헛바퀴 도는 성범죄 예방 교육 교수도 학생도 없었다
헛바퀴 도는 성범죄 예방 교육 교수도 학생도 없었다
  • 박소현 기자
  • 승인 2013.09.15 19:37
  • 호수 11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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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학가가 성범죄로 인한 몸살을 겪고 있다. 7월 8일(월) 고려대 남학생이 2년에 걸쳐 같은 학교 여학생 19명을 성폭행·성추행하고 이를 동영상으로 촬영해오다 적발됐다. 지난달 4일(일)에는 고려대 교수가 여학생에게 연구와 진로 상담를 핑계로 부적절하게 신체를 접촉한 사건이 발생했다. 연세대에서는 지난달 2일(금) 학생들 사이에 성폭행 사건이 발생하는 등 현재 대학 내 성범죄들이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280개 대학 사례를 조사한 ‘2012 대학교 성희롱·성폭력 실태보고서’에 따르면, 대학 내 상담 기구에 신고된 성범죄 사건이 2009년 평균 0.6건에서 2011년 1.2건으로 2배가 늘었다. 더이상 대학은 성범죄로부터 안전 구역이 아니다. 이에 과연 본교에서는 성범죄 예방 대책과 사후처리가 어떻게 진행되고, 문제점은 없는지 점검해 봤다.

 

   직원만 참여하는 성범죄 예방 교육

  성범죄 예방 교육은 여성발전기본법 조항에 따라 건전한 직장문화 조성을 위해 의무화 돼있다. 법정 의무교육으로서 매년 1회 기관장을 포함한 간부공무원, 임원, 교수 등 관리자들이 참여해야 한다. 본교의 교육 이수 대상자는 모든 교직원으로, 이 같은 교육을 ‘성희롱 방지 및 성매매 예방 교육’(이하 성교육)이란 명칭으로 실시하고 있다. 

  본교 직원의 성교육 참여율은 높다. 성교육을 이수하지 않을 시 승급에 제한이 가해지기 때문이다. 2013년도 성교육에는 전 직원의 88.37%가 교육을 받았으며, 지난해에는 89.53%가 이수했다.하지만 의무적으로 교육을 받는 직원들과 달리 교수들은 거의 참석하지 않는 것으로 밝혀졌다. 교수의 성교육 미이수에 대한 제재가 없어 참여율이 저조한 것이다. 더불어 학교 측은 현재 교수에 대한 성교육 이수 통계를 집계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익명의 한 직원은 “교수들이 참여하는 것을 거의 본 적이 없다.”며 “교수에게 성교육을 강제하고 있지 않으며 교육을 받지 않아도제재는 없다.”고 말했다.

 

  “성교육은 의례적인 행사일 뿐”

  거기다 일부 교수들은 성교육의 중요성을 모르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A교수는 “성교육의 필요성이 안 느껴진다.”며 “의례적인 행사일 뿐 교육을 통해 새로 얻을 내용은 없다.”고 전했다. B교수는 “성희롱 등 성교육의 중요성을 자각하지 못해 참석률이 미비한 것”이라며 “스스로의 행동과 발언이 성희롱 등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인식으로 인해 성범죄가 일어난다.”고 지적했다. C교수는 “성교육이 필요하긴 하나 연구와 강의 때문에 교육을 위한 시간을 확보하기 어렵다.”며 “인터넷 수강 등을 통해 편의성을 확대해 나가는 방법으로 보완해야 한다.”고 밝혔다.

  교수들과 달리 학생들은 교수들의 성교육이 무조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경통대 D학생은 “교내에서도 교수와 관련된 성범죄는 분명 발생하지만 성교육이 이뤄지지 않아 문제가 일어나는 것으로 보인다.”며 “제재를 마련하는 등의 노력을 통해서 교수들의 참석을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회대 E학생은 “교수들이 학생들과 접촉할 일이 많기 때문에 성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학생은 약자인 반면 교수는 권력을 갖고 있는 존재”라며 “부당한 사건들이 발생할 소지가 있기 때문에 성교육을 의무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학생들 대상 성교육, 좀 더 체계적이어야

  교직원뿐만 아니라 학생들을 위한 성교육도 있다. 상담센터에서는 성의식에 대한 바른 이해와 성과 관련된 문제의 대처 방법의 이해를 돕는 차원에서 매년 1회 ‘성 바로 알기’ 캠페인을 실시한다. 캠페인 내의 성희롱 진단 팀에서는 성희롱 진단 간이검사를 통해 성희롱 인식에 대한 자가 점검을 진행한다. 이 외에도 기숙사생들을 대상으로 성교육을 신입 OT 프로그램 속에 포함해 매학기 운영하고 있으며, 해외 봉사 등 여러 프로그램에서 성교육을 비정기적으로 실시한다.

