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쳐나는 아마추어 아티스트들 사이에서 원석을 골라내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원석들에게 보석이 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 준다. 이들의 이름은 ‘프로튜어먼트(Proteurment)’. 아마추어 아티스트에게 공연 기회를 마련해주고 이들의 음악적 성장을 돕는 ‘착한’ 매니지먼트다. 현재 수직적인 구조가 지배적인 음악시장을 수평적으로 변화시키려고 노력하는 프로튜어먼트 최인구(컴퓨터·4) 공동대표와 이석호(글로벌통상·4) 팀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프로튜어먼트’를 창조해내다

  프로튜어먼트는 신조어다. ‘프로페셔널(professional), 아마추어(amateur), 매니지먼트(management)’의 합성어로 ‘프로를 지향하는 아마추어를 위한 매니지먼트’를 뜻한다. 프로튜어먼트는 오직 음악만이 수입인 아마추어 아티스트들을 재정적으로 돕기 위해 만들어졌다. 즉, 프로튜어먼트는 현재 아마추어 뮤지션들이 프로로 활동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다리 역할을 한다.

  최인구 대표는 “프로튜어먼트에 소속된 아티스트들은 프로를 지향하는 아마추어 밴드예요. 아마추어라고 해서 그들의 음악성이 대중가요보다 떨어지는 것은 아니죠.”라고 말했다. 이들은 대중들에게 음악을 전달하기 어려운 아마추어 뮤지션들이 음악 시장에 진출하고 그 길을 찾아갈 수 있도록 기회를 마련한다.

 

아마추어를 위한
새 분야 일궈내기

 

  인연에 인연을 더하다

  창업은 현재 인천대에 재학 중인 공동대표 송준호 형과의 인연에서 비롯됐다. “준호 형의 제안으로 이 사업을 시작할 수 있었죠. 준호 형과 저는 다른 대외활동을 통해서 친해졌어요.” 당시에 둘은 바르게살기운동협의회에 소속돼 있던 ‘너울가지’라는 관변단체에서 대학생 문화기획단으로 활동했다. “준호 형은 회장이었고 저는 홍보부장이었는데, 활동하는 동안 많이 친해졌죠.” 작년 3월, 최 대표는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음악 사업을 함께 시작하자는 준호 형의 연락이었다. “이전에 준호 형이 공연 주최 측과 아마추어 밴드를 연계해주는 일을 하고 있었어요. 학교 동아리들을 위주로 공연을 연계했었는데, 학생에게 학업이 중요하다 보니 학교 일정 때문에 공연이 펑크 나는 경우도 생겼었죠.” 준호 형의 아이디어로, 음악에 좀 더 절실한 친구들을 대상으
로 하는 매니지먼트를 꾸려나가기로 결심했다.

  같이 창업 활동을 할 친구를 찾다가 이석호 군이 떠올랐다. “저는 국민은행 락스타 서포터즈 1기였어요. 석호는 2기였는데 같은 활동을 하면서 알게 된 사이죠.” 최 대표는 함께 일할 팀원을 찾기 위해 숭실대 커뮤니티 사이트 유어슈를 통해 공고 모집도 냈었다. “하지만 딱 1명이 지원했어요.” 그렇게 지원한 컴퓨터학부 박이슬 양과 함께 프로튜어먼트의 초창기 멤버를 꾸리게 됐다.

  이들이 창업을 할 수 있었던 바탕에는 우리 학교가 있었다. 프로튜어먼트는 본교 대학생 창업아카데미 창업동아리로 선정돼 동아리방 등의 지원을 받게 되었다. 최 대표는 “산학협력팀의 도움으로 더욱 성장할 수 있었어요. 창업과 관련해서 정보가 정말 중요한데 학교에서 소스를 제공해주는 덕분에 저희가 넓어질 수 있었죠.”

 

  어둠을 뚫고 새 분야를 개척하다

  프로튜어먼트는 새로 만든 사업이다 보니 제시된 길이 없었다. 이 팀장은 “어둠을 걷는다고 생각하시면 돼요. 앞이 깜깜한 거예요. 리스크를 감당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을 수밖에 없었죠. 취업에는 토익 몇 점, 자격증 몇 개 등 방법이 비교적 제시되어 있죠. 반면에 저희는 직접 한 발 한 발 개척해 나가야 했어요. 아무 장벽이 없으면 다행인데, 항상 장벽이 없지는 않았어요.”

  창업에 실패하는 경우 다시 재기하기 힘든 게 현실이다. “창업이 망해버리면 그걸로 아예 끝인 거예요. 미국에서는 창업에 실패하는 경우 다시 구원해주는 ‘쿠션 제도’가 있는데, 한국에는 그런 정책들이 아직 미비한 상황이라 아쉬워요.”

  이들은 그들만의 방법으로 창업에서 오는 두려움을 극복해 나가고 있었다. 최 대표는 여러 사람들을 만나는 것을 즐기는 게 방법이었다. “창업을 시작할 때 준호 형이 저에게 약속을 했었죠. 다른 사람을 만나게 해준다고 했어요. 활동을 통해서 사람들을 만나는 즐거움으로 고충들을 극복할 수 있었어요.” 이 팀장은 “멤버들과 서로 확신을 공유해요. 매일 얼굴 보면서 말하죠. 우리는 좋은 경험을 하고 있는 거라고요.”라고 답했다.

