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난 대학생활 동안 참가했던 다양한 대외활동 중에서 미국 하버드 대학교에서 열린 Harvard Pacific Asia International Relationship(HPAIR) 컨퍼런스에 참석한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HPAIR는 오랜 역사를 가진 유명한 컨퍼런스다. 총 나흘에 걸쳐 Health, Education, Energy 등 여러 분야의 주제로 나뉘어서 이뤄진다. 컨퍼런스는 각 분야에서 저명한 교수와 전문가들을 모셔 강연을 듣고 그룹별로 토론한 뒤, 최종 프레젠테이션을 발표하는 과정으로 구성돼 있다. 전 세계의 다양한 대학생들이 참여하는데, 영문 자기소개서, 이력서, 관심분야에 대한 essay를 제출해야 하고 심사를 거쳐 최종적으로 선발된다.


  나는 Health 분야에 참가했고 하버드대를 비롯한 뉴욕대·보스턴대 등에서 오신 교수님들과 전문가로부터 슈퍼박테리아·조류독감·에이즈·식량문제 등에 대한 강의를 들을 수 있었다. 매 강의마다 교수님과 학생들은 자유롭게 토론하고 많은 의견을 교환했는데 심지어 강의보다 의견을 나누는 시간이 더 길어지는 경우도 많아 다른 외국 친구들과 여러 이야기를 나누곤 했다. 또한 외국 친구들과 하버드대 캠퍼스를 돌아다니며 친분도 쌓고 각자의 전공이나 연구 분야에 대한 흥미로운 대화도 많이 나눴다. 내가 꿈꾸던 이상적인 대학생활의 모습을 컨퍼런스 내내 경험할 수 있었다.


  하지만 어려운 점도 있었다. Health 분야의 참가자 중 1학년 학부생은 나 혼자였고, HPAIR는 나의 첫 번째 국제 경험이었다. 생활의 모든 것이 100% 영어로만 이루어진다는 점 또한 쉽지 않았다. 그러나 최고의 환경을 직접 경험할 수 있는 귀중한 기회였고, 무엇 하나도 놓치고 싶지 않아 적극적으로 컨퍼런스에 임했다.


  우리 팀은 최종 프레젠테이션을 위해 수시로 토론을 했다. 나는 당시에 한국의 큰 이슈였던 광우병 문제를 토론에 이끌어 냈고, 이것을 한국의 정치적·의학적 관점에서 설명하고 진행했다. 각국의 사례를 비롯한 많은 의견이 오갔고, 이 주제는 관심을 많이 받았다. Health 이슈는 인류를 질병의 위협에서 보호한다는 점에서 보편적이고 중요한 문제이며, 이를 고려할 때는 기술이나 과학의 관점에서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다양한 관점에서 솔루션을 도출해야 한다는 것에 다 같이 공감했다.


  HPAIR에서 높은 수준의 글로벌 역량을 가진 친구들과 함께한 시간은 나를 많이 성장하게 했다. 첫째로 유창한 외국어 의사소통과 자연스러운 친화력을 갖추는 것이 왜 중요한지, 그리고 그 능력을 어떤 식으로 발휘해야 하는지에 대한 디테일한 깨달음을 얻었다. 또한 수많은 사람들 속에서도 눈에 띄는 명사들의 리더십은 큰 영감이 되었고, 넓은 세상을 바라볼 수 있게 됐다. 같은 것을 보고도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게 됐으며, 어느새 부쩍 성장한 나를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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