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씨에이팜의 박희준(대학원 무역학박사·12졸) 대표이사

  지난해 대한민국 출산율은 1.3명. 현재 우리나라의 출산율은 OECD국가 중 최저 수준이며 이대로 간다면 2026년에는 인구 5명 당 1명이 노인인 ‘초고령사회’에 진입한다. 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의병처럼 나선 기업가가 있다. 임산부와 아기의 스킨케어 브랜드 ‘프라젠트라’로 유명한 씨에이팜의 박희준(대학원 무역학박사·12졸) 대표이사는 기업가인 동시에 한국출산보육협회 회장으로서 출산장려운동을 펼치고 있다. 기업가이지만 이익만을 좇기보다 사회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어 출산장려운동을 펼친다는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본인이 직접 설립하신 한국출산장려협회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한국출산장려협회는 교육, 홍보, 캠페인을 통해‘출산 장려’와‘참다운 보육’에 대해 전반적인 대책을 마련하고자 하는 순수 민간단체예요. 저희는 출산율을 높이고 임산부와 가족들을 돕기 위한 사업을 펼치고 있죠. ‘임산부 먼저’배지를 나눠주면서 임산부를 배려하기 위한 범국민적 운동을 실시하기도 했고, 다자녀 가정에 할인 혜택을 주는 ‘다자녀 할인카드’를 특허 출원하기도 했어요. 또 임산부들의 산전 및 산후관리를 체계적으로 돕기 위한 ‘산후관리사’를 양성하고 파견하는 사업도 해요. 이 외에도 여러 사업이 있지만 저희의 가장 대표적인 활동은 ‘맘비스쿨’이에요. 2009년 시작한 맘비스쿨은 예비맘과 오프라인 공간에서 모여 그들에게 필요한 강의나 문화공연을 제공함으로써 도움을 주는 활동이에요. 모유수유, 임신 중 튼살 관리와 마사지, 신생아 예방접종, 아기들의 아토피 관리 등에 대한 강의를 비롯해 태교 음악회, 웃음 태교, 동화책 태교 등도 함께 실시하고 있어요.


  본교와는 어떤 인연이 있으신가요?
  저는 2001년 7월부터 씨에이팜 사업을 시작했어요. 대학교에서 미생물학을 전공하고 대학원 석사과정 때는 마케팅을 전공했어요. 이렇게 공부를 하면서 국내에서 이뤄지는 사업은 어느 정도 케어를 할 수 있었는데, 5년 전부터 해외로 진출하게 되면서 새로운 지식이 필요하게 됐어요. 이 기업을 세계로 이끌어가기 위해서는 무역과 통상에 대해 알아야 한다는 생각을 한 거죠. 영어공부도 중요하지만 우선 무역에 대해 기본적인 지식이 있어야 국제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 같았어요. 그래서 찾아 보니 우리나라 대학원 중 무역 분야에서 일인자인 학교가 숭실대학교더라고요. 독산역에 위치한 회사와 거리도 가까워 제가 사업을 진행하던 중 어려운 부분이 있으면 수시로 교수님을 찾아가 자문을 구할 수 있다는 이점도 한몫했어요. 그래서 숭실대학교에서 무역학 박사과정을 취득하게 됐어요.

 

송충이는 솔잎을 먹어야 한다


  처음 이 사업을 무일푼에서 시작했다고 들었어요. 그럼에도 성공한 비결을 들을 수 있을까요?
  저는 대학교에서 미생물학을 전공하고 첫 직장으로 대웅제약에서 근무를 했어요. 그러다가 노태우 대통령이 주택 2백만 호 건설을 추진할 때 토목건축 쪽으로 사업에 뛰어들었어요. 미생물학을 전공하고 제약회사에서 근무하던 사람이 다른 분야로 사업을 시작했으니, 송충이가 솔잎을 먹어야 되는데 갈잎을 먹은 거죠. 그러다가 92년 4월에 부도가 나요. 제가 부도를 겪으면서 ‘갈잎이 참 부드럽고 맛이 있었는데 그게 소화가 안 된다.’는 생각을 하고, 송충이는 솔잎을 먹고 살아야겠다는 마음에 다시 10년 만에 제약업계로 돌아오게 됐죠.


  애초에 사업이 부도가 났으니까 처음에는 정말 돈 한 푼 없이 시작했어요. 지금 이렇게까지 성장할 수 있었던 비결 중 첫 번째는 성실과 근면이에요. 부지런하지 않고서는 절대로 일을 이뤄낼 수 없죠. 두 번째는 신뢰예요. 중국 사자성어에 보면 상업 상(商), 법도 도(度), 갚을 수(酬), 믿을 신(信)으로 이뤄진 ‘상도수신’이라는 말이 있어요. 거래의 기본적인 법도는 신뢰가 뒷받침 돼야 한다는 말이에요. 제 주위 사람들은 저를 가리켜 “이야, 부지런하기로는 박희준을 따라갈 사람이 없다.”는 말을 종종했어요. 이 정도의 신뢰가 없으면 기업은 성공할 수가 없다고 생각해요. 마지막은 자기가 하고 있는 사업 아이템이 앞으로 비전이 있어야 해요. 지나와서 생각해 보니 비전이 없는 아이템은 시간과 노력만 낭비할 뿐이더라고요.


