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를 만나기로 한 지난 10일(수) 트럼펫 소리가 들리는 그의 연구실 문을 똑똑 두드렸다. 현재 콘서바토리 음악원 관현악과 김응두 주임교수는 서울윈드앙상블과 솔리스트 브라스 밴드에서 상임 지휘자, 아카데미아 금관5중주에서 트럼펫을 담당하고 있다. 트럼펫으로 음악에 매력을 느끼기 시작해 상임 지휘자가 되기까지 그의 관악 인생에 대해 들어봤다.

 

음악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무엇이었나요?
  1969년도 대전 신흥초등학교를 다니던 때 저희 학교 야구부가 전국 대회에서 우승을 했어요. 당시 야구부가 우승한 기념 축하식에 대전 한밭중학교 밴드부가 우리 학교에 와서 시가행진을 했어요. 그때 태어나서 처음 본 악기들이 너무 신기했고, 소리도 너무 신비해서 시가행진 하는 내내 악기들을 뚫어지게 쳐다봤어요. 심지어 저희반은 맨 뒤에서 구경을 했는데, 저 혼자 맨 앞으로 나가 음악을 들으며 악기들을 관찰했죠. 이 때 느낀 악기에 대한 끌림을 계속 마음 속에 간직하고 있었어요.

 

  그러던 중 뺑뺑이로 당시 시가행진을 한 한밭중학교에 들어가게 됐어요. 그래서 중학교에 입학하자마자 밴드부에 지원했죠. 처음 들어간 밴드부에서는 호른이라는 악기를 배우게 됐는데, 선배들이 제가 소리를 잘 낸다고 트럼펫을 해보는 것이 어떻겠냐고 물어 보셨죠. 한번 해 봤더니 저와 잘 울린다고 해서, 1학년 중간에 트럼펫으로 바꾸게 된 것이 제 음악 인생의 첫 시작이었죠.

 

지휘의 매력에 빠지다

 

대학원까지 트럼펫을 전공했는데, 지휘는 어떻게 접하게 됐나요?
  저는 25살의 늦은 나이로 군악대에 입대했어요. 그런데 어느 날 군악대 대장이 지휘를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저에게 지휘를 해보라고 권유했죠. 그런데 막상 지휘를 해 보니 상당히 매력적이었어요. 지휘자가 전체적인 음악을 하나로 다듬어 좋게 만들어가는 매력에 푹 빠졌죠. 이 때부터 지휘에 관심을 갖고 공부를 하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처음 지휘를 시작한 군대에서는 저에게 지휘에 대해 가르쳐 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 혼자 책 펴놓고 공부를 했어요. 매력은 있는데 혼자 하다 보니 방법도 잘 모르겠고, 잘 하지도 못했죠. 제대 후에는 배재대에 강사로 나가 지휘법에 대한 강의를 하고, 관악 밴드도 창단해 지휘도 했었어요. 막상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다 보니 정식으로 지휘를 배워보지 못한 저의 부족함이 많이 느껴져 학생들에게 사기를 치는 것만 같았어요. 그래서 집 사람에게 지휘를 강의를 할 때면 벽에 부딪힌다는 고민을 털어놨어요. 고민 끝에 당시 우리나라에는 관악 지휘를 알려줄 이가 따로 없어 36세의 늦은 나이에 네덜란드로 유학을 갔게 됐죠.

 

네덜란드 로테르담에서 배웠던 내용 중에 가장 기억에 남거나 와 닿았던 내용이 있었다면요?
  네덜란드 로데트담 음악원에서 지휘와 트럼펫을 배웠어요. 트럼펫은 네덜란드 음악원의 수준이 우리나라 보다 훨씬 높았지만, 제가 한양대에서 트럼펫으로 석사를 했었기 때문에 트럼펫보다는 지휘를 배우고 싶었어요. 2년 4개월 정도의 짧은 기간이었지만 지휘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며 알차게 공부했어요. 정말 제가 배워보고 싶었던 것, 몰랐던 것, 평소에 궁금했던 것들이었기 때문에 모든 내용이 와 닿았죠.

 

  지휘를 배울 때도 한국에서는 상상도 못할 정도의 좋은 시스템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전부다 새로웠고 신비스러웠고 재밌었죠. 손으로 음악을 표현하는 바톤테크닉, 여러 곡에 대해서 배우는 레퍼토리, 악보를 보고 정확히 노래를 부르고 음을 듣고 악보에 적는 시창청음에 대해 배웠어요. 또 자주 하지는 않았지만, 지휘자가 춤을 출 줄 알아야 된다고 해서 춤의 기본적인 스텝을배웠어요. 이 때 왜 춤이 지휘에 필요한지 깨우치게됐죠.

 

유학 후 본교 음악원 관현학과 교수로 와 숭실윈드오케스트라를 만든 이유가 무엇이었나요?
  귀국해서 얼마 되지 않았던 1996년도에 우리학교 음악원에 오게 됐어요. 제 전공 분야가 관악쪽이 었기 때문에, 금관 악기를 사용해 연주하는 밴드인 숭실윈드오케스트라를 만들게 됐죠. 그 당시 저는 학생들에게 앞으로 5년 후에는 학교 밖을 나가 우리 밴드의 존재를 알리자고 얘기했어요. 그래서 여름방학에 학생들이 자기 주머니 돈을 털어서 일주일씩 합숙 훈련에 가 하루에 10~12시간씩 연습에 몰두했어요. 그 후 5년 후인 2001년에 제일 먼저 한 것이 제주도에서 열린 국제관악제에 나간 거였어요. 여기서 우리 밴드가 굉장히 호평을 받으며 처음으로 알려지기 시작했죠. 열심히 하다 보니 널리 알려져 지금은 80명정도 학생이 있고, 우리나라에서 최상위층의 밴드 수준이 됐어요. 2001년도부터 지금까지 매년 가을에 하는 전국 음악대학 윈드오케스트라 페스티발에 나가고 있어요. 거기서 서울대, 한양대, 연세대 등 서울 시내 최고 수준을 자랑하는 대학들하고 같이 경쟁을 하며 콘서트를 해도, 결코 뒤쳐지지 않고요.

