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한국외대, 최근 자유전공학부 없애고 신설 학부로 흡수시켜

  자유·자율전공학과(부)(이하 자전)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자전 자체가 폐지되거나 학과(부)생이 전공을 선택하는 과정에서 특정 학과로 편중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연세대는 오는 2015년까지 단계적으로 모집 정원을 감축하여 2016년에는 자전을 일체 폐지하기로 결정했다. 한국외대는 사회과학대 소속의 자전을 내년에 신설되는 LD(Language & Diplomacy)학부로 변경한다. 서울권 내의 대학 중 자전이 폐지된 학교는 본교를 비롯해 성균관대와 중앙대가 있으며, △건국대 △경희대 △고려대 등에서는 자전이 운영되고 있다.

융합적 인재 양성을 위한 자전
  자전은 입학 이후 다양한 학문을 접하고 적성에 맞는 전공을 직접 선택해 진학할 수 있는 학과 및 학부다. 자전 입학생들은 특정한 전공 영역 없이 교양 과목과 기초 교육 등 다양한 분야를 학습한 후, 2학년으로 올라가면서 주 전공을 결정한다. 대학들은 개방적인 사고력과 공동체적 가치관을 지닌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자전을 도입했다.

  한편 지난 2009년에 법학전문대학원(이하 로스쿨) 체제가 시작되면서 △경희대 △고려대 △서울대 △성균관대 △서울시립대 △연세대 △중앙대에서 자전이 출범되기도 했다. 이 대학들은 로스쿨 개원으로 법학과(부)의 정원을 받아 자전을 신설했다.

출범 3~4년 만에 폐지하는 대학들
  대학가에서는 도입 3~4년 만에 자전을 폐지하는 추세다. 연세대의 자전 폐지는 언더우드국제대(이하 국제대) 학부생의 증원이 원인이다. 국제대가 내년부터 글로벌융합학부와 과학공학부를 신설해, 정원이 250명에서 450명으로 증가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교육과학기술부에서 수도권 사립대학 증원 제한 방침을 두고 있어, 연세대 자전 정원은 국제대 인원으로 충당된다. 국제대의 두 학과가 신설되는 이유에 대해 연세대 교무처 관계자는“미래지향적이고 지속 가능한 전공을 만들기 위해 1년간 연구한 결과로 글로벌융합학부와 과학공학부를 개설하게 됐다.”고 전했다. 자전 폐지에 대한 학부생들의 반발이 있었지만, 지난 4일(목) 연세대학교 측과 자전 학생회는 자전을 점진적으로 폐지하는 데에 합의했다.

  한국외대는 사회과학대 소속의 자전을 내년에 신설되는 LD(Language & Diplomacy)학부로 변경한다. LD학부는 고급 외교관 및 고위 공직자 양성을 목표로 하는 학부다. 한국외대 관계자는“외국어를 특화하는 학교인 만큼 학교의 특성을 살리기 위해 LD학부를 신설하게 됐다.”고 말했다.

  성균관대는 지난해 자전을 폐지했는데, 취지와 다른 운영과 낮은 입시 결과가 그 원인이었다. △공공사회 연구과정(행정고시) △사회규범 연구과정(로스쿨) △인간문화 연구과정(대학원)의 트랙을 교육함으로써 공직과 법조계에 인재를 배출하려 했으나, 실제로는 목표와 다르게 운영됐다. 뿐만 아니라 우수한 법학과 지원자를 흡수하려던 계획도 무산돼 자전을 없앴다. 성균관대는 자전을 글로벌리더학부로 개편해 법조계와 정책학을 주안으로 교육하는 학부로 전환시켰다.

  중앙대 자전은 행정고시·로스쿨 시험 중심의 본래 교육 방향과 동떨어진 전공 선택으로 지난 2010년 폐지에 이르렀다. 현재는 일부 자전 인원을 수용해서 정책과 로스쿨·국가고시 등의 행정을 준비하는 공공인재학부로 운영 중이다.

