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디스트릭트9’이 등장했을 때 모든 영화 평단과 SF마니아들은 이 영화를 새로운 형식의 SF라고 말하며 주목하기 시작했다. 이 영화가 돋보이는 것은 익숙한 것을 새롭게 느껴지도록 만드는 것에 있다. 시작부터 모큐멘터리 형식을 취하는 영화는, 남아공 출신의 감독의 손을 통해 재창조된다. 가장 정치적인 특색을 잘 나타낼 수 있는 장르가 SF라는 말처럼 감독 역시 ‘아파르트헤이트’를 영화 속에 녹여 내며 그들의 부끄러운 역사를 은유적으로 드러낸다.또한 영화는 남아공을 주 배경으로하고 있는데, 이로 인해 여타 SF에서 느낄 수 없었던 을씨년스럽고 처연한 분위기가 만들어진다.

 

  뿐만 아니다. 그들의 나라에서 자행되었던 차별과 폭행을 보여주기 위해 선택한 것이 새로운 형태의 외계
인이다. 흔히 SF속 외계인은 최첨단하이테크 무기를 장착한 절대적인 악당 혹은 인간에게 한없이 우호적인친구로 등장한다. 그러나 ‘디스트릭트9’ 속 외계인은 불시착으로 인해 오갈 때 없는 난민으로 표현된다. 인간에게 핍박을 받으며 반란의 기회를 꿈꾸지만 그들 역시 섣불리 행동할 수 없고, 인간 역시 골칫거리가 된 외계인의 처리 여부를 놓고 이렇다 할판단을 내리지 못한다. 영화는 이 일련의 과정들을 모큐멘터리 형식으로표현하고, 중반부부터는 지금까지 보여 왔던 영웅과는 다른 주인공을 통해 이야기를 이끌어 간다. 더 놀라운 것은 현실 사회의 풍자가 곳곳에 묻어남에도 불구하고, 영화의 몰입도를 깨뜨리지 않는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것은 앞서 말했던 익숙함에 있다. 삶도 죽음도, 어느 한 쪽의 승리 역시 없는 결말임에도 불구하고 이 일련의 과정이 낯설다거나 생소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즉 ‘디스트릭트9’은 관객들로 하여금 새로움을 가장 잘 이끌어 낼 수 있는 감성과 전혀 새로운 형태의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는 이미지를 가졌다. 그렇기에 막상 영화를 보다보면 SF임에도 불구하고, 캐릭터에 대해 복합적인 감정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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