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권위, 전국 대학에 육아 휴학 권고
  서울대는 이번 학기부터 만 8세 미만의 자녀가 있는 남·여 학부생과 대학원생의 육아 휴학을 허용하고 있다. 이는 국민권익위원회(이하 국권위)가 지난해 전국 대학을 대상으로 임신·출산·육아를 위한 휴학 제도를 권고한 바에 따른 것이다,

  국권위는 지난해 10월 22일(월) ‘임신·출산·육아 대학(원)생에 대한 대학의 모성보호 강화 방안’을 의결했다. 의결안에 따르면 △상당수 대학에 임신·출산·육아 휴학 제도가 없음 △짧은 휴학기간, 육아 휴학 불인정으로 제도 실효성 저하 △임신·출산·육아 휴학제도 미비로 인한 고충 빈발이 문제가 되고 있다. 국권위는 이러한 문제점에 대한 개선방안으로 △대학 및 대학원 학칙에 임신·출산·육아 모두를 일반 휴학 기간에 산입되지 않는 휴학 사유로 명시 △임신·출산·육아를 위한 휴학 기간 2년 이상 보장 △육아 휴학 신청 시 “양육 대상 자녀 나이·휴학 신청자 남학생 포함 여부”등 세부 사항 명시를 제시했다.

  위의 의결안은 지난해 11월 초「부패방지 및 국민권익위원회의 설치와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전국 국·공립 대학 47개교에 권고됐다. 이 밖에도 국권위는 교육부 및 보건복지부를 통해 전국 4년제 사립대학 180여 개교에 제도 개선을 협조 요청 사항으로 통보했다. 국권위 제도개선총괄담당관 박혜경 서기관은“작년에 권고한 사안인 만큼 현재 국권위에서 국·공립 대학을 위주로 이행 점검을 실시하고 있다.”며 “결과는 6월 초쯤에 발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서울 시내 대학 중간 점검 결과 ‘노란불’
  본지가 서울 시내권 16개 대학을 조사한 결과 △국민대 △서강대 △서울대 △서울시립대 △연세대 등 5개 학교가 학부생과 대학원생 모두에게 임신·출산·육아 휴학을 인정하고 있었다(표 참고). 이 대학들은 공통적으로 육아 휴학을 일반 휴학에 산입하지 않는 별도 휴학으로 인정하고 있다. 특히 서울대는 남학생도 최대 1년까지 육아 휴학이 가능하며, 여학생은 임신·출산·육아에 따른 휴학을 각각의 경우마다 최장 1년씩 3년까지 할 수 있다. 서울대 학사과 관계자는 “출산 이후에도 육아와 학업을 병행하기가 어렵다는 ‘학생 부모들’의 목소리를 반영했다.”며 “학생들이 육아로 인해 학업에 지장을 받지 않도록 교육적 배려 차원에서 휴학 규정을 개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대 이외의 4개 대학은 최대 2년까지 임신·출산·육아 휴학을 인정하고 있다.

  한양대의 경우 학부생과 대학원생에게 육아 휴학을 제외한 임신·출산 휴학만을 허용하고 있다. 고려대는 대학원생에게 임신·출산 휴학을 허가하고 있다. 고려대 학적지원팀 관계자는 “국권위의 공문은 받았으나 임신·출산 휴학은 대학원생에게만 해당될 뿐 학부생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이 밖에 동국대는 “국가의 권고에 따라 대학과 대학원을 연계하여 임신·출산·육아 휴학 계획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위의 대학을 제외한 나머지 8개 대학은 임신·출산·육아 휴학 제도를 시행하지 않고 있다. 이들 대학은 교육부나 보건복지부를 통한 어떠한 공문도 받지 않았다는 것이 공통된 입장이다. 이화여대 학생지원팀 관계자는 “현재까지 임신·출산·육아 사유로 휴학을 신청한 학생은 없었다.”며 “육아 휴학이 없더라도 일반 휴학이 최대 3년까지 가능하기 때문에 이를 통해 신청하면 된다.”고 말했다. 숙명여대 학사지원팀 관계자 역시 “일반 휴학을 신청할 때 기타 사유를 쓰는 칸이있기 때문에 따로 임신·출산·육아 휴학제도를 도입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 것”이라고 전했다. 건국대 학사관리팀 이민경 주임은 “임신·출산·육아 휴학과 관련된 여학생들의 문의가 없었다.”며 “교육부나 보건복지부를 통한 공문도 받지 않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육아 휴학 도입 계획도 없는 본교
  본교 또한 임신·출산·육아 휴학 제도를 시행하지 않고 있다. 장봉제(글로벌통상·4) 양은 “임신 초기에 휴학을 위해 학교 규정을 알아보던 당시 군 휴학을 제외하고는 따로 인정하는 규정이 없었다.”며 “남자가 군대를 가는 것과 같이 임신·출산·육아의 경우도 엄연히 존중받아야 하는데 학교가 그 권리를 인정해주지 않아 실망스러웠다.”고 말했다. 출산을 위해 일반 휴학을 해야 했던 다른 학생 A양은 “직장에서는 월급을 받으면서 육아휴직의 혜택을 받도록 하는 반면, 대학은 학생이 돈을 내는 입장인데도 육아 휴학을 허가해주지 않는다.”며 “이것이 인식의 문제라면 소수에 대한 배려가 없는 것”이라고 전했다.

