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 1,668억 원. 지난해 전국 사립대학교의 총 이월금이다. 이는 지난해 초 이월금 예산으로 책정한 1,594억 원에 비해 7.3배 많은 금액이다. 이와 대비해 지난해 사립대의 등록금 인하율은 0.46%에 그쳤다.

  이월금이란 해당 연도에 집행하지 않아 발생한 예산과의 차액을 말한다. 이월금은 적립금으로 들어가거나 건축사업과 수익사업 등을 진행하는 데 쓰인다.

  정진후 의원이 지난 21일(토) 제시한 2012년 대학별 이월금 적립금 예결산 현황에 따르면 올해 수원대가 약 1,060억으로 이월금이 가장 많았다. 책정한 예산에 비해 실제 이월금이 가장 많은 곳은 건국대로, 이월금 차액이 514억 원이었다. 이어 △한국산업기술대: 480억 △고려대: 398억 △영남대: 320억 △총신대: 294억 △백석대: 291억 순 이었다. 이 외에도 △성균관대 △연세대 △국민대 등 서울 주요 4년제 대학들이 최소 150억 원 이상의 이월금 차액을 남겼다.

 

  등록금 인하 어렵다더니 이월금 대부분이 등록금?

  문제는 이월금의 대부분이 기금회계가 아닌 등록금회계에서 비롯되었다는 점이다. 건국대의 경우 이월금 514억 원 중 496억 원이, 고려대는 이월금 398억 원 중 318억 원이 등록금회계로 돼 있다. 영남대의 경우에도 320억 원의 이월금 중282억 원이, 백석대는 298억 원 중 291억 원이 등록금회계로 돼 있다. 사립대의 1조 원이 넘는 이월금 규모에 비판을 제기한 정의당 정진후 의원은 “등록금이 주 수입원인 등록금회계에 이월금이 편향돼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사립대의 지난해 등록금 인하율은 0.46%로 이월금에 비해 매우 낮은 수치였다. 등록금 책정 당시 대부분의 대학들이 “재정상황이 안 좋아 등록금을 내릴 여력이 없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이번 결산에서의 이월금 현황은 이러한 주장의 신뢰성을 떨어뜨리고 있다.

  이월금 차액이 가장 높은 건국대 서울 캠퍼스의 지난해 등록금 인하율은 0.18%였다. 건국대 송희영 총장은 지난해 12월 3일(월) “등록금 인하 방법에 대해서는 논의해야 한다.”면서도 “교육의 질이 떨어질 수 있으므로 무조건적인 인하는 반대한다.”며 반값등록금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취했다. 학교 측 또한 등록금 동결을 주장했다. 이에 건국대 총학생회는 올해 1월 8일(화)부터 3주간 등록금 인하를 요구하는 1만 6000배 운동을 진행하며 대학의 기업형 경영에 대해 비판한 바 있다. 건국대 총학생회 관계자는 “결산에서 이월금이 이렇게까지 많이 남았다는 것은 대학이 등록금 인하를 위해 노력하지 않았다는 증거”라며 “재정상황이 어려워 등록금 인하가 어렵다고 한 학교 측의 입장은 궁색한 변명이 되어 버렸다.”고 전했다.

 

  교육부의 권고는 무시, 이월금 예산은 축소

  사실상 대학들은 등록금을 책정할 때 이월금을 반영할 수 없는 실정이다. 등록금 책정은 매해 초에 이뤄지지만 같은 해 하반기에 대학의 지난해 이월금 결산이 마무리되기 때문이다. 회계규정상 당해 연도 결산은 이듬해에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대학들이 이월금을 반영해 등록금을 책정하기 위해서는 예산을 매우 정밀하게 잡거나 가결산을 내야 한다.”고 말했다. 감사원은 2011년 대학들에게 가결산 시 이월금을 감안해 등록금을 책정하라고 권고했다. 대학들은 이를 무시한 셈이다.

  당초에 이월금 예산을 매우 축소시켜 잡는 경우도 허다했다. 건국대나 고려대의 경우 예산에서 이월금을 책정조차 하지 않았다. 실제로 전국 155개 대학 중 72개 대학의 이월금 예산은 0원이었다. 건국대 예산팀 윤규상 주임에게 예산을 책정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묻자 답변을 거부했다.

