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학은 지방캠퍼스, 졸업은 서울캠퍼

  서울권 대학의 지방캠퍼스에 입학해 서울캠퍼스에서 졸업장을 받는 학생들이 있다. 지방캠퍼스를 운영중인서울권대학이 ‘소속변경’ 이라는 제도를 통해 지방캠퍼스의 학생을 서울캠퍼스로 보내주는 것이다. 소속변경이란 지방 캠퍼스 학생이 어떤 자격이나 시험을 통과하면 학적을 서울 캠퍼스로 바꿔주는 제도다. 캠퍼스 간의 교류를 도모하고 학생들에게 보다 넓은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도입됐으며, 졸업 시 서울 캠퍼스 학생들과 똑같은 졸업장과 각종 증명서를 받게 된다. 현재 △경희대 △건국대 △고려대 △동국대 △연세대 △중앙대 △한양대 △홍익대 등 서울권의 8개 대학 중 4개 대학이 소속변경 제도를 통해 지방캠퍼스의 학생을 매년 2~30여 명씩 서울캠퍼스로 보내고 있다.

서울권 대학 중 소속변경을 실시 중인 학교는?

  본지가 조사한 서울권 8개 대학 중 △고려대 △동국대 △연세대 △한양대의 4개 학교가 소속변경 제도를 실시하고 있었다. 특히 이 4개 학교는 소속변경 제도뿐만 아니라 캠퍼스 간 이중전공 제도를 통해 재학생의 자유로운 캠퍼스 간 이동을 허용하고 있다. 고려대와 연세대는 해마다 30여 명의 학생이 소속변경 제도를 통해 학적을 변경하고 있다. 동국대도 매년 3~40명의 경주캠퍼스 학생이 소속변경을 통해 서울캠퍼스로 이동한다. 한양대는 4개 학교 중 가장 적은 학생이 소속변경 제도를 이용하고 있었다. 한양대 서울캠퍼스 학사팀 관계자에 따르면 2013학년도 에리카캠퍼스 학생 중 12명이 소속변경 제도를 통해 서울캠퍼스로 이동했다. 건국대와 홍익대는 소속변경 제도를 실시하고 있지 않았다. 건국대는 소속변경뿐만 아니라 캠퍼스 간 이중전공도 허용되지 않는다. 글로컬캠퍼스 학생이 서울캠퍼스에서 수업을 듣는 것은 원 전공과 제2전공 외에 제3전공을 택할 때 가능하다. 홍익대는 캠퍼스 간 복수전공은 가능하지만 소속변경은 할 수 없다. 홍익대 서울캠퍼스 입학관리팀 관계자에 따르면 조치원캠퍼스 학생이 서울캠퍼스로 학적을 변경하려면 편입제도를 이용하는 방법이 유일했다. 경희대와 중앙대는 서울캠퍼스와 지방캠퍼스가 통합돼 있어 전과 신청을 통해 캠퍼스 간 자유로운 이동이 가능했다. 경희대 서울캠퍼스 입학관리처 관계자는“경희대는 서울캠퍼스와 국제캠퍼스 간 중복된 학과가 없어 다른 캠퍼스의 전공을 원하는 학생은 누구나 전과신청을 통해 캠퍼스 이동이 가능하다.” 며“국제캠퍼스 학생이 서울캠퍼스 전공으로 전과를 신청했을 때, 서울캠퍼스 학생들과 비교해 불이익은 전혀 없다.” 고 전했다. 중앙대 또한 2012년 본·분교 통합 이래로 안성캠퍼스와 서울캠퍼스 간의 전과가 자유롭게 이뤄지고 있다.

소속변경 제도, 수험생에게 인기

  고려대 세종캠퍼스 홈페이지 학사행정 문의게시판과 입학처 홈페이지의 Q&A 게시판에는 최근 1년 내 소속변경에 대해 25개의 문의 글이 올라왔다. 연세대 원주캠퍼스 입학처 홈페이지 Q&A 게시판에도‘서울캠퍼스’ 라는 단어로 검색 버튼을 누르자 ‘원주캠에서 서울캠으로’ ,  ‘서울캠퍼스로 소속이동 질문드립니다’등 34개의 관련 글을 볼 수 있었다. 지난 1월 29일 방영된 SBS 뉴스에 따르면 실제로 고려대와 연세대가 소속변경 제도를 도입한 6년 전부터 지방캠퍼스의 입결과 경쟁률이 크게 상승하는 중이다. 이처럼 소속변경 제도는 명문대 타이틀을 따고자 하는 수험생들의 관심을 끌고있다. 그러나 학교는 소속변경만을 목적으로 지원하는 학생들에 부정적이지 않다. 오히려 소속변경 제도를 적극적으로 홍보한다. 고려대는 세종캠퍼스 2013학년도 홍보 동영상에 “세종에서 안암으로, 안암에서 세종으로, 캠퍼스 간 상호 연계교육을 실시…소속변경 제도” 라는 문구를 제시하며 수험생을 대상으로 소속변경 제도를 홍보하고 있다. 동국대도 경주캠퍼스 입학처 홈페이지 메인화면에‘캠퍼스 간 교류제도’ 를 띄워 수험생에게 소속변경 제도를 알리고 있다. 연세대는2013학년도홍보책자에 “캠퍼스를 원하는 대로 바꿀 수 있는 소속변경 제도, 연세의 이름으로 하나가 됩니다” 라는 문구를 싣고, 소속변경 제도에 대한 설명을 담았다. 한양대 또한 수험생에게 소속변경 제도를 적극 알리고 있다. 한양대 에리카캠퍼스 입학팀 관계자는 “수험생 위주로 소속변경 제도를 알리고 있다.” 며“모집요강과 책자에 소속변경 제도에 대한 안내가 되어 있고, 입시설명회에서도 홍보해 학생들이 많은 관심을 보이고있다.” 고말했다.

