어 학교를 못 나간 적도 있었고요.
 조용한 학생이었지만, 수업 시간에 궁금한 점이 있을 때에는 교수님께 거침없이 여쭤보곤 했어요. 한 번은 경제학 시간에,‘갑과 을이 A와 B라는 두 재화를 취함에 있어’라는 말이 나왔어요. 그러니 무슨 이야기인지 도통 머리에 들어오지 않는 거예요. 그런데 당시 노벨상을 받은 경제학 책을 보니, '톰과 제리가 치즈와 봉봉을 얻기 위해서’라고 나오는 거예요. ‘노벨상 책이면 어려운줄 알았는데….’라는 편견이 깨지는 순간이었죠. 그래서 경제학 시간에 손 번쩍 들고“우리는 왜 맨날 갑과 을, A와 B 재화라는 말을 사용하는 거예요?”라고 교수님께 물었어요. 결과는…. 이런 것을 따지다 보니, 대학 때도 스승님께 이렇게 맞을 수도 있다는 걸 깨닫게 된 시간이었죠(웃음).

라디오 진행 및 방송 출연을 하시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 었나요?
 CBS 라디오 <곽동수의 싱싱경제>를 5년간 진행했었는데, 그 중 가장 슬픈 사연이 기억에 남네요. 경제 프로다 보니 맨날 분석하고 대책 세우 는 것이 전부였는데 하루는 청취자들의 목소리를 들어 본 적이 있었어요. 불경기에 대한 청취자들의 이야기를 듣는 시간이었죠. 경상북도 영주에 사시는 분과 전화 연결을 했어요. 무슨 일 하시냐고 물었는데, 치킨집을 하신대요.그러시더니“, 어제부터 오늘까지 치킨 딱 한마리팔았어요… 우리 어떻게 하면 좋죠?”라고 말하며 방송 중에 펑펑 우셨어요.
 원래 라디오 방송에서는 가게 상호는 물론 가격, 메뉴, 위치를 얘기해 서는 안 돼요. 근데 저는 스튜디오 밖의 PD와 눈빛을 주고 받은 후 얘기 했어요 “경북어디라고요? 무슨닭집? 아이구 이거 말하면 안 되는데, 말 해버렸네…. 닭은 한 마리에 얼마나 해요?”라고 방송했죠. 그러고는“그렇군요. 이거 들으시는 분들 얼마나 될지 모르겠는데, 한 마리 팔았답니다. 이웃돕기 거창한 것 아니거든요. 이 참에 영양보충 하는 게 어떠세요?”라고 했던 적이 있어요.

방송을 하시면서 힘든 순간도 많았을 것 같아요.
 최근 석 달간 저의 인생에 평생 먹을 욕을 다 먹었어요(웃음)….‘일간 베스트’라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제가 무엇을 하든지 난리예요. 예전 에 제가 한 가방 회사에서 강의 후에 선물로 가방을 받은 적이 있었어 요. 이 가방이 일본에서 만들어졌고, 한화로 20만 원 좀 넘는다고 하더 라고요. 그런데 얼마 전에 가방을 방송에 들고 나간 적이 있었어요. 제 가 이 가방을 가지고 다닌지 어언 6년이 넘었는데, 요즘 나온 신제품이 미국 사이트에서 한화로 90만 원 정도 된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누리 꾼들이“90만 원 짜리 가방 들고 다니는 저런 부르주아 놈이 서민을 위 한다는 게 말이 안 된다.”라고 비판을 하더라고요. 그냥 ‘너 미워’라고 하면 될 걸, 꼬투리를 잡아 내고, 그것을 저에게 캡쳐해서 보내고…. 대 응은 따로 안 해요. 민주주의는 내가 입을 틀어 막고 싶은 사람이 있더 라도 그냥 말하게 놔두는 거니까요.

강의나 방송을 하시면 스타일에도 신경이 많이 쓰일 것 같은데 어떤가요?
 특별히 신경을 쓰는 편이에요. 참고로 제 코디는 주로 집사람이 해줘 요(웃음). 지난 연말 대통령 선거 때문에 방송에서 정치 시사 평론을 한 적이 있어요. 이 자리에서 제가 듣고 싶었던 말이 있었어요. 저하고 반대 입장에 있는 보수파 할머니 할아버지들이“저쪽에 앉은 애들은 다 이상 한데 그래도 쟤 말은 좀 들을만 해.”라는 소리를 듣고 싶었죠. 그러기 위 해서 옷도 최대한 단정하게 입고, 너무 젊어보이지 않으려 수염도 길렀 어요. 또‘잘 먹고 잘 사는 법’에 대해 강의할 때에는, 강의자가 정말‘잘 먹고 잘 사는 것’처럼 보이는 것, 저는 이것을‘반짝반짝 하다.’라고 표현 해요. 사람이 좀 반짝반짝해 보이고, 적당히 좀 까칠해 보여야 강의를 할 때도 사람들이 귀담아 듣더라고요. 그런데 친구들이 이런 저를 보면 웃 죠. 제가 평소에 어떻게 하고 다니는지 아니깐요(웃음).
 탤런트 강남길 씨와 친한데, 남길이 형이“그 놈의 수염 좀 뽑아.”라고 해서,“형 나 진짜 밀고 나간다.”라고 해서 밀고 한번 나갔더니. 다음날 “너 얼굴이 엄청 커. 거의 노홍철이야. 수염 길러. 그게 낫겠다.”라고 했어요. 제 머리를 잘라주는 친구는 방송할 때“주로 이쪽에 앉으니까 가르마 방향이 이렇게 넘어가는 게 괜찮지 않겠어?”라고 조언해줘요. 스타일의 영향으로 제가 말하는 내용이 잘 들리게 만들고 싶은 거예요. 그런 부분 에 있어 노력하고 있는 중이죠.

