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대 A학생은 지난 학기에 학과 석차 1등을 했다. 학과에서는 A학생에게 학습 계획서를 작성하고 지난 학기에 수강한 강의 목록을 가지고 올 것을 요구했다. 방학 중이었던 A학생은 집이 지방이었지만 장학금과 관련된 일이기 때문에 서류를 준비하고 학교를 찾았다. 1등을 했기에 전액 장학금을 받을 줄 알았던 A학생. 그러나 학습 계획서 제출 후 장학금 내역을 확인해 보니 ‘반액 장학금’이었다. A학생은 반액 장학금을 받게 된 이유를 담당 교수에게 이메일로 문의했다. 그리고 교수로부터 ‘A학생이 학과에서 가장 좋은 성적이나, 수강과목 등을 포함하여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 다른 학생들과의 성적과 비교하여 그 차이가 미미하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리고 학습 계획서에 대해서는 교수님들이 주관적으로 판단한 결과가 반영되었습니다.’ 라는 답변을 받았다. 
  A학생이 성적장학금을 오롯이 받지 못한 이유는 따로 있었다. 일부 학과에서 성적 장학금 기준에 성적뿐만 아니라 별도의 평가 기준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본지의 취재 결과 39개 학과 중 12개 학과가 성적 장학금에 이 같은 방식을 반영하고 있었다. 각 학과들은 저마다의 잣대로 학생들에게 성적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다.

  더 이상 ‘성적’으로 받지 않는 성적장학금
  본교 성적장학금은 성적이 우수한 학생에게 지급되는 장학금이다. 지급 기준은 △학점 3.5이상 △교내 장학금 신청 여부 △일정 학점 이수자를 공통 자격으로 설정하고 나머지 기준은 대부분 학과장 및 교수의 협의 하에 따르고 있다.
  이러한 실정으로 인해 각 학과가 내세우는 성적장학금의 기준은 제각각이다. 전체 39개 학과 중 27개의 학과는 학교가 정한 공통 자격만을 장학금의 기준으로 적용한 반면, △인문대학 2개학과(평생교육 , 생활체육) △경영대학 3개 학과(경영, 벤처중소기업, 회계) △공과대학 4개 학과(기계공학, 유기신소재·파이버공학, 전기공학,화학공학) △IT대학 3개 학과(글로벌미디어, 정보통신전자공학, 컴퓨터)는 학과 행사 참여도를 기준에 부가하고 있다. 게다가 △기계공학과 △유기신소재?파이버공학과 △전기공학과 △컴퓨터학부의 경우, 성적 장학금 지급 조건에 토익(TOEIC) 점수를 반영하고 있다.
  이처럼 학과에 맞지 않는 기준으로 장학금 지급을 하는 것에 대해 장학팀 권재훈 팀장은 “각 학과의 특성상 원하는 인재상이 다르기 때문에 학과의 재량에 맡길 수밖에 없다.”며 “학교는 자격 요건에 대한 기본적인 가이드 라인만 제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A학생은 “1등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성적장학금을 완전히 받지 못해 아쉽다.”며 “성적장학금 기준이 너무 주관적인 것 같다.”고 말했다.

  학과 참여는 성적장학금의 필요조건?
  현재 ‘학과 참여도’를 성적장학금의 기준으로 삼고 있는 학과는 8개로, 각 학과들이 성적 외로 가장 많이 활용하는 지표다. 학과 참여도는 MT, 특강, 교수와의 면담 등 학과 내에서 열리는 행사에 참여한 비율을 반영한다. 벤처중소기업학과는 지난 1학기에 △학생회 활동(10%) △멘토링(30%) △취업특강(10%) △기업가 정신 특강 2회(10%) △총MT(20%) △기타(10%)를 학과참여도로 설정하여 성적장학금에 반영했다. 벤처중소기업학과 최문수 교수는 “많은 학생들의 참여를 고취시키기 위해 학과 참여도를 별도의 기준으로 정했다.”고 이유를 밝혔다. 하지만 해당 학과 B군은 “학과 참여도에 포함되는 행사가 너무 많다고 느낀다.”며 “성적장학금인지 학과 참여도 장학금인지 모르겠다.”고 전했다. 같은 학과 C양은 “학생들이 모든 행사에 참석하지 못하는 상황들이 발생할 텐데 이로 인해 장학금에 불이익을 받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경영학부 △글로벌미디어학부 △기계공학과 △정보통신전자공학부 △평생교육학과 △화학공학과 △회계학과에서 학과 참여도를 성적 장학금에 반영한다. 평생교육학과 최성우 학과장은 “오로지 성적만 좋은 학생과, 학과 행사에 참여해 다양한 사람들과 어울리는 학생은 다르다고 생각한다.”며 “학과에서 바라는 학생들의 모습은 시험 점수만 우수한 학생이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사회대 D양은 “학과 행사 참여율을 학생들이 민감하게 생각하는 성적장학금에 반영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성적장학금의 본 의미를 뚜렷이 정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학교 성적이 돼버린 토익점수
  한편 성적장학금에 학교 성적과 관계없는 토익점수를 반영하는 학과도 있다. 공과대학 6개 학과 중 △기계공학과 △유기신소재·파이버공학과 △전기공학과 총 3개 학과와 IT대학 중 컴퓨터학부가 토익을 성적장학금의 기준으로 두고 있다. 기계공학과의 경우 영어환산 점수제를 도입했다. 이는 학년 별로 기준이 되는 토익 점수를 제시하고 이 점수에 미달할 경우 1점당 0.002점 감점하여 최대 0.5점까지 감점한다. 기계공학과 이원 학과장은 “공대 특성상 영어 강의를 많이 접하지 못해 학생들의 종합적인 과목 발달과 졸업 후 원활한 취업을 위해 토익 점수를 반영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전기공학부 염정덕 학과장 역시 “학생들이 취업을 준비할 때 영어를 미리 준비하면 효과적으로 취직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돼 토익 점수를 기준으로 설정했다.”고 전했다.
  공대 E군은 토익 점수로 가산점을 받아 성적 장학금을 받았지만 이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E군은 “토익이 물론 취업에 중요하지만 장학금에서 조차 대학이 너무 취업을 위한 하나의 단계로만 전락하고 있는 것 같다.”며 “토익 외에도 다른 의미있는 조건을 성적장학금에 충분히 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학생들 “성적장학금 의미 사라지는 듯”
  일부 학생들은 학과 재량이라는 일방적인 방침에 불만을 제기한다. 경영학부 F양은 “집안 사정으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어 학과 공부를 병행하는 것도 쉽지 않다.”며 “성적으로만 평가해도 장학생이 되기 힘든데 다른 기준들까지 반영한다면 벅찰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회계학과 G양은 “우리 과는 다른 과와 달리 면접이 장학금 기준에 반영되는데 면접은 무엇보다 교수들의 주관적 판단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며 “주관적 판단이 장학금에 반영되는 것은 합리적인 방법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경영대 H양은 “성적장학금 외에 다른 요소가 평가 기준이 되는 것은 이름 그대로의 성적장학금 의미가 희석되는 느낌”이라고 밝혔다.
  이와 달리 학과의 방침을 따를 수밖에 없다는 입장도 있었다. 경영대 I군은 “장학금 명칭이 성적장학금이니 그대로 학점이 최대한 반영되는 것이 옳지만 학점의 차이가 미세할 경우 학과의 방침에 따라 판단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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