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교 학생 A군은 지난해 고시반 입실 시험에 합격했다. 이에 그는 부모님에게 손을 벌리지 않고 고시준비를 할 수 있게 됐다. A군에게는 수험 준비 비용이 일부 지원되고, 우수 실원으로 선정되는 달에는 식비 15만 원 또한 제공된다. 집이 멀지 않지만 이번 학기 기숙사에 저렴한 가격으로 입사할 수 있게 돼, 통학시간을 줄여 공부에만 전념할 수 있다. 또한 공부를 할 때마다 도서관에 가 자리를 맡는 수고는 이제 더 이상 하지 않아도 된다. 개인 책상이 제공되고, 동영상 강의를 들을 수 있는 시설이 고시반에 모두 갖춰져 있기 때문이다.

본교 고시반 혜택은 어떠한가

  A군을 비롯해 본교 고시반에서 공부 중인 모든 학생들은 △고시반 내 세미나실 △스터디실(시청각시설) △컴퓨터실 △체력단련실 △휴게실 이용이 가능하다. 이와 더불어 매년 일정 금액의 수험 준비 비용이 지원된다. [표1]에서 보듯 △사법시험반: 130만 원 △공인회계사반·변리사반·행정시험반·기술고시반: 90만 원 △7급 공무원반: 80만 원 △법학전문대학원반·의학전문대학원반·언론고시반·신학전문대학원반·공인노무사반·관세사반·임용고시반: 60만 원이 지원된다. 매 학기 성적 우수자는 저렴한 가격으로 기숙사를 쓸 수 있다. 이는 사법시험반·공인회계사반·변리사반·행정시험반·기술고시반·7급공무원반만이 대상이며, 매달 5만 원씩 6개월을 합산해 30만 원만 내면 된다.
  한편 △사법시험반 △공인회계사반 △변리사반 △행정시험반 △기술고시반의 경우 고시반에서 공부한 학생이 1차 시험에 합격할 경우 두 학기 등록금이 면제되고, 별도의 장학금까지 지급된다. 공인노무사반과 관세사반의 경우에는 두 개 학기 등록금만이 면제된다. 1차 고시 합격 이후, 각 고시에 최종합격을 할 경우에는 졸업 전까지 위와 같은 모든 혜택이 지속된다.

대학들의 고시반 지원 경쟁

  현재 고시 전용관을 운영 중인 서울권 대학은 △광운대 연촌재 △건국대 일우헌 △서강대 토마스모어관 △성균관대 양현관 △중앙대 퓨처하우스 등이다. 숙명여대는 지난 1월 16일(수) 명신관에 통합고시반 지원센터를 개관했다. 숙명여대 취업경력개발원 관계자는 “원래 본교에 고시반이 있었는데, 여러 군데로 흩어져 개별적으로 관리하던 것을 한 곳으로 모았다.” 고 말했다. 이에 숙명여대 총학생회 관계자는 “고시반이 들어서 있는 명신관은 원래 과방이 있던 곳인데, 학교가 과방을 밀어내고 고시반을 확충한 것” 이라며, “총 5층짜리 건물에 2층에만 학생들의 휴게실을 만들어 주고, 나머지는 고시반을 위한 공간으로 배정된 데 대해 불만을 토로하는 학생들이 있다.” 고 답했다.
  본교와 같이 고시 합격생에게 장학 혜택을 주는 곳도 있다. 숙명여대는 고시 1차 합격자에게 1년간 장학금을 지급한다. 건국대는 1차 합격 시 1학기 등록금을, 최종합격 시에는 전액 장학금을 졸업할 때까지 제공한다. 서강대의 경우 금전적 지원뿐만 아니라 △상담·요가 프로그램 △수험생과 고시 합격 동문을 이어주는 멘토링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건국대는 일우헌 입실자 190명을 선발해 모두 전용 기숙사에서 생활하게 한다. 선발된 학생들은 식비 16만 원만 납부하면 따로 한 학기 생활비는 들지 않는다. 한양대 공인회계사반의 경우, 매달 평가시험을 통해 고시원에서 한 달 동안 무료로 식사를 할 수 있는 식권을 발급해 준다.

