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을 맞아 전국 대학 캠퍼스에서는 봄 축제가 열리고 있다. 축제 시즌에 맞춰 음주 문제, 호화 연예인 초청 문제, 미성년자들의 난입 등 대학 축제의 문제점이 제기되고 있다. 여러 문제점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대학 축제를 살펴보고 그 대안을 제시해봤다.                                                    편집자

 

‘비틀비틀’ 술에 취한 대학 축제
  2013년 기준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MT, 축제 등에서 음주 관련 사고로 사망한 학생은 지난 6년간 12명에 달한다. 이와 함께 최근에는 축제에서 술을 마시고 귀가하는 과정에서 학내 구성원들이 음주운전을 하는 문제도 있었다. 지난 14일(화)부터 16일(목)까지 열린 경기대 축제에서는 총 5건의 음주운전이 적발됐다. 이에 경기대 관계자는 17일(금) 경기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학교에서 음주단속기를 구입하고 교직원들이 나서 자체적으로 음주단속을 시행하기로 했다.”며 “즐거워야 할 축제의 의미가 퇴색되지 않도록 강력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전했다. 


  안전사고와 더불어 축제 기간 만취한 학생들로 인한 일반 학생들의 피해도 제기되고 있다. 가톨릭대에 재학 중인 이가현(법학·2) 양은 “과거 축제 기간에 음주로 인한 학생들 간의 사소한 몸싸움과 말싸움이 있었다.”며 “학생회에서 이번 축제 기간에 술 취한 학생들을 주의 깊게 관찰하고 관리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술 취한 학생들로 인해 일반 학생들이 겪는 피해 사례도 많다. 세종대에 재학 중인 이성은(영어영문·3) 양은 “축제 기간 주점에서 만취한 학생들이 캠퍼스 곳곳에 구토를 해놔 다음 날 아침 등교 때 악취도 심했고 기분도 좋지 않았다.”고 전했다. 본교 경영대에 재학 중인 A양은 “축제 때 너무 취해 캠퍼스 곳곳에 인사불성이 된 학생들이 보이는데 이맛살이 찌푸려진다.”고 말했다.

 

“여기가 대학 축제인가요? 연예인 콘서트장인가요?”
  이 외에 호화 연예인 초청으로 인한 문제도 있다. 포털사이트 네이버 검색창에‘대학축제’를 입력하면 가장 상위에 ‘대학축제 라인업’이라는 자동검색어가 나온다. 이는 대학축제 자체보다 초청 연예인을 중시하는 사회 풍조에 따른 것이다. 학생들 사이에서도 이왕 축제에서 즐기는 것, 연예인을 불러서 신나게 놀고 싶다는 의견이 있다. 본교에 재학 중인 이태준(경영·2) 군은 “학생들이 재미있게 즐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유명 연예인 초청을 통해 학교의 인지도와 학생들의 자부심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반해 연예인 초청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학생들도 있다. 학생들이 주인이 돼야 할 대학 축제가 연예인들의 콘서트장으로 변해 버렸다는 지적이다. 아주대에 재학 중인 지광진(정치외교·3) 군은 “유명 가수가 초청되니 캠퍼스에 외부인이 너무 많아져서 학교 축제인지 그 가수의 콘서트장인지 분간이 안 됐다.”며 “실제로 가수의 공연 중 사회자가 아주대생이 아니신 분은 손을 들어달라고 하자 절반이 넘는 관객이 손을 들었다.”고 전했다. 한국외대에 재학 중인 나솜이(경영·2) 양 역시 “축제의 주인은 학생이므로 축제에서도 학교 동아리의 공연이 우선돼야 한다.”며 “연예인이 초청되면 무대 순서와 학생들의 호응 면에서 모두 학생들의 공연이 뒤처져 안타깝다.”고 말했다.