  하지만 체계적이고 집중적인 성범죄 예방 교육은 전무한 실정이다. 공대 F학생은 “고등학교 때까지는 정기적인 교육을 받아왔지만, 법적 책임을 져야 하는 성인을 위한 마땅한 교육이 없다.”며 “캠퍼스 내 지속적인 교육을 통해 학생들이 경각심을 키울 수 있는 기회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인문대 G학생은 “지속적인 교육 방안의 하나로 채플 시간을 활용하는 등 비강제적인 방법으로 성범죄에 대한 학생들의 주의를 높여야 한다.”고 전했다. 사회대 H학생은 “성범죄 예방 교육의 질을 높여야 한다.”며 “실질적으로 학생들에게 예방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고 밝혔다.

 

  성범죄 사건은 어떻게 처리되나?

  고려대의 경우 잇따른 성범죄 사건 후에도 급조된 대책만을 내놓은 뒤 재발 방지에 대해서는 소홀한 모습을 보여 왔다. 그리고 뒤늦게야 ‘성범죄 대책 특별위원회’를 출범시켜 비판을 받았다.

  이와 달리 본교는 상담센터에 속한 양성평등상담팀에서 성범죄 사건을 담당해오는 등 체계적인 방지 체계가 구축돼 있다. 사건이 발생하면 양쪽 신분을 보호하는 차원에서 피해자와 가해자가 아닌 신고인과 피신고인으로 칭하며, 신고인과 피신고인의 신상 정보를 철저히 보호한다. 그리고 상담센터 상담심리팀과 연계해, 당사자들에게 정서적 치유를 위한 상담 자리를 마련한다.

  이들은 중립적인 위치에서 신고인과 피신고인에게서 사건에 대한 진술을 듣는다. 다음으로 신고인이 경찰에 신고를 원하는지 여부와 심리 치료에 대한 요구를 파악한 후 신고인에게 다양한 해결책을 제시한다. 이후 신고인의 선택과 결정에 따라 개인적 해결로 사건이 종결된다. 신고 없이 본인과 학교의 도움으로 해결한 경우, 치유 상담이 이뤄진다.

  사건이 끝나지 못한 경우 ‘학교 내 해결’과 ‘학교 외 해결’로 처리된다. 학교 내 해결은 ‘비공식 처리’와 ‘공식 처리’로 구분된다. 비공식 처리는 상담센터에서 신고를 접수한 이후 피신고인과의 합의 및 중재를 담당한다. 신고인의 요구안이 정리된 후 피신고인과 합의를 통해 사건이 종료된다. 비공식 처리 방법으로 사건이 종료되지 않는다면 공식 처리 과정을 통해 대책위원회가 결성된다. 대책위원회는 △부총장 △교목실장 △학생처장 △여학생부처장 △학생상담센터장으로 구성된다. 대책위원회는 교내의 ‘성희롱·성폭력 예방과 처리에 대한 규정’에 따라 사건의 진상을 조사한 후, 처리 결과가 신고인을 만족시킬 시에 사건을 종료한다. 학교 외 해결로는 국가위원회와 고용노동부를 통하는 행정적 해결과, 민사고소와 형사고발을 통한 사법적인 해결 방법
이 있다.

 

  상담 기구는 있지만, 인력은 부족

  현재 상담센터는 △신고인·피신고인 상담 △사건조사 △피해자 보호 △가해자 교육 △학내 구성원별 성범죄 예방 교육 등을 관리한다. 하지만 많은 역할을 맡은 데 비해 성 관련 상담을 담당하는 인력은 양성평등팀 전임연구원 단 한명뿐이다. 양성평등팀 손혜진 전임연구원은 “인력이 부족해 본 업무인 심리 상담과 성 관련 사건 조사를 혼자 힘으로 병행할 수밖에 없다.”며 “원활한 운영에 어려움이 따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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