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명숙 교수의 <문학이란 무엇인가>

 

 

“문학이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은 그자체로 큰 질문이다. 두 가지 의미에서 그러하다. 학문의 출발점이자 종점이 되어야 할 정의라는 점에서이고, ‘인간이란 무엇인가’,‘ 인생이란 무엇인가’와 같이 인간의 본원적인 문제에 닿아 있다는 점에서이다. 거칠게 정리한다면 전자는 문학을 개념적으로 접근하는 것이며, 후자는 문학을 문학적 체험으로 접근하는 것이다. 둘을 분리해서 생각한다는 것은 사실상 난처한 일이지만, 이 강의는 후자에 보다 무게를 둔다. 문학에 관심이 있든 없든, 문학 전공자이든 아니든, 문학에 대해 보다 개방적으로 다가가는 방법이 후자이기 때문이다. 이는 문학의 본질, 문학의 기능, 문학의 구조 등과 같은 추상화된 개념으로 문학을 천착하기보다는 문학 작품을 읽고 느끼고 말하는 구체적인 체험의 대상으로 문학 작품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에 초첨을 맞추겠다는 관점이다. 후자에서 전자로, 후자를 위해 전자로 나아가는 방향, 즉 문학 작품을 읽고 말함으로써 문학의 개념과 용어를 이해하고 탐구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자 한다.
 문학은 매체의 특성상 다른 예술보다 적극적으로 인생 문제에 연루될 수밖에 없다. 문학의 매체인 언어는 미술의 형(形)과 색, 음악의 소리 등과는 다른 특성을 지닌다. 형과 소리는 애초에 자연이었던 반면, 언어는 애초부터 사회적 소통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인간적 고안물이다. 그만큼 언어는 형이나 소리처럼 의미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미술이나 음악은 그저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족할 수 있다. 음악을 틀어놓고 걸레질을 할수도 있고, 딴 생각을 할 수도 있다. 음악은 듣기(hear)만 하고 감상(listen)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림도 보기(look)만 하고 이해(see)하지 못 해도 좋다. 물론 음악도, 그림이나 조각도 감상자와의 깊은 소통이 최상이다. 다만 그렇지 않아도, 그렇지 못해도 어쩔 수 없는 것이 음악과 미술의 존재론이다. 그러나 문학 작품은 look하기만 하고 see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문학과 연결되는 술어는 look이나 see가 아니라, read인 것이다. 문학 작품을‘읽는다’는 것은‘보다’와 ‘이해하다’가 동시적으로 수행될 수밖에 없는 작업이다. 즉 언어라는 기호(상징) 그 너머의 영역, 즉 의미의 영역에 닿는 일이다. 그 의미의 영역이란 다름 아니라 인생의 문제 아니겠는가.
 의미의 소통을 전제로 할 수밖에 없는 문학의 숙명. 그래서 문학을 읽는 것은 음악이나 미술을 읽는 것보다 쉽다. 다시 말해 문학을 이해하는 일은 음악과 미술을 이해하는 일보다 훨씬 민주적이다. 문맹만 아니라면 누구나 문학을 말할 수 있다. 음악이나 미술을 말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공부와 조예가 필요하지만 문학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뜻한다. 이러한 사실은 아이러니하게도 많은 사람들을 문학 감상의 아마추어에 머물게 하고, 아마추어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프로라는 착각에 빠지게도 한다.
 문학 감상의 아마추어에 머물러 있다고 해서 나무랄 이유는 없다. 문학 감상의 프로라고 착각하고 있는 경우가 문제다. 문학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우리 모두가 문학 감상의 프로가 된다면 더 바랄 나위가 없겠다. 그래서 <문학이란 무엇인가>라는 강의는 문학 감상의 프로가 되고 싶은 학생, 자신이 문학 감상의 프로라고 생각하는 학생들이 들었으면 좋겠다.
 우리는 보통 문학 작품을 읽고 난 뒤 소감을 말할 때,“ 좋다(/싫다)”혹은“잘썼다(/별로다)”등과 같은 평가를 한다. 만약“좋다”혹은“잘 썼다”의 다음을 이어가지 못한다면 그는 아마추어 독자이다. 예컨대“왜?”라는 물음에“그냥”이라든가“, 내취향이아니다”로 말하는 경우이다. 문학 작품에 대한 평가는 오히려 괄호를 치고 작품의 의미가 무엇인지로 말문을 열 때 해석의 길은 열린다.
 해석의 최저선/최고선, 최소치/최고치가 있다. 좋은 해석이란 해석의 최고선(최고치)에 도달하는 것이 아니다. 해석의 최저선과 최고선을 가로지르는 것이다. 그것은 나와 작품, 나와 세계(현실,역사), 나와 작가 등등의 관계에서 나의 쪽에서도 아니고, 타자의 쪽에서도 아닌, 나와 타자의‘사이’로 관점을 이동할 때 가능하다. 우리들은 어떤 의미를 받아들이거나 사태를 판단할 때 부지불식간에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기도 한다. 그러므로 좋은 독자가 되기 위해서는 내 관점이 어디에 놓여있는지부터 점검해야 한다. 내 관점과 다른 쪽이 무엇인지 생각해보고 이쪽에서 저쪽으로가 아니라 이쪽과 저쪽의‘사이’로 시점을 이동하기. 문학 작품이란 대상을 두고 그것을 연습하고 실천함으로써 인생의 다양성을 발견하고 인생의 깊이로 내려갈 수있다면……. 문학과 인생을 사랑하게 되고 그 사랑 때문에 문학 연구자가 되고 문학 제작자가 되고자 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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