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은솔(문예창작·1) 양

  3월, 봄에 한 발자국 다가간 듯한 날씨와 겨울 내내 보지 못했던 새싹들이 푸른빛의 자태를 뽐내며 새 학기를 알리고 있다. 그러나 이보다도 새 학기, 캠퍼스의 봄을 알리는 주인공들은 따로 있다. 막 자라나는 새싹처럼 싱그럽고 풋풋한 13학번 새내기들이다. 한창 활기찬 대학생활을 꿈꾸는 13학번 학생들, 그 중에서도 입학사정관 대안학교 전형을 통해 입학한 신은솔(문예창작·1) 양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신은솔 양이 나온 산마을고등학교가 대안학교라 들었어요. 어떤 학교인지 소개해주세요.
  제가 나온 대안학교는 자신이 하고 싶은 걸 주체적으로 찾아서 자유롭게 할 수 있는 학교였어요. 수업을 마치고 나면 일반 고등학교처럼 야간자율학습을 하는 게 아니라 방과 후 프로그램에  자발적으로 참여해 자신이 원하는 분야를 공부할 수 있었죠. 또 학교가 자연을 중요하게 생각해 개인 텃밭을 가꾸고 생태 화장실을 쓰는 등 자연과 더불어 사는 삶을 실천했고요. 학교와 소통도 잘 돼서 학사 일정을 선생님들과 회의해 함께 결정하기도 했어요. 학교 구성원들은 마치 가족 같았어요. 규모가 작아서 한 학년에 20여 명의 학생밖에 없어 친구, 선배, 후배 모두 친하게 지내며 즐거운 학교생활을 보냈어요.

 

대안학교를 가다

특별히 대안학교로 진학한 이유가 있나요?
  참고로 저는 중학교도 대안학교를 나왔어요. 고등학교 또한 대안학교로 진학한 건 제가 좋아하고 잘 할 수 있는 분야에 더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에요. 그렇다고 처음부터 대안학교를 생각한 건 아니었어요. 고등학교 진학을 앞 둔 어느 날 예고에 문예창작학과라는 학과가 있다는 걸 알게 됐죠. 글쓰기보다는 소설 읽는 걸 좋아했던 저는 자연스레 ‘아 나도 이런 재밌는 이야기를 쓸 수 있지 않을까’란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예고 진학에 관심이 가기도 했죠. 그런데 고민해보니 예고에서 글 쓰는 방법을 배우기보다 글을 쓰기 위해 풍부한 경험을 많이 쌓는 게 더 좋겠더라고요, 그래서 결국 대안학교를 선택하게 됐죠. 특히 제가 나온 고등학교는 인문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자유롭게 원하는 활동을 맘껏 할 수 있게 해 더 마음이 이끌렸던 듯싶어요. 예고에 가지 않은 걸 후회하지 않느냐고요? 후회하지 않아요. 좋은 경험을 많이 쌓았어요(웃음).


그렇다면 고등학생 때 어떤 활동을 했나요?
  우선 교지 <산삶> 동아리에서 활동했어요. 고등학교에 들어오기 전에 친구 어머니가 주신 산마을고등학교 교지 <산삶>을 우연히 보게 됐는데 너무 재밌더라고요. 문예 동아리의 소설이 실려 있기도 하고 학생들끼리 회의한 내용이나 졸업생, 학부모 이야기 등 다양한 목소리가 담겨 있어 흥미로웠어요. 그래서 교지에서 활동하리라 마음 먹었죠. 고등학생 내내 교지 <산삶> 동아리에서 학생 기자로 활동하기도 하고 편집자로서의 편집 기술도 배웠어요.
  문예 동아리에서 글을 많이 써보기도 했어요. 중학생 때는 단순히 책 읽는 걸 좋아했다면 고등학생 때는 글 쓰는 데 익숙해지고 좋아하려 노력했죠. 문예 동아리에서 친구들과 매주 에세이나 소설 등 주제를 정해놓고 글을 쓰고 함게 공유했어요.
  저희 학교가 방과 후 프로그램이 잘 돼있다고 말씀 드렸잖아요? 방과 후 프로그램 중에서 저는 북토크 수업을 들었어요. 매주 주제를 정해 놓고 그와 관련된 책을 읽으며 의견을 나누는 수업이에요. 이 수업을 통해 인권운동사랑방이라는 시민단체를 알게 됐는데, 이 수업을 계기로 인권운동사랑방 자원 활동가로도 활동했었어요.
  음, 그 외에는 독서 리뷰를 싣는 조그만 잡지를 만드는 일도 해봤어요.

