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예비시험, 로스쿨과 비로스쿨의 치열한 공방
  최근 변호사 예비시험제도를 두고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와 전국법과대학협의회 등의 법조계에서 찬반논쟁이 뜨겁다. 이 제도는 로스쿨 출신이 아닌 사람들에게도 로스쿨 졸업생과 똑같이 변호사 시험을 볼 수 있게 자격을 부여하는 제도다. 이는 2018년부터 사법시험이 폐지됨으로써 사회취약계층이 과거에 비해 법조인이 되기 어렵다는 우려에서 비롯됐다. 그러나 이 제도를 향한 로스쿨 측과 비로스쿨 측의 시선은 너무나도 다르다.

  전국법과대학협의회는 “사법시험은 로스쿨과 함께 존치시켜야 하지만, 예정대로 기존의 사법시험이 폐지된다면 변호사 예비시험제도라도 도입해야 한다.”며 제도의 도입을 찬성하고 있다. 반면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측은 이러한 주장에 대해 “로스쿨 제도가 시행된 지 5년밖에 되지 않은 시점에서 예비시험 제도를 도입하는 것은 로스쿨의 근간을 흔드는 혼란만 초래하게 될 것”이라며 반박하고 있다.

사법시험에서 미국식 로스쿨로
  로스쿨은 법조인을 양성하는 프로그램을 갖춘 3년제 전문대학원으로, 2009년에 전국 25개가 개원했다. 로스쿨의 3년 과정은 각자 개별적인 특별영역에서 법률지식을 습득하는 심화이수 외 3개의 단계로 구성돼 있다.
  이러한 미국식 로스쿨 제도는 기존 법률가 양성제도에 폐해가 많다는 비판에서 도입됐다. 기존의 제도는 사법연수원 출신들이 법조계를 독점하고, 고시에서 계속 떨어져 폐인이 되는 ‘고시낭인’을 양산하는 등 문제가 많았다. 로스쿨이 설립된 데는 사회적 요인도 작용했다. 갈수록 분야별 전문지식을 요구하는 법률분쟁이 늘어나는데, 법률가 수는 부족했기 때문이다. 성균관대 로스쿨 강현호 교수는 “법학은 실무과목이다.”라며 “기존의 제도처럼 학문만 갈고 닦는 것만으로는 양질의 법률가가 되기 힘들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반면 로스쿨은 변론서 작성, 법률문서 작성, 의뢰인 상담 등 다양한 실무교육도 과정에 포함하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라고 전했다.

기득권층의 특권, 돈스쿨?
  로스쿨 도입 당시 있었던 가장 큰 논란 중 하나는 비싼 학비였다. 2012년 교육과학기술부가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국립대 로스쿨의 1년 평균 등록금은 1004만 원, 사립대의 경우 2075만 원이었다. 로스쿨 진학을 준비 중인 숙명여대 최인경(법학·3) 양은“학비가 비싸긴 하지만 사법시험 제도가 위태로운 상황에서 법조인이 되기 위해서는 로스쿨 진학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측은 “학비문제는 장학금 제도의 확장을 통해 해결하고 있고, 사회취약계층을 위한 입학전형을 통해 기회균등의 원칙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신현윤 이사장은 <한국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입학정원 2000명 중 120명이 사회적·경제적·신체적 약자를 위한 특별전형으로 들어온다.”고말한바있다.

  그러나 로스쿨은 개원 당시 “장학금 수혜 비율을 높이고 사회적으로 열악한 계층을 배려해 취약 계층 선발 인원을 늘리겠다.”고 약속한 것을 지키고 있지 않고 최소한의 로스쿨 인허가 기준만 지키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한편 로스쿨의 비싼 학비에도 일부 학교는 학부생의 등록금을 로스쿨을 위해 쓰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로스쿨 정원이 제한돼 있는 데 반해상대적으로 장학금, 운영비가 많이 나가다 보니 생긴 현상이다. 본교 법과대학장 최정식 교수는 “상당한 학부생의 등록금을 로스쿨을 위해 쓰는 것은 큰 문제다.”라며 비판했다.