고시 합격자수 늘려 학교 위상 높인다

  대학들이 이렇듯 고시 합격자 배출을 위해 노력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본교 고시반 담당 김진명 팀원은 “대학평가지표에 고시 합격자 수가 반영돼 이를 간과할 수 없다.” 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경영평가팀 류진호 팀장은 “고시 합격자 수가 외부 평가지표에 반영되는 경우는 없다.” 며 “고시 합격자수가 많다면 학교의 위상이 대외적으로 제고되고 학생들이 학교에 자긍심을 많이 갖기 때문에 지원하는 것” 이라고 답했다. 전략기획팀 김기영 팀장은 “고시생 배출이 학교의 인지도 상승의 효과도 있지만, 요즘 같이 취업률이 중요한 사회에서 취업률 상승도 목표로 하고 있다.” 고 답했다. 그는 이어 “앞으로 고시반 지원은 현 지원 정도를 유지할 생각이지만 매년 실시하는 각 고시반 실적 평가에서 학교가 설정한 목표치에 미달한 고시반의 경우에는 예산을 차등 지급할 가능성이 있다.” 고 말했다.
  타대도 본교와 마찬가지로 고시 합격자 수는 곧 학교의 위상과 직결된다는 입장이다. 건국대 국가고시관 일우헌 관계자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학교 내에서 고위 공직자를 만들어 학교의 위상을 높이는 데 지원 목적이 있다.” 고 답했다. 서강대 토마스모어관 관계자는 “서강대 교육이념에 부합하는 인간상을 가지고, 공공부분의 리더로 공직에 나가 사회에 공헌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지원해 주고 있다.” 고 말했다.

비고시반 학생들 고시반 지원에 차별 느껴

  학생들이 이 같은 고시 지원을 모두 반기는 것만은 아니다. 인하대에 재학 중인 B양은 “우리가 낸 등록금이 그들의 개인적인 공부를 위한 지원금으로 쓰이는 것은 옳지 못하다.” 며, “고시공부를 하지 않는 일반 학생으로서는 고시 지원이 차별로 느껴진다.” 고 답했다. 본교 전라남도 광양에 주소지가 있는 C양은 “거리가 가까운 고시생들에게도 기숙사를 지원해 주는 것은 불공평하다.” 며, “ 이번 학기 기숙사에 떨어져 자취를 하고 있는데, 단순히 고시 공부를 한다는 이유만으로 그들에게 기숙사 방을 내주는 것에 화가 난다.” 는 입장이다. 상대적으로 고시 지원자가 적은 이공계열 학생들에게도 고시반에 대한 불만이 제기됐다. 성균관대 공과대학에 재학 중인 D군은 “고시반에 해당하는 시험은 주로 문과생에 편중돼 있다.” 며, “ 이공계열 학생은 고시반에 거의 해당되지 않는 것에 불공평하다고 느낀다.” 고 답했다.

고시반 학생들 “지원 부족해”

  정작 각 대학 고시반에서 혜택을 받고 있는 학생들은 혜택에 대해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성균관대 양현관의 E군은 “잘 하는 사람에게는 장학금 추가 지급 등의 형태로 더 지원을 해줄 필요성이 있고, 부족한 이들에게는 잘 할 수 있도록 추가 지원이 필요하다.” 는 입장이다. 성균관대 사마헌의 F군은 “혜택이 1차보다는 2차에 집중되어 있다는 것이 문제다.” 라고 말했다. 본교 회계고시반 G군은 “본교는 기숙사를 지원하는데 있어 4인 1실을 제공한다.” 며 “2인 1실을 개조한 4인 1실이어서 학생들이 불편함을 느끼고 있다.” 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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