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부터 미국 하버드 대학의 마이클 샌델(Michael J. Sandel)교수의『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저서가우리나라에서 베스트셀러가 되고 있다. 이 책이 베스트셀러가 된 이유는 여러 가지로 말할 수 있겠지만, 그 중에 한 두 가지를 말하자면, 우리 사회가 보다 정의로운 사회가 되기를 원하는 사람들과 정의가 무엇인지를 알고 싶은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의(Justice)를 정의(definition)하기는 쉽지 않다. 많은 철학자들이나 정치학자들이 각기 정의를 다르게 규정했기 때문이다.

  정의란 무엇인가를 묻는다면, 고대 그리스 철학자인 아리스토텔레스(Aristotle)는 정의를 분배적 관점에서 보아‘각자에게 주어진 각자의 몫을 주는 것’이라고 하였다. 공리주의자들에게 정의란 ‘최대다수의 최대행복’이다. 공리주의를 반대했던 독일의 철학자 칸트(I. Kant)에게 정의는‘인간 스스로의 자율성을 가지고 선의지에 따라 행위 하는 것이'다. 또한 자유지상주의자들은‘아무 간섭 없이 개인의 자유를 구현하는 것’이라고 한다. 이처럼 정의에 대한 주장은 다양하다. 따라서 이 수업은 정의에 대한 다양하면서도 복잡한 사례들을 시하고 그 문제를 토론하면서 시작한다.

  “전차가 시속 100㎞로 달린다고 합시다. 앞에 인부 5명이 일을 하고 있다. 브레이크는 말을 듣지 않고, 이 속도로 가면 5명의 죽는다. 그런데 오른쪽에 비상철로가 보인다. 그곳에도 1명이 일을 하고 있다. 당신이 기관사라면 어디로 갈것인가?”

  이러한 질문에 어떤 학생들은“1명 쪽으로 가야 한다고 한다”, 다른 학생은“원래대로 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럼 어느 쪽이 맞을까? 사실 이 둘은 어느 쪽을 선택하든 맞기도하고 틀리기도 하다. 즉 1명 쪽으로 가야한다는 주장은 많은 사람을 살리는 것이 더 정의롭다고 각하는 공리주의적인 입장을 그리고 원래대로 가야한다는 것은 의무론적 입장을 나타낸다.

  공리주의는 현대를 대표하는 주장이다. 이들에게‘최대다수의 최대행복’이 정의이다. 앞에서의 예를 보자. 5명이 있는 철도가 아닌 1명이 있는 곳으로 가야한다는 공리주의적 주장은 한 사람보다 다섯 명의 생명을 구하는 것이 옳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래서 공리주의는 결과를 중시한다. 행위에 과정보다는 결과가 좋으면 그것은 곧 선이고 정의가 된다. 이에 반해 칸트는 공리주의에 반대하여 행동을 도덕적으로 만드는 것은 결과가 아니라 동기임을 주장하였다. 그래서 결과가 아니라 동기가 중요하다고 본다. 따라서 칸트에게 있어서는 가던 길을 가는 것이 옳은 것이 된다. 이렇듯 입장에 따라 정의가 달라질 수도 있다.

  또 다른 사례를 보자. 농구 천재 마이클 조던은 전성기에 1년 총수입이 7,800만 달러였다. 조던이 받는 돈이 합당한 것일까? 이런 질문에 학생들의 의견은 분분하다. 합당하다는 주장과 그것은 너무 과하다는 주장이 맞선다. 합당하다는 주장은 자유지상주의 입장이다. 자유지상주의는 개인의 노력으로 이룬 것에 대해서는 개인이 공정하게 번 것이라면 존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조던이 많은 돈을 버는 것은 그의 천재적인 농구 실력 덕분이라고 한다. 따라서 자신의 능력으로 열심히 노력하여 받는 댓가는 그의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반대하는 쪽은 조던이 행운아라고 말한다. 만일 조던이 아프리카의 가난한 나라에 태어났다면 유명한 농구선수가 될 수 없었을 것이다. 따라서 그의 행운은 자신의 것이라고 하기에 너무 크기에 다른 사람들과 나누는 것이 정의에 부합하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사례를 통해서 동일한 사건이라고 할지라도 자신이 가지는 신념이나 이론에 따라 서로 다른 입장을 가지게 된다는 것을 알게 된다. 고대의 아리스토텔레스에서 시작하여 근대 사회 계약론자들, 그리고 현대 미국의 자유주의자들과 공동체주의자들에 이르기까지 많은 학자들이 개진한 정의론을 배움으로 현대사회의 복잡한 문제들을 올바르게 바라볼 수 있게 도와준다. 그래서 이 수업은 학생들의 세상을 보는 눈을 한 단계 높여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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