많은 대학생들이 취업이든 창업이든 한 방에 성공하길 바라요. 혹시 이런 학생들에게 충고해 주실 말이 있나요?
 인생에 있어 한 방은 없어요. 주변에 외고, 서울대 나온 후 삼성에 들어 가 승승장구하다가 50세에 퇴직한 친구들 많아요. 돈도 많이 벌어놔서 그 돈이 노후 자금이될수도 있어요. 하지만 그럼 남은 30년은 뭐하고 살아요? 그 사람은 지금부터 또 다른 한방을 찾아야 하는 거죠. 첫 취직은 그야말로 첫 단추인 거예요. 지네발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 거미 발에 신발 신기는 것처럼 한 짝 한 짝 해야 될 게 많아요. 그러니 한 방을 노리 지 마세요.
 20·30대 때 실패를 경험해야지 40·50대에 실패하면 재기가 힘들어요. 그러니 실수 많이 해보세요. 해도 괜찮을 나이예요. 안 하고 후회하는 것보다 하고 후회하는 것이 훨씬 낫거든요. 저는 자꾸 시도해 보라고 얘기하는데, 요즘 친구들은 너무 몸을 사리는 것 같아요.

앞으로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원래 50대가 되면 드라마 대본을 쓰거나, 영화 평론 혹은 문화 평론쪽 을 해봐야겠다고 생각을 했었는데 뜬금없이 정치평론가가 돼버렸어요. 저는 제 삶을 예상하고 살지 않아요.‘살면서 생각해도 돼’주의예요. 그래서 앞으로의 계획이나 꿈, 이런 게 없어요. 지금처럼 그냥 사는 대로 살아갈 거예요. 살아가는 데 있어, 어떠한 것에 대단한 의미를 두고 자신을 얽매면 인생이 정말 심각해져요. 남자들은 별 거 아닌 데 목숨 걸고, 여자들은 정말 아무것도 아닌데 절망하죠. 주변에서“너의 인생을 생각하지 않고 살아가면, 계획된 삶이 아닌 살아가는 흐름에 따라 인생을 생각하 게 된다.”고 얘기해요. 사는 대로 생각하면 어떤데요? 저는 상관 없어요. 큰 문제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아, 제가 91학번으로 박사과정에 들어갔는데, 아직도 마무리를 못했어요. 시험은 다 봤고, 논문만 쓰면 되는데 꼭 논문 쓰려고 할 때마다 일이 생겼어요. 그래서 올해 3월에 논문을 쓸 계획이에요.

마지막으로 올해 졸업하는 숭실인들에게 한 마디 해 주신다면?
 막상 사회에 나가보면 어느 외딴 곳, 낯선 곳에 던져진 느낌이 들 거예 요. 그럴 줄 알았다고 예상해도 실제로 겪는 건 또 달라요. 그런데 기운 빠지지 마세요. 내가 하는 고민의 상당 부분은 실제 일어나지 않아요. 반면 내가 고민하지 않았던 이상한 일들이 많이 생겨 나를 더 힘들게 할 거 예요. 힘든 상황에서, 절대‘왜 내게 이런 일이….’라고 생각하지 마세요. 저 뿐만이 아닌 모든 이들이 그런 과정을 거쳤어요. 고민보다는‘어떻게 하면더행복하고, 어떻게 하면더즐거울까?’라는 긍정적인 생각을 했으 면 좋겠어요. 사실 일은 힘들게 돼 있어요. 그걸 어떻게 이겨낼까에 대해 서고민하고,안되면 비명지를 줄도 알아야 하죠‘. 못해먹겠어.’라고 친구들한테, 부모님한테 어리광도 피워 보시고요.
 그리고 실수해도 돼요. 실수해서 뭔가 배우고 성장하는 것이니까요. 다만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마세요. 실수는 여러 번 해도 되는데, 똑같은 실수를 계속 반복하는 것은 결함이에요. 그건 메워야죠. 같은 실수를 반 복하지 않기 위해 노력하다 보면 조금 더 행복해 질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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