  본교는 문과계열의 연계 전공제를 도입하는 차원에서 2006년에 인문사회계 자전을 신설했다. 당시 학생들은 법대를 제외한 문과대학으로 전공 이수가 가능했다. 이공계의 경우, 2008년에 프리메드전공이 도입돼 2학년 진학 시 자연과학대학 혹은 공과대학 및 IT대학 중에서 전공분야를 선택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인기 학과 편향 지원 등의 문제점이 지적돼 인문사회계 자전과 프리메드전공은 2009년에 폐지됐다.

자전은 인기학과 준비 반?
  융합 인재 육성이라는 본래 자전의 취지와는 달리, 대부분의 학생이 취업에 유리한 학과를 선택해 특정 학과로 쏠리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고려대와 연세대에서는 학생들이 다양한 학문을 접할 수 있게 한다는 목표와 달리, 경제·경영학과 등 인기 학과를 선택하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겸 자유전공학부 권태훈(세무학과·3) 학생회장은“서울시립대 자전 학생들은 원하는 인문계열 학과에 진학할 수 있지만, 거의 모든 학생들이 세무학과를 선택한다.”고 말했다. 경희대 자전 관계자는“경희대 자전 학생들의 전공 선택이 취업과 연관된 학문인 상경계열로 집중돼 있다.”며“그 중 40%가 상경계열을 전공하는데, 문제라기보다 현재 사회의 추세로써 발생하는 현상이다.”라고 전했다.

  본교도 인문사회계 자전이 있던 당시 06학번이 △경영 : 56% △언론홍보 : 20%, 07학번은 △경영 : 39.7% △언론홍보 : 31%, 08학번도 △경영 : 51.7% △언론홍보 : 27.6% 로 전공을 선택했다. 대다수의 학생이 인기학과인 경영학과와 언론홍보학과로 편중된 바 있다.

  학교의 자전 관리나 프로그램 운영이 잘 되고있지 않다는 문제점도 지적됐다. 본교는 자전 내자체 상담이 불가능해 타학과에 의존해야 했다. 학부장 외에는 자전에 소속된 교수가 없어, 자체적으로 학부 학생들을 상담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다. 경희대 자율전공학과 성지애(자율전공학과·3) 학생회장은“진로상담교수와 진로를 탐색하는 프로그램이 작년까지 홍보가 되지 않아 학생들의 이용률이 낮았다.”고 전했다.

폐지 바람의 대응책, 직접 설계하는 전공
  서울권 대학 중 8개교에서는 아직까지 자전이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이 대학들 또한 자전을 폐지한 대학이 겪은 문제에서 완전히 벗어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자전의 문제점 극복을 위해 서울대는 자전의 취지를 되살리고자 '학생설계전공'을 운영한다. 학생설계전공은 학생들이 직접 2개 이상의 학과를 융합해 자신만의 새로운 전공을 만들도록 하는 제도다. 지도교수의 집중적인 지도를 통해 적성에 맞는 분야를 찾아가게 해 본래 융합 학문의 취지를 이행하려는 것이다.

  이화여대의 스크랜트학부도 자전과 같은 개념으로 시행되고 있는 학부로, 학부 출범과 함께 2007년부터‘자기설계전공’을 진행하고 있다. 학생들은 2학년으로 진학하면서 전공을 정하고, 스크랜트학부를 복수 전공해 자기설계전공 트랙을 선택한다. 학부에서 지정한 여섯 종류의 자기설계전공 트랙이나 학생 스스로 전공을 융합하는 자기설계 트랙 중에서 선택할 수 있다. 이화여대 스크랜트학부 김현정(통계학과·3) 학생회장은“자기설계전공 트랙을 통해 원하는 적성을 찾을 수 있었다.”며“디지털인문학 트랙을 이수하고 있는데, 관심사인 컴퓨터공학과 인문학을 융합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어 만족스럽다.”고말했다.

저작권자 © 숭대시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