현실은 0.3%만 가능

  소속변경 제도는 홍보 동영상과 책자, 입시설명회에서까지 적극 홍보되고 있지만 실제로 이를 이용해 지방캠퍼스에서 서울캠퍼스로 올라가는 학생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높은 학점 기준과 우수한 공인영어성적이 필요할 뿐더러 정원 자체가 매우 적기 때문이다. 소속변경 제도 정원은 편입학 정원에 포함되는데, 이는 본교에 정원이 생겨야만 가능하다. 고려대와 연세대의 경우 편입학 정원의 소속변경 학생을 편입학 정원의 15% 내로 제한하고 있다. 만 명이 넘는 재학생 중 30여 명의 학생만 소속변경 제도를 통해 서울캠퍼스로 이동할 수 있다는 것인데, 이는 재학생의 0.3%에 불과하다. 한양대는 편입학 정원의 20% 내에서 선발하는데, 2013학년도에는 12명의 학생만이 소속변경제도의 혜택을 받았다. 한양대 서울캠퍼스 학사팀 관계자는“2013학년도 소속변경은 일반편입과 비슷한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며“12명이면 서울캠퍼스에 각 학과 당 1명의 학생만이 선발된 것으로 학생들이 소속변경을 통해 학적을 이동하는 것은 매우 어렵고 힘든일” 이라고전했다. 연세대 원주캠퍼스 경영학과에 재학 중인 A양은 “소속변경 제도의 기준을 충족시키려면 과에서 계속 1등이나 2등을 하며 동시에 토익과 토플 등 공인영어인증성적을 준비해야 한다.” 며 “입학 당시에는 소속변경을 통해 꼭 서울캠퍼스로 올라가고 싶었지만, 학점을 잘 받는 것도 힘든데 다른 준비까지 병행해야 하니 부담스럽고 지쳐서 포기하게 됐다. 소속변경을 바라보고 들어온 동기도 같은 상황이다.” 고 말했다. 연세대 원주캠퍼스 사회과학부에 재학 중인 B군 역시 “소속변경을 바라보고 입학했는데 막상 준비해보니 매우 벅차고 힘들다.” 며 “막 입학한 새내기인데 학점관리와 토플 준비를 병행하느라 개강총회나 동아리 모임은 꿈도 꾸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학교의 소속변경 제도 홍보는 과대광고

  한양대 에리카캠퍼스 광고홍보학과에 재학 중인 C양은“다른 서울 중위권 대학과 고민하던 중, 입시설명회에서 소속변경 제도에 대한 안내를 받고 이곳에 지원하게 됐다.” 며“홍보 책자와 공식적인 설명회에서 계속된 홍보가 있었기에 꽤 많은 학생을 서울캠퍼스로 보내주는 줄 알았다. 만 명이 넘는 학생 중 10여 명의 학생만 혜택을 받는 것이라면 소속변경 제도를 적극적으로 홍보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고 말했다. A양 역시“소속변경에 대한 학교의 홍보나 주위 이야기를 듣고 학벌세탁을 목적으로 입학한 동기들이 꽤 있다.” 며 “학벌세탁만을 목적으로 입학을 결정한 학생들도 문제지만 수험생들에게 ‘여기 들어와 조금만 열심히 하면 너도 명문대 학생이 될 수 있다’ 는 허황된 꿈을 심어주는 학교의 과도한 홍보도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 고 전했다. 이처럼 소속변경 제도에 대한 학교의 적극적인 홍보만 믿고 지방캠퍼스에 진학한 학생들은 ‘좁은 문’ 과 높은 기준에 실망하고 있다. 소속변경 제도에 대해 보다 솔직하고 현실적인 홍보가 요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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