 

미성년자가 ‘민증’ 없이도 술 마실 수 있는 곳
  캠퍼스 한편 특설무대에서 연예인, 동아리들의 공연이 펼쳐지면 또 다른 쪽에서는 학과별 주점이 열린다. 대학생들이 주최하고 학과 학생들이나 친구들을 대상으로 하는 대학 주점에서는 주민등록증 검사를 생략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이를 악용해 대학 축제에서 일탈을 즐기는 미성년자 학생들이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아주대 지광진(정치외교·3) 군은 “지난주 축제 중 열린 야외클럽과 주점이 끝나고 쓰레기 정리를 위해 캠퍼스를 돌고 있었는데, 누군가 놓고 간 가방 안에 고등학생의 것으로 보이는 EBS 책이 한가득 들어 있었다.”며 “축제클럽과 주점에서 학생들의 음주가 자유로웠던 만큼 미성년자들의 음주 가능성이 우려된다.”고 전했다. 본교 경영대 B군 역시“작년 학교 주점에서 놀고 있었는데 고등학생들의 대화가 옆에서 들려왔다.”며 “만약 우리 학교 축제에 경찰이 단속을 돌아 한 명의 미성년자라도 적발돼 언론에 보도되면 학교 이미지가 어떻게 될지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주점을 여는 각 학과의 집행부 학생들은 나름의 고충을 토로했다. 본교 집행부에 소속된 오현영(일어일본·2) 양은 “대학생들끼리의 주점이고 외부 손님이라고 해도 친구들이 거의 대부분이라 일일이 주민등록증 검사를 하지 않는다.”며 “이를 악용해 술을 마시는 고등학생들의 행동이 잘못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 집행부 학생들은 주민등록증 검사를 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조금 다른 답변을 내놨다. 돈이 된다는 이유로 암암리에 미성년자의 음주를 허용하고 있는 것이다. 동덕여대 인문대 집행부에 속한 C양은 “축제 기간 주점이 이벤트성으로 진행되는 만큼 민증 검사를 통해 괜한 얼굴 붉힐 일을 만들고 싶지 않을뿐더러, 미성년자 손님을 걸러 매출을 줄이고 싶진 않다.”고 답했다. 경희대 인문대 집행부에 속한 D양 역시 “주점을 여는 입장에서는 미성년자들이 고마운 손님이라 굳이 나서서 그들의 음주를 제지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고 전했다.

 

대학 축제는 ‘착한 변신’중
  이처럼 음주, 호화 연예인, 상업화 등 축제의 문제점을 인식한 일부 대학에서는 다양한 해결책을 마련하고 있다. △단국대 △백석대 △순천향대는 축제 중 음주를 금지하는 무알콜 축제를 진행했다. 단국대 총학생회에 따르면 올해부터 시행한 ‘그린캠퍼스(학내 금연·금주를 통한 깨끗한 캠퍼스 만들기 운동)’의 일환으로 무알콜 축제를 열었다. 백석대는 축제에서 술을 없앤 대신 학생들에게 무알콜 칵테일을 하루 1000잔씩 무료로 나눠줬다. 


  중부대와 한국영상대는 ‘봉사’를 주제로 특별한 축제를 열었다. 중부대에서는 총학·사회복지학과·외국인 유학생이 축제기간에 각각 모금운동을 펼쳤다. 특히 외국인 유학생들은 각 나라의 전통음식을 판매하는 부스를 열어 수익금 160만 원을 쓰촨성 지진 난민들에게 기부했다. 


  경희대는‘Book적북적’이라는‘책’축제를 열었다. 축제기간 동안 아나운서 고민정, 배우 구혜선 등과 함께하는 북콘서트를 비롯해 재학생을 대상으로한 ‘독서골든벨’, ‘작가 김영하와의 대화’ 등 책과 관련한 다양한 행사를 마련했다. 이에 대해 경희대 총학 관계자는 “우리 학교 축제를 좀 더 발전적인 방향으로 바꿔보자는 취지로 ‘책’ 축제를 열게 됐다.”고 말했다. 아주자동차대학은 대학의 특성을 살려 축제 대신 모터쇼를 열었다. 이건희(모터스포츠·3) 총학생회장은 “자동차 튜닝 문화를 알리고 모터스포츠 산업의 발전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고자 시작한 자동차 축제가 올해로 3년째를 맞이했다.”며 “학생들은 서울 시내에서도 쉽게 볼 수 없는 다양한 튜닝카와 레이싱카 등 볼거리가 많아 흥미롭고 신기하다는 반응이다.”라고 전했다. 

  본교 역시 대학 축제의 여러 문제를 인지하고 개선된 가을 대동제를 위해 노력 중이다. 백종하 총학생회장은 “작년에는 8월 말쯤 구성됐던 축제 기획단을 3개월 이른 5월 현재 모집 중”이라며 “가을 대동제를 좀 더 일찍부터 준비해 축제의 순기능은 살리고 부작용은 최소화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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