  튼살크림을 직접 개발하셨다고 들었는데요?
  한 번의 실패를 겪고 나서 제 천직은 제약 쪽이라는 걸 느꼈어요. 제약 분야로 돌아오기로 마음먹고 병원을 돌아다녔어요. 그런데 제가 과거 대웅제약에 근무할 때보다 출산율이 엄청나게 떨어지고 있었어요. 그걸 보면서  ‘정말 큰일이구나. 고령 인구는 누가 책임질 것이며, 우리 산업 제품은 누가 소비해 줄까? 이러다가 우리나라 기업이 다 문을 닫겠다.’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상황이 이토록 심각한데 내가 한 번 해보자는 마음으로 출산장려운동을 시작했어요. 출산에 관한 용품을 만들면서 출산장려운동을 하면 더 효과가 크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내심 하고 있었죠.


  그런데 어느 날 병원을 돌고 있는데 한 임산부가 배의 피부가 갈라지고 자꾸 터서 더 이상 아이를 못 갖겠다는 말을 하더라고요. 이 말을 듣고 임산부의 고충을 해결해줄 수 있는 튼살크림을 개발해 보자는 생각을 했어요. 그때까지 의사들은 임산부의 튼살에 대해 유전이라는 답 외에 뾰족한 치료법을 내놓지 못하고 있었거든요.


  대학에서 미생물학을 전공한 덕에 기본적인 지식은 알고 있었기 때문에 여러 고민을 하던 중 생각이 났어요. 임신을 하면 배가 불러오는데, 임산부의 몸은 스테로이드라는 호르몬을 분비시켜서 피부의 콜라겐을 없애요. 피부에 콜라겐 함유량이 적어지면 피부가 얇아지는데, 배는 계속 불러오니 그 한계치를 넘어선 피부가 더 이상 견디지 못해 트고 갈라지는 거죠. 그렇다면 이 콜라겐이 부족하지 않도록 피부에 넣어주면 되지 않겠어요? 이런 과정을 통해 튼살크림을 만들었고, 국내 최초로 튼살크림 상품을 출시했어요.

 

사회에 공헌하는 기업가


  기업가가 출산장려운동을 펼치는 것이 독특합니다.
  저는 현재 출산보육협회를 통해 체계적인 출산장려운동을 펼치고 있어요. 저는 제 자신과 한국출산장려보육협회에서 함께 활동하는 사람들을 ‘의병’이라 일컬어요. 우리나라가 지금 1.3명으로 OECD국가 중 출산율이 최저예요. 이대로 가다가는 초고령 사회가 될 수밖에 없 어요. 굉장한 위기상황이죠. 예전부터 국가가 위기상황에 닥쳤을 때는 의병이 나서서 국가의 문제를 해결해주곤 했잖아요. 저도 그런 의병과 같은 존재예요. 국가가 지금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으니 제가 나서서 출산장려운동을 펼치는 의병이 되고자 한 거죠.


  제가 대표로 있는 씨에이팜에서도 출산장려사업을 하고 있어요. 저희는 출산장려의 일환으로 임산부에게 선물을 드리고 있어요. 임신 시와 출산 시, 저희가 준비한 필수 제품들을 무료로 나눠드리는 거죠. 이게 저희에게 직접적으로 돈이 되는 활동이 아니기 때문에 의아해 하는 분들도 계세요. 물론 기업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돈을 벌어야 하죠. 하지만 기업은 사회에 공헌을 하는 동시에 고객에게 주는 역할도 해야 해요. 제가 기업을 통해 얻은 이익을 사회에 돌려줘야 할 의무가 있고 저는 그걸 출산장려운동과 더불어 실천하고 있는 거죠.


  앞으로의 목표를 말씀해 주세요.
  우선 저희 기업을 ‘히든 챔피언 기업’, ‘글로벌 대표 브랜드’로 키우는 것이 제 목표예요.


  ‘히든 챔피언 기업’은 숨은 챔피언, 보이지 않는 챔피언을 말해요. 규모는 크지 않지만 한 분야에서 역량을 갖춘 강소기업이 되고 싶다는 의미죠. 저희 기업을 고슴도치로 칭하고 여러 분야에 발을 뻗치고 있는 대기업을 큰 사자라고 칭해볼게요. 사자가 크고 그 기세가 무서워도 뾰족한 가시 때문에 고슴도치를 함부로 건들 수 없어요. 이처럼 규모는 크지 않지만 ‘임신·육아’분야에서 만큼은 독보적인 기업이 되고 싶어요.


  ‘글로벌 대표 브랜드’는 말 그대로 저희 기업의 브랜드인 ‘프라젠트라’를 세계적인 브랜드로 키우겠다는 말이에요.

 

  이 외에도 저는 씨에이팜이라는 기업을 하나의 기업 모델로 만들고 싶어요. 요즘 대학생 친구들을 보면 기발한 사업 아이템을 많이 갖고 있더라고요. 그런데 그 좋은 아이템을 실제 사업과 접목시키는 데 어려움을 많이 겪죠. 학생들이 학교에서 배운 순수한 이론을 실제 상황에 접목하려면 복잡한 부분이 많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저는 상황에 따라 기업을 관리하는 방법과 전반적인 기업 경영 방법에 대해 저희 기업이 하나의 지침서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학창시절 문제를 풀다가 어려움을 겪을 때 참고서를 찾아보곤 했잖아요. 이처럼 대학 졸업과 동시에 창업 전선에 뛰어드는 학생들이나 청년 벤처 기업가들에게 참고서 같은 기업이 됐으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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