 

본교 콘서바토리 음악원 관현악과 교수 뿐 아니라 젤로소윈드오케스트라에서 상임지휘자를 맡았고, 현재는 서울윈드앙상블, 솔리스트 브라스 밴드에서 상임 지휘자를 맡고 있는데, 이 중에 애착이 가는 곳은 어디인가요?
  제가 제일 애착이 가는 밴드는 솔리스트 브라스 밴드예요. 금관악기와 타악기로만 구성된 우리나라의 유일한 밴드이기 때문이죠. 전에 선배들이 한 두 번 밴드 연주를 하고 없어지기를 반복해서 이 밴드를 만드는 데 많은 심혈을 기울였어요. 작년 서울국제관악제에서 우리 밴드가 외국사람들에게 상당히 호평을 받았고, 한국에도 이렇게 잘하는 밴드가 있다는 것도 알리게 돼 흐뭇했어요. 더 바라는 것이 있다면 현재 몇몇 고등학교에서 우리와 같은 밴드들이 만들어지는데, 우리를 본보기 삼은 밴드들이 생겼으면 해요.

 

  이 밴드 뿐 아니라 1997년부터 15년 정도 계속 트럼펫을 연주하고 있는 아카데미아 금관5중주도 애착이 가요. 어느 날 금관악기를 하는 선후배들과 함께한 술자리에서 만들게 됐어요. 금관5중주에는 저를 포함한 트럼펫 2명, 트럼본, 혼, 튜바가 있어요. 일 년에 많으면 10번 정도 연주를 하는데. 우리나라에 금관5중주 연주하는 팀도 몇개 없을뿐더러, 우리처럼 꾸준히 하는 곳이 없어요. 이 사람들과는 나중에 우리가 할아버지 돼서도 끝가지 같이 하자는 계획을 세웠어요. 트럼펫은 제가 어릴 때부터 했었던 것이기 때문에, 제가 힘이 없어 불지 못할 때까지 할 예정이에요.

 

트럼펫 연주자라는 점이 지휘에 도움이 되나요?
  전에 KBS 교향악단, 서울아카데미심포니오케스트라 단원 생활을 하며 세계적으로 유명한 사람들을 많이 만났어요. 당시에 지휘를 하지 않았지만, 단원으로 눈으로 보고 듣고 했었던 것도 지휘를 하는데 큰 경험이 됐어요. 그리고 제가 연주를 하고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이때쯤 단원들이 힘들 것 같고, 쉬길 원한다는 심리를 파악할 수 있어요. 리더가 사람들의 심리를 파악하고, 어떻게 움직이느냐에 따라서 한 밴드나 오케스트라가 굉장히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죠.

 

  지휘의 매력은 제가 공부한 만큼 좋은 음악을 만들 수 있다는 거예요. 밴드나 오케스트라는 지휘자의 역량이 거의 다이기 때문에, 지휘자의 수준만큼 연주자들이 전체적인 소리를 만들어 내게 돼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항상 반성하게 되고, 안주하지 않고, 항상 부족함을 느끼며 공부하게 되죠. 처음 연습을 시작할 때는 음악이 좋지 않다가 리허설 한 번, 두 번 거쳐가며 무대 관중들 앞에서 최종 연주를 할 때 완성된 음악을 듣게되는 것에 감동을 느끼고, 그 음악을 듣고 관중들이 환호해 주는 것이 저에게는 큰 기쁨이죠.

 

앞으로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무엇인지요?
  최종 목표는 금관악기로 구성된 프로 밴드를 만드는 것이예요. 프로라면 월급으로 먹고 살 수 있는 것을 의미하는데, 우리나라에는 프로 밴드가 서귀포 윈드오케스트라 딱 하나 밖에 없어요. 그래서 관악을 하는 사람들의 취업을 도와주기 위해 현재 서초구청이나 여러 곳을 다니며 프로밴드를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사실 오케스트라도 제 학창시절에는 국립교향악단하고 시립교향악단 밖에 없었던 것이 각 시와 도로 퍼져나갔거든요. 이처럼 밴드도 어느 구나 작은 시에서하나가 만들어지게 되면 그 사람들이 활동하는 것을 보고 어느 순간에 밴드가 많이 퍼질 것 같아요. 그렇게 각 지자체에서 밴드를 만들게 돼 관악하는 사람들의 일자리가 많이 창출이 되는 것이 저의 가장 큰 목표예요.

 

본교 학생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으신가요?
  클래식 음악을 좀 더 들었으면 좋겠어요. 학생들은 클래식 음악이 재미없다고 생각하고, 일반 대중가요나 재즈 음악을 많이 듣잖아요. 저도 물론 그런 음악을 좋아하지만, 클래식은 클래식 나름대로의 사람 마음을 안정시켜주는 부분이 있어요. 대중가요나 재즈는 길어야 5분 정도지만, 클래식 음악은 30~40분 짜리가 많잖아요. 이런클래식 음악을 듣기 전에 음악에 담긴 내용을 먼저 알고 들으면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진한 감동과 벅참을 느낄 수 있어요. 그래서 학생들이 클래식 음악을 자주 접해 봤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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