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출을 위한 구조조정인가 발전을 위한 구조조정인가

  지난달 29일(목) 교육부가 35개의 재정지원제한대학 명단을 발표했다. 이 중 14곳은 학자금 대출제한대학으로, 9곳은 경영부실대학으로 추가 지정됐다. 이로써 올해 선정된 35개의 재정지원제한대학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적인 지원을 받을 수 없다. 게다가 학자금대출제한대학으로 선정된 대학의 신입생은 학자금대출을 받을 수 없으며, 경영부실대학은 지난해와 달리 국가장학금 Ⅰ유형의 지원마저도 끊겼다.

  학령인구 감소로 구조조정 불가피해

  총 8개의 성과 지표(△재학생 충원율 △취업률 △전임교원 확보율 △장학금 지급률 △등록금 부담완화 △법인지표 △학사관리 △교육과정)에 따라 순위를 정해 하위 15% 대학을 재정지원제한대학으로 지정하는 정책은 2011년부터 시행돼 왔다. 당시 교육부는 “학령인구의 급격한 감소에 대비하고,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취약한 대학의 교육의 질을 개선해야 한다.”며 “이에 따라 강력한 대학 구조개혁이 요구된다는 사회적 요구에 부응해 체계적 구조개혁을 추진한다.”고 정책시행의 이유를 명시했다. 실제로 대학 진학률은 2009년 77.8%로 최고치를 기록한 뒤 △2010년: 75.4% △2011년: 72.5% △2012년: 71.3% △2013년: 70.7%로 감소해 11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또한 교육부의 통계에 따르면 고교졸업자수 또한 △2013년: 63만 명 △2018년: 55만 명 △2023년: 40만 명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편 교육부는 올해부터 경영부실대학으로 선정된 학교의 신입생에게 국가장학금 Ⅰ유형의 지원을 제한하며 구조개혁 조치를 한층 강화했다. 교육부 대학재정지원 이지선 사무관은 “정부가 구조개혁에 나서지 않을 경우 대학 교육의 부실화가 심해진다.”며 “그렇다면 그 피해는 학생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갈 수 있다.”고 밝혔다. 어딘가는 하위 15% 대학에 들 수밖에 없다 상대평가로 진행되는 재정지원제한대학 평가로 인해 대학이 성과 지표에 대한 성적을 유지하거나 올린다 하더라도 재정지원제한대학으로 선정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성공회대는 올해 들어 성결대, 신경대와 함께 서울 4년제 대학 중 재정지원제한대학으로 선정됐다. 성공회대 김덕봉 기획처장은 “재학생 충원율, 취업률과 교육비 환원율 등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지표의 평가가 전반적으로 지난해에 비해 개선된 데다 전임교원 확보율 또한 높았다.”며 “하지만 결국 재정지원제한대학 선정이 절대평가가 아닌 상대평가로 이뤄지다 보니 지표가 상승했음에도 제한대학에 선정돼 유감이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상대평가를 하면 일부 대학은 하위

  15% 대학에 들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교육부이 사무관은 “정부 재정지원제한대학 정책은 대학이 하위 15%에 들지 않기 위해서라도 자체적인 발전계획을 수립하여 다양한 교육투자를 확대하도록 했다는 점에서 긍정적 효과가 있었다.”면서도 “그러나 다양한 학교의 특성을 고려하지 못하고, 대학간 과도한 경쟁이일어난다는 지적이 있는 바, 이에 대해서는 지속적인 의견 수렴등을 거쳐 개선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넘을 수 없는 산 넘으라는 컨설팅경영부실대학으로 선정된 대학들은 교육부와 한국사학진흥재단(이하 사학진흥재단)의 컨설팅을 받게 된다. 그러나 컨설팅을 받은 대학들은 이들이 무리한 이행과제를 부여해 대학이 경영부실에서 벗어나는 데 도움이 안 된다는 비판을 제기했다.

  부산예술대학(이하 부산예대)은 지난 2010년 말부터 4년째 경영부실대로 지정돼 왔다. 이 대학의 전체 재산규모는 40억 원 정도이다. 그러나 컨설팅으로 이들에게 제시된 과제는 수익용 기본재산 매각과 도서관 건립 등이다. 이에 부산예대 황문건 기획관리실장은 “학교 예산을 고려하지 않은 무리한 이행과제”라며 “96%의 재학생 충원율을 달성하는 등 지표를 관리했음에도 경영부실대학으로 선정된 현실이 절망적이다.”라고 밝혔다. 제주국제대 또한 컨설팅 결과, 수익용 재산을 매각함으로써 교육환경을 개선해야 했다. 이에 따라 탐라대 부지를 매각하려 했지만 부동산 경기가 악화돼 실패했다. 현재는 부지 매각을 제외한 나머지 24개 이행과제는 모두 달성한 상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주국제대는 올해에도 경영부실대의 꼬리표를 달게 됐다.이처럼 컨설팅을 받은 대학들이 계속 경영부실대학으로 선정되자 대학 측에선 “컨설팅은 대학 경쟁력 강화를 위한 것이 아니라 사실상의 퇴출 시나리오다.”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사전조사조차 없는 컨설팅

  컨설팅을 제공하는 교육부와 사학진흥재단은 해당 대학의 상황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때문에 이들은 각 대학에게 필요한 개선점을 짚어내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06년 전문대에서 4년제 대학으로 전환한 건동대는 2010년 경영부실대로 지정됐다. 이에 따라 교육부의 컨설팅을 받았고 ‘2012년 말까지 연속적으로 61%의 교원확보율을 유지하라’는 이행과제를 받았다. 이에 건동대는 제시된 만큼의 교원확보율을 유지했지만, 2년 후 결국 자진 폐교했다. ‘전문대학이 4년제로 전환한 뒤 4년째가 되는 해에는 교원확보율 100%를 충족해야 한다.’는 대학설립운영규정을 지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교육부와 사학진흥재단이 컨설팅 대상 학교를 제대로 관리하고 있지 못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갈수록 빠져드는 부실대의 늪

  경영부실대학으로 선정될 경우 정부재정지원제한대학, 학자금대출제한대학에 대한 조치에다 신입생 대상 국가장학금 Ⅰ유형 제한까지 추가돼 최악의 상황에 당면하게 된다. 이러한 조치는 신입생 모집에 큰 타격을 입히며, 이는 곧 대학의 경영난으로 이어짐으로써 대학들이 재정지원제한대학에서 벗어나기 어렵게 된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재정지원제한대학으로 선정된 경주대 발전기획처 관계자는 “재정지원제한대학으로 선정된 대학들 중 상당수가 재정상황이 좋지 않다.”며 “교원확보율과 장학금 지급률 등 지표의 대부분이 예산 투입 없이는 사실상 개선이 불가능한 것이기에 부실대의 굴레에서 빠져나오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서남대 관계자 또한 “재정상황도 안 좋은데 정부의 금전적 지원마저도 끊기게 되니 상황은 더욱 악화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라며 “결국 여러 차례 재정지원제한대학에 걸린 대학들은 사실상 폐교를 눈앞에 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민주당 유은혜 의원은 이에 대해 “정부는 재정지원제한대학 명단 발표를 통한 개혁을 멈추고, 대학 발전에 필요한 요소가 무엇인지 파악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본교 경영평가팀 류진호 팀장은 “학령인구가 감소함에 따라 학생이 없는 대학은 자연스럽게 도태될 것이므로 굳이 정부가 적극적으로 구조개혁에 개입하지 않아도 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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