  연세대 예산팀 윤장용 팀장은 “예산과 결산의 차이는 항상 발생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학교 예산 규모에 비하면 이월금 차액을 결코 크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본교 예산팀 이형민 팀장은 이에 대해 “회계기간 중에 이루어지는 가결산은 매달 정기적인 수익이 발생하는 기업에서나 가능한 일”이라며 “기업과 달리 대학은 상반기와 하반기 두 번에 걸쳐 수입이 들어오므로 정확한 가결산을 내기 어렵다.”고 밝혔다. 백석대 예산팀 관계자는 “대학은 이월금 예산을 보수적으로 책정할 수밖에 없다.”며 “이월금 예산을 높게 책정한 것에 비해 그만큼의 이월금이 발생하지 않으면 재정상 문제가 생기기 때문이다.”라고 전했다.

 

  약하기만 한 등심위의 영향력

  등록금심의위원회(이하 등심위)의 영향력이 없어 등록금은 많이 못 내리고 이월금 차액만 거대하게 발생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학생, 학부모, 교직원들로 이루어진 등심위는 학교 측과 함께 등록금을 협의하는 기구다. 교육부 관계자는 “등심위가 예산에만 관여할 수 있어 영향력이 적다고 판단했다.”며 “이에 올해부터 등심위가 결산에도 참여할 수 있는 등심위 강화 방안을 내놓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교육부의 등심위 강화방안에도 여전히 등심위의 힘은 미약하다. 대학 측은 등심위에 가결산 내역, 수익사업 결과 등의 자료조차 제대로 공개하지 않고 있다. 성균관대 총학생회 관계자는 “등심위에게 주어지는 자료는 학생들에게도 다 공개되는 예결산 현황 정도”라며 “학교 측은 등심위도 엄연한 등록금 책정의 주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정확한 판단을 할 수 있게 좀 더 많은 자료를 제공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학교가 일방적으로 등심위에게 결과를 통보하는 식의 태도를 고쳐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등록금과 예결산의 최종 결정 또한 사실상 이사회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따라서 등심위가 예산 편성이나 등록금을 책정할 때 동의하거나 의결하지 않더라도 이사회만 통과하면 됐다. 이에 따라 등심위가 실질적으로 대학의 예결산을 바꾸지 못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백석대 총학생회 관계자는 “등심위가 예결산 또는 등록금 책정에 대해 반대를 표명하고 항의도 했지만 학교 측은 밀어붙이는 식으로 일을 진행했다.”며 “등심위 제도가 이렇다 보니 총학이 할 수 있는 대응방안이 딱히 없다.”고 말했다.

 

  과다한 이월금 제재할 수 있는 규정 없어

  교육부는 ‘교육부 장관은 사립대의 이월금이 재정 규모에 비해 과다한 경우에는 시정요구 등 필요한 조치를 할 수 있다.’는 조항을 지난 1월에서야 개정된 사립학교법에 추가했다. 하지만 이 조항이 실효성이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내용이 구체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과다한’에 대한 기준이 없고, ‘필요한 조치’도 어느 정도로 강한 조치인지 알 길이 없다. 한국대학교육연구소 관계자는 “거액의 이월금이 발생하는 문제를 막는 법임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다.”라며 “명확한 기준이 없으니 실제로 제재할 일도 별로 없을뿐더러 조치를 취하게 되더라도 권고 정도의 약한 수준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월금 줄여 등록금 더 내릴 수 있나

  교육부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내년 8월부터 대학들의 이월금 비율과 교육비 환원율 등 9개의 투명성 지표에 따라 5등급으로 나눠 평가해 대학알리미에 공시할 예정이다.

  등심위의 권한 또한 강화된다. 올해 하반기부터 예결산에 대한 등심위의 심사·의결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 이를 지키지 않으면 교육부는 해당 대학에 시정조치를 가할 예정이다.그러나 일각에서는 이 제도가 거액의 이월금 발생을 막고 등록금을 내리는 데 실효성이 없다고 비판하고 있다. 연세대 총학생회 최요한 집행위원장은 “예결산 의결권이 있어도 등록금 책정 결정권이 없어 등심위가 실질적으로 등록금 산정에서 영향력을 발휘하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백석대 총학생회 관계자 또한 “이월금이 과다하게 발생하는 문제의 대안으로 예결산 의결권이 효율적일지는 몰라도 등록금 인하를 위해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등록금 책정 결정권이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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