 

 

소설 요리하기

본인이 쓴 소설이 추계청소년문학상에서 예선을 통과하기도 했다던데 어떤 내용인지요?
  문예 동아리를 하면서 썼던 짧은 동화였어요. 청소년의 사랑 이야기를 다룬 소설이었는데, 주인공 여학생이‘말’을 요리할 수 있는 특징이 있었어요. 이야기는 주인공이 한 남학생을 좋아해 남학생과 친하게 지내는 어느 여학생을 질투하면서 시작돼요. 주인공은 질투심에 그만 그 여학생의 ‘말’을 요리해 남학생에게 나쁜 말을 하게 만들어요. 주인공이 원하는 대로 그 여학생과 남학생은 사이가 멀어지죠. 그러나 주인공은 곧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다시‘말’을 요리해 두 학생이 화해하게 만들고 셋이 좋은 친구 사이로 지낸다는 내용이에요.


‘말’을 요리한다니 신선하네요. 그런 창의적인 아이디어는 시상처럼 떠오르나요?
  그럴 때도 있고 고민을 많이 해서 떠오를 때도 있어요. ‘말’을 요리한다는 아이디어는 무얼 관찰하다 문득 떠올랐어요. 어느 날 길을 걷고 있는데 대나무로 만든 공예품을 파는 아저씨를 보았어요. 아저씨가 소쿠리로 뭔가를 걸러내고 있었는데 그걸 보면서 ‘우리가 말하는 말도 이렇게 걸러낼 수 있지 않을까? 혹은 요리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떠올랐어요. 그래서 소설의 소재로 써보았죠.


본인이 썼던 소설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소설은 무엇인가요?
  중학생 때 겪은 실화를 바탕으로 쓴 소설이 기억에 남아요. 아무래도 실화를 바탕으로 한 소설이다 보니 제 청소년기를 추억할 수 있어 더 애정이 가는 것 같아요. 중학생 때도 기숙사 생활을 했는데, 기숙사에서 배달음식을 시켜 먹으면 안 되는 게 규칙이었어요. 하루는 친구들과 규칙을 어기고 선생님들 몰래 배달음식을 시켰어요. 그런데 하필 배달음식 차종과 수학 선생님 차종이 똑같아서 친구가 돈을 내러 갔다가 실수로 수학 선생님 차에 간 거예요. 수학 선생님께 딱 걸리고 말았죠(웃음). 결국 선생님께 무척 혼났지만 잊을수 없는 추억이 됐어요.

 

 “청소년 문예잡지를 만들고 싶다”

청소년 문학과 동화에 관심이 많은 것 같아요. 다른 소설에 비해 쉽게 풀어써야 하는 어려움이 있지 않나요?
  청소년 문학과 동화에 관심이 생긴 건 대안학교에 오고 제 진로를 진지하게 생각하면서에요. 소설을 쓰고 싶었지만 어떤 얘기를 하고 싶은 건지 혼란스러웠어요. 돌이켜보니 제가 글을 쓰기 위해 대안학교에 진학한 게 풍부한 경험을 위해서였고, 그 경험들을 살펴보니 제 청소년기에 걸쳐 있더라고요. 그래서 가장 잘 쓸 수 있는 이야기가 이 시절이 아닐까 싶어 관심을 갖게 됐어요.
  다른 소설에 비해 갖는 어려움은 특별히 없어요. 오히려 쉽게 풀어써야 한다는 생각이 편견이에요. 저도 예전에는 청소년 문학이나 동화가 모두 성장하고 발전하는 이야기를 해야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어요. 그런데 나름대로 책을 읽으며 공부해보니 꼭 그렇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요. 책을 통해 그들의 삶을 그대로 보여주는 게 좋은 거예요. 쉽거나 어렵게 하려는 게 아니라 그들이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만 담으면 되니까 어렵다는 생각이 들지 않아요.


앞으로 이루고 싶은 꿈이 있다면 무엇이죠?
  제가 중학생 때‘문학동네’에서 발간하는 청소년 문예잡지가 있었어요. 중고등학생들이 자신이 쓴 글을 투고하는 계간지인데, 예컨대 단추를 주제로 제시하면 학생들이 이와 관련된 시와 소설을 써서 투고해요. 당시 이 잡지를 보면서 소설에 특히 많은 관심을 갖게 됐는데 이 문예잡지가 중학교 3학년 때 폐간됐어요. 그 때 이루고 싶은 한 가지 꿈이 생겼어요. 언젠가 저도 이런 문예잡지를 만들겠다는 꿈이요.
  이 꿈보다도 더 가까운 꿈이 있다면 고등학생 때 완성하지 못한 여러 글을 완성하는 거예요. 지도 선생님도 없이 친구들과 아무 책이나 펴놓고 눈에 띄는 문장을 읽고 생각나는 글을 쓰곤 했는데 완성시키지 못한 글이 수두룩하거든요.


신입생다운 대학생활의 포부를 들어보고 싶다. 어떻게 보내고 싶나요?
  제가 나온 중고등학교는 특히 작은 공간이었는데 대학은 넓은 공간이잖아요. 그만큼 좀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나보고 싶어요. 아, 좁은 교실이 아닌 대형 강의실에서 수업을 듣는 것도 신기할 것 같네요.
 대학에서만 할 수 있는 활동들도 많이 경험해보고 싶어요. 딱히 구체적으로 생각해둔 건 없는데 학교 신문사나 교지에서 활동하는 것도 고민중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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