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스완>은 결핍에서부터 시작된다. 또한 그 결핍은 ‘완벽함’을 종착점으로 삼고 있다. 영화의 서사는 비교적 간단하다. 한 명의 발레리나가 백조에서부터 흑조로 변모하기까지의 과정을 그리고 있다. 그러나 단순한 서사와 달리 영화는 혼란스럽다. 흑조와 백조, 선과 악, 소녀와 여성, 순수와 타락으로 분류할 수 있는 이분법적 구성은 진부함이나 단순함을 표현하지 않는다. 오히려 현실과 환상 속에 교차되며 시시각각 숨통을 죄여온다.

  현실과 환상의 붕괴는 주인공 니나가 ‘결핍’을 깨달으면서 시작된다. 엄마로부터의 세계에 갇혀 있던 니나는 자신의 결핍을 알지 못한다. 그러나 단장 토마스로 인해 니나는 본능 속 흑조와 조우한다. 얼핏 볼 때, 토마스와 엄마는 니나에게 있어 극명히 대비되는 인물로 느껴진다. 그러나 그들 모두는 하나의 대칭점을 가지고 있다. 바로 ‘완벽함’을 꿈꾼다는 것이다. 흑조로서의 탈피를 꿈꾸는 니나, 새로운 ‘리틀 프린세스’를 찾는 토마스, 발레리나로서 못 다한 꿈을 니나로부터 이루려고 하는 엄마까지, 목적은 다르지만 그들 모두 하나의 점으로 귀결되고 있다.

  또한 이를 쉽게 파악하기 힘든 이유는 영화가 일인칭 시점으로 연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애쓰지 않아도 니나에게 동화될 수밖에 없으며 장치와 공간 역시 이를 거들고 있다. 니나는 밀폐된 공간 속의 거울을 보며 무의식의 자신과 만난다. 영화가 진행될수록 일련의 과정은 반복되고, 환각과 현실을 구분하는 것 역시 무의미해진다.

  결국 니나는 자아의 경계였던 거울을 파괴함과 동시에 자신을 찌르게 된다. 흑조에게 잠식당한 자아의 선택은 ‘자기 파괴’와 ‘완벽함’이었다. 남은 것은 니나가 아니었다. 강렬하지만 서글픈, 완벽한 블랙스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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