  본교 학사 과정의 휴학은 1회에 1년씩 총 5회까지 가능하다. 입학한 후 2학기 이내에는 입영·질병 이외의 휴학은 허가하지 않으며, 휴학을 하면 연속으로 2년 이상은 불가능하다. 병역법상 복무 의무나 총장이 인정하는 사유일 때에만 별도의 휴학이 가능하다. 학적팀 이민선 팀장은 “임신·출산·육아 휴학이 본교 규정에는 명시돼 있지 않지만 총 5년의 휴학이 가능하기 때문에 질병 사유로 신청하면 될 것”이라며 “굳이 육아 휴학을 명분화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1년 휴학을 하면 연속 신청이 불가하므로 사실상 출산 및 육아를 위해 충분한 휴학 기간을 갖기는 어렵다.

  대학원 또한 임신·출산·육아 휴학을 인정하지 않는다. 대학원의 경우 병역 휴학 이외에 특수 대학원 학생의 장기 해외 근무 및 지방 근무 등의 사유만을 별도 휴학으로 지정하고 있다.

 

  사립대 불참에 마땅한 대책 없어
  우리나라의 저출산·보육 예산은 △2009년: 5.4조 원 △2010년: 6.7조 원 △2011년: 8.5조 원 △2012년: 18.9조 원으로 최근 급증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국가적 분위기와 달리, 대학은 학내 구성원인 임신·출산·육아 대학(원)생에 대한 모성보호가 전반적으로 미흡한 상태이다. 국권위에 따르면 지난 3년 동안 국민신문고에 문의된 대학(원)생 출산·임신·육아 관련 민원은 총 749건이다. 하지만 전국 47개 국·공립대학교 중 16개(34%) 대학만이 임신·출산·육아 휴학을 인정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국가공무원법과 국가공무원 복무규정상 육아휴직 기간은 여자가 3년, 남자는 1년이다. 그러나 47개의 국·공립대학 중 7개 대학은 임신·출산·육아 관련 휴학 기간이 1년 정도로 짧아 육아를 위한 휴학이 현실적으로 보장되지 않고 있다. 또한 다른 5개 대학은 임신·출산 휴학을 인정하고 있지만 육아 휴학은 불가하다는 제도적 미비점이 발견되었다. 여학생의 권리를 인정해줘야 할 여대의 경우에도 이화여대, 숙명여대 2곳 모두 임신·출산·육아 휴학의 도입은 물론 계획조차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대학원은 학사 과정보다 기혼 여성 비율이더 높은 반면, 휴학기간 및 재학기간이 학사 과정보다 더 짧아 임신·출산·육아 휴학 제도가 더 필요한 상황이다.

  하지만 임신·출산·육아 휴학 제도를 이행하지 않는 대학에 대해서는 별다른 제재를 가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제도개선총괄담당관 박 서기관은 “작년 국권위에서 직접 권고한 47개의 국·공립대학교는 대부분 제도를 이행하거나 계획 중에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며 “사립대는 국권위가 관여할 수 있는 정도에 한계가 있어 이렇다 할 방도가 없는 상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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