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기가 시작되고 서서히 봄기운이 돌기 시작하면서 캠퍼스는 학생들로 북적인다. 여기서 말하는 학생들이란 당연히 남학생·여학생 구분없는, 그냥‘퉁’쳐서 대학생을 의미한다. 남녀 학생들이 함께 강의실에서 수업을 듣고 도서관에서 공부하며 식당에서 함께 밥을 먹고 캠퍼스에서 자유롭게 함께 어울려 활동하는 모습은 자연스럽고 일상적인 모습이기에 그다지 특별할 것이 없다. 우리나라의 몇 개의 대학을 제외하고 대학 교육은 남녀가 함께 공부하는 혼성교육의 형태를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혼성교육과 단성교육의 효과성에 대한 논의는 교육학계에서 지속적으로 있어 왔는데, 요지는 이 두 개의 방식 중 어느 것이 교육적 효과가 더 큰가에 관한 것이다. 한국교육개발원의 자료에 따르면 전통적으로 우리나라는 유교문화 등의 영향으로 남녀 단성교육 형태가 주를 이루다가 1970년대를 거치면서 남녀공학 학교 수가 증가하여 2008년 기준으로 전체 중학교의 74%, 고등학교의 53%가 남녀공학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한다. 이와 같은 이유는 자연스러운 남녀 간의 상호작용을 통해 지·덕·체의 고른 발달촉진과 인성교육 및 양성평등에도 효과적이라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교육계에서 단성 교육이 다시 관심을 받고 있는데, 특히 중·고등학생의 경우 남학생과 여학생 간의 성장 및 발달상의 차이로 인한 남녀학생들의 생활지도에서의 어려움, 남학생이 여학생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조한 성적 등의 이유를 들어 남녀 학생을 분리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측면이 부각되고 있다.


 유사한 맥락에서 최근 남녀공학이 고등학생의 수능 성적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지난 3월 말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전국의 6900여 명의 학생을 대상으로 실시한 연구에 의하면 남녀공학 고등학생의 국어·영어·수학 수능 점수가 남고나 여고 학생에 비해 평균 4점 가량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그 부정적 효과는 여학생에게 더 크게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이러한 이유에 대해서 연구진은 휴대전화, 컴퓨터 채팅, 자신을 드러내기 위한 홈페이지나 블로그 관리 등에 더 많은 시간을 쓰면서 이성에게 더 잘 보이고 싶은 마음이 커져 공부하는데 소홀하다는 점을 지적하였다.


 위 연구결과를 보도하고 있는 신문기사를 보면서 왠지 남녀가 같은 곳에서 공부하면 학업성적이 떨어질 수 있다는 면만을 너무 부각시키는 것 같아 마음이 약간 씁쓸하다. 만약 단성교육이 대학생들의 학업성적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면 대학교육에서도 남녀를 분리할 것인가? 회사 및 조직에서도 남녀가 분리되어 근무하는 것이 직원들의 근무실적 또는 성과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면 남녀 직원이 따로 근무하는 환경을 만들 것인가? 남녀 상호간의 이해와 존중, 협력하는 태도, 정서 순화, 건전한 이성교제, 양성평등 등은단순히 책을 읽어 머리로 이해하고 시험점수를잘 받기 암기해야하는 것들에 불과한가 하는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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