로스쿨, 실제로 법조인 다양화하고 있나
  로스쿨 설립 목적 중 하나는‘다양한 전문법조인 양성’이었다. 따라서 25개 로스쿨은 △기업법 △환경법 △조세법과 같은 특성화 과목들을 각각 가지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 변호사 시험의 범위는 △민법 △상법 △형사소송법과 같은 기본법들이 주를 이루기 때문에 학생들은 실제로 특성화 과목 수강을 기피하고 있다. 서강대 로스쿨이상복 부원장은 이러한 현상에 대해 “변호사 시험 합격이 목표인 학생들이 시험에 도움이 되지 않는 특성화 과목을 회피하는 것은 당연한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로스쿨이 법대 외에도 다양한 전공의 학부생들을 모집함으로써 의료, 기업, 세무 등 각 분야의 전문 법조인을 양성한다는 데도 회의적인 시선이 많다. 본교 법과대학장 최 교수는 이에 대해 “실무경험이 없는 학부생이 그 분야에 있어서 얼마나 전문적일지는 미지수다.”라며 “판례를 중요시하는 영미법 국가에서는 맞는 제도이지만 우리나라와 같은 대륙법 국가에는 맞지 않는 제도”라고 말했다.

단축된 교육 과정, 실력 부족하다는 지적도
  과거에는 평균적으로 법대 4년, 고시 공부 2~3년, 사법연수원 2년으로 약 9~10년의 세월을 오로지 법 공부에 투자해야만 법률가가 될 수 있었다. 그러나 현재의 로스쿨 제도에 의하면 법대 출신이 아닌 사람이 로스쿨에 진학해 3년 과정을 거쳐 변호사 시험에 합격하기만 하면 법률가가 될 수 있다. 또한 변호사 시험이 사법시험보다 문제가 쉬워져 과거에 비해 법률가가 되는 길이 쉬워졌다. 이에 따라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의 실력이 과거에 비해 떨어진다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이에 대해 성균관대 로스쿨 강 교수는 “기간이 짧아졌다고 해서 실력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라며 “오히려 실무경험이 많은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이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할 가능성이 더 높다.”라고 말했다. 김앤장 법률사무소 임병우 변호사는 “현재 김앤장에 채용된 로스쿨 출신이 변호사들을 지켜봤을 때 그들이 과거 연수원 출신에 비해 실력이 떨어진다고 말할 수 없다.”고 전했다.

  반면 본교 국제법무학과 오시영 교수는 “기존의 연수원에서도 실무교육은 충분히 실시하고 있다.”며 “교육기간의 단축은 법률가의 전문성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라고 반박했다.

불확실한 로스쿨의 미래
  미국의 로스쿨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비싼 등록금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본교 법학과 다니엘 에델슨 교수는 “미국도 한국처럼 비싼 학비 때문에 실제로 많은 학생들이 빚 부담에 시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하버드대 로스쿨의 경우 1년에 학비만 5300만 원이다. 워싱턴대학 로스쿨 브라이언 타마나하 교수는 <TV조선>과의 인터뷰에서 “학생들이 엄청난 빚을 안고 졸업하는데 로스쿨 졸업생의 3분의 1이 직장을 구하지 못하고 있다.”며 미국 로스쿨의 현실을 폭로했다. 이 때문에 2013학년도 미국 로스쿨 지원자 수는 30년 만에 최저 수준인 3만 명으로 3년 사이 38%나 감소했다.

  로스쿨 시행 9년째인 일본의 사정 또한 크게 다르지 않다. 문부과학성에 따르면 일본 69개 로스쿨 중 93%(64개)가 모집 정원 미달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일본 정부는 일부 로스쿨을 통폐합하기로 결정했다. 독일의 경우에도 1971년 로스쿨 제도를 도입했지만 80년대 초에 로스쿨을 다시 폐지한 전례가 있다.

  본교 법과대학장 최 교수는 우리나라 로스쿨의 전망에 대해 “앞으로 제도가 어떻게 바뀔지는 아무도 모른다.”며 “미래가 불확실한 만큼 법대는 판검사, 변호사 외에 변리사, 노무사와 같은 다양한 법률 공무원을 배출하는 데도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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