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에게 길을 묻다② - < 뮤지컬 -형제는 용감했다 >







▲ 박연숙 교수교양특성화 대학
“썩썩썩 썩을 놈 석봉이, 주주주 죽일 놈 주봉이.....” 뮤지컬 [형제는 용감했다]에 나오는 노래 가사가 맴돈다. 안동 이씨 종갓집의 두 형제 석봉과 주봉을 두고 종가 어른들이 못마땅해 하며 부르는 노래이다. 종가 어른들의 눈에 이들 형제는 책임감 없고 무능한 백수이다. 석봉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주식과 경마에 빠져 집안 재산을 탕진한 노총각이고, 주봉은 대학에서 데모하다 전과자가 된 이래 고시를 핑계로 놀고 있는 이혼남이다.


대부분의 형제가 그렇듯 이들 사이도 좋을 리 없다. 형제의 인연을 맺는 순간부터 부모로부터 끊임없이 비교당하고 치이는 것을 피할 수 없다. 어렸을 때 딱지와 구슬 뺏는 것으로부터 시작해 커서는 제 몫의 부모 재산까지 호시탐탐 빼앗아가려는 얄미운 존재가 형제이다. 게다가 조금 잘났으면 잘난 대로 깔보고, 못났으면 못난 대로 억지 부리기가 다반사이다. 주는 것 없이도 미운데 빼앗기까지 하니 서로 적수가 될 수밖에 없다. 차라리 친구 사이라면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거나 안 보면 그만인데, 형제이니 그러기도 쉽지 않다.


남이나 다름없이 살던 이들 형제가 오랜만에 마주한 곳은 아버지의 장례식이다. 부음을 듣고 뒤늦게 고향에 찾아온 이들의 표정은 슬프기보다 하기 싫은 일을 마지못해 하는 기색이다. 냉정하고 고지식한 아버지 때문에 어머니가 병원 한 번 가보지 못하고 돌아가셨다는 원망이 풀리지 않아서이다. 3년 전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혼자 살던 아버지마저 돌아가셨으니 이들은 영락없이 고아가 된 셈이고 의지할 혈육이라고는 달랑 하나 남은 형제인데 이들 사이는 여전히 써늘하다.


이들에게 또 다른 경쟁이 붙는다. 아름다운 묘령의 여인, 오로라가 나타나 돌아가신 아버지가 당첨된 로또를 집안 어딘가에 숨겨 두었다고 하니 이제 형제는 행운을 가져다주는 로또도 찾고 아름다운 여인의 사랑도 얻기 위해 어느 때보다도 더 치열하게 싸운다. 물론 이 작품의 결말은 어느 한 사람이 로또를 찾고 아름다운 여인과 서울로 떠나는 내용은 아니다. 그랬다면 ‘형제는 용감했다’는 제목이 붙지 않았을 것이다.


죽을 때까지 미워할 것 같던 이들이 서로를 이해하고 화해하는 실마리는 몸싸움을 벌이다 빠진 물 마른 우물 안에 있었다. 우물 속 깊은 곳에 보관된 어머니의 오래된 일기장을 발견하고 부모님의 마음을 알게 되면서 그 동안의 오해가 풀리게 된다. 사실 당첨된 로또를 누가 찾았느냐, 정말 당첨된 로또가 있긴 있었느냐 하는 것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 어머니의 죽음이 아버지의 소홀함 때문이 아니었으며, 아버지가 어머니를 얼마나 애틋하게 사랑하였는지, 자신들을 어떻게 인정해 주었는지를 알게 되는 것이 로또 보다 더한 행운이다.


영원한 적수처럼 아옹다옹해도 형제의 갈등을 푸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가족이라는 이름이 버거워 내려놓고 싶은 무거운 짐이라 할지라도 그 안에서 자신이 태어났고 자랐으며, 부모님이 남겨주신 가장 큰 선물이 형제라는 것을 깨닫는 것이다. 형제야 말로 자신의 가장 오래된 기억을 공유하며 언젠가 우리 곁을 떠날 부모님의 유일한 흔적이다. 그러니 어쩌랴! 지금 당장 얄밉고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더라도 언젠가는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존재에게 먼저 다가가 화해를 청하는 용기를 발휘하는 수밖에.

▲ 작/연출 장유정, 작곡/음악감독 장소영, 프로듀서 송승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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