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는 수많은 대학들이 있다. 구한말에 시작된 우리나라 근대 대학의 역사를 보면, 매우 흥미로운 사실을 읽을 수 있다. 이를 해석하기 위한 열쇠는 누가 무슨 목적으로 대학을 세웠는지 헤아리는 일이다.

  먼저 일제식민통치세력이 세운 경성제국대학이 있다. 이 대학은 일제식민세력의 통치 목적에 따라 그들의 자금으로 설립되었다. 친식민지식인들이 약육강식의 논리에 터하여 관료를 배출하기 위해 설립했다는 뜻이다.                                                                                                                                               

  다음으로 19세기말 서세동점이라는 서구 제국주의 물결을 타고 조선에 온 선교사들이 문명개화론이나 사회진화론을 앞세워 세운 대학들이 있다. 주로 미국 선교부의 선교 목적에 따라, 그들의 돈으로 세워졌다. 이른바 친서구 사학의 대명사로써, 서양 예속적 지식인을 길러내기 위해 설립되었음을 알 수 있다.

  그밖에 돈 많은 개인이‘가문의 영광’을 위하여 설립했거나 운영하는 족벌·재벌 대학들이 있다. 이들 사립대학은 학문을 그 족벌이나 재벌의 좁다란 이해관계에 비추어 마음대로재단한다. 대체로 교비횡령이나 입시부정 사건이 끊이지 않는다는 특징이있다.

  이에 반하여 숭실은 남다른 역사를 지닌다. 숭실은 미국선교사 윌리엄베어드(배위량)가 세운 이 땅 최초의 근대대학이지만, 미국선교부의 돈만으로 세워지지 않았다. 조선교회가 합심하여‘숭실을 위한 기도회’를 열며 헌금하고, 특히 평양교인들이 해마다 숭실을 위한 기도와 헌금으로 후원하여 세워진 대학이다. 숭실이라는 이름 역시 베어드 홀로 지은 것이 아니다. 베어드가 토종지식인 박자중과 의논하여 함께 지었다. 허(虛)에 대하여 실(實)을 숭상하는 학교라는 뜻이다. 이렇듯 숭실은 세계주의와 민족주의의 만남으로 태어난 특별한 대학이다. 이렇게 특별한 역사를 지닌대학은 숭실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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