 

프로튜어먼트,
음악 문화를 재배치하다

 

  프로튜어먼트의 ‘유일무이’한 운영 방식

  프로튜어먼트만의 운영 방식으로는 △공연 연계 △공연 기획 △콘텐츠가 있다. ‘공연 연계’는 대학 축제나 공연, 행사와 아티스트들을 직접 연결해주는 것이다. 이 팀장은 “우리는 수입을 많이 낼 수 없는 상황이에요. 그래서 1차적인 수입은 이 과정에서 내고 있어요.”라고 설명해 주었다. 한편 공연 연계에 있어서 뮤지션과 계약을 하지 않고 있다. 단지 협약서만 작성하고, 공연에서 발생한 수익은 다 공개하며, 경우에 따라 뮤지션에게 수입 전액을 양보하기도 한다. “우리와 그들은 협력 관계이기 때문이지요.” 최 대표가 말했다.

  다음으로 ‘공연 기획’을 통해 길거리와 카페 등에서 직접 공연을 연다. 일례로 이들은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들이 가장 한국적인 거리 인사동에서도 아리랑을 들을 수 없다고 한탄한다는 소리를 듣고, 인사동 쌈지길에서 아리랑을 연주하는 ‘This is 아리랑’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영상은 페이스북을 통해 유통되고 100만 명의 누적 조회수를 기록하며 인터넷 상에서 큰 화제가 됐다.  최 대표는 “올해 2월에 아이디어가 탄생해서 원래는 8월 15일 광복절에 행사를 하려고 예상했었어요. 하지만 청년단체 ‘프리포먼스’와 ‘울력’과 함께 하면서 3월 1일에 인사동 쌈지길에서 공연을 할 수 있었죠.”라고 말했다.

  콘텐츠 방식으로 이들은 ‘컴필레이션(compilation) 앨범’을 제작한다. 컴필레이션 앨범은 여러 음악가의 노래를 특정 분류에 따라 모은 음반으로 하나의 콘텐츠다. “일곱 그룹의 아티스트들이 참여한 ‘GALAXY’ 컴필레이션 앨범을 제작하는 과정을 통해서 각각의 아티스트들도 홍보하고 우리 자신인 프로튜어먼트를 알리는 루트가 생겼어요.”

  이들은 함께 일할 아티스트를 선정하는 데 있어 아티스트의 ‘인성’이 중요한 요소라고 말한다. 이 팀장은 “협업할 수 있는 아티스트냐가 중요해요. 때로는 아티스트들의 음악적 고집이 ‘아집’이 되는 경우가 있어요. 함께 작업하는 아티스트들의 각기 다른 색깔을 존중하지만, 컴필레이션 앨범과 같이 공동 작업을 해야 할 때는 같이 협력할 수 있는 인성이 중요해요.”

 

  새로운 버스킹 문화를 만들다

  길거리에서 연주를 하며 돈을 버는 ‘버스킹 문화’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장소는 홍대다. 최 대표는 홍대 말고 또 다른 무대를 원했다. “버스킹하면 홍대의 놀이터가 있잖아요. 홍대를 버스킹 문화의 대표로 생각하는데, 이처럼 다른 장소도 버스킹의 무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아쉬운 마음에서 시작한 거죠.” 이들은 청년 단체 ‘밝은녘’의 문화기획자와 함께 버스킹의 새로운 문화를 시도했다. “이런 문화를 다른 장소에서도 충분히 즐길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작년 5월부터 여의도 공원에서 버스킹 문화를 만들려고 노력했죠. 매주 금요일 저녁 6시마다 여의도 공원에서 아마추어 아티스트들의 무대를 마련했어요. 고정적인 관객들 덕분에 ‘소소한 금요일’을 만들어 나갈 수 있었어요.”

 

수평적 음악 구조를 향해
원동력은 ‘도전’

 

  음악의 스펙트럼 넓히기

  ‘프로튜어먼트’는 공식적으로 없는 단어다. 아직 자리가 잡히지 않은 개념이기 때문이다. 최 대표는 “지금 프로튜어먼트라는 단어를 개념화하고 있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아직은 부족하지만 주류로부터 인정받으면 하나의 개념이 될 수 있을 거예요.”

  또한 이들에게는 단순히 소속 아티스트들을 메이저 가수로 만드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현재 음악시장은 피라미드 구조예요. 꼭대기는 메이저 가수이고 아래층은 아마추어들로 가득하죠. 하지만 아래에 있다고 해서 그 아티스트들의 음악이 나쁜 것은 전혀 아니에요. 따라서 저희는 꼭대기에 있든 아래층에 있든 아티스트들이 다 같이 공존하는 길을 열어주고, 음악의 스펙트럼을 넓혀나가는 활동을 하고 있어요. 음악 문화의 다양성
을 만드는 것이죠. 이는 음악 시장의 구조를 수직이 아닌 수평적인 구조로 만드는 일이에요.”

 

  뻔하지만 뼈 있는 말

  이들은 창업을 준비하는 젊은이들에게 “우선 해봐야 한다.”고 외친다. 최 대표는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지금 당장 해야 해요.”고 말했다. “나이가 조금이라도 어릴 때 부딪히는 게 가장 좋은 밑거름이 될 수 있어요. 좀만 더 어렸더라면 ‘여러 활동들에 더 도전해볼 걸’ 하는 아쉬움이 있어요.” 이 팀장은 한 번이라도 도전해보기를 당부한다. “지금의 실패는 나중에 나이 들어서 실패하는 것보다 영향이 작게 미쳐요. 지금은 실패해 봤자 돈만 잃지만 나중에 실패를 맛 보면 가정을 잃는 등 부담이 크죠.” 그에게는 지금 실패한다 하더라도 잃는 것 보단 얻는 게 더 클 거라는 믿음이 있다. “창업을 해보니까 학교에서는 배울 수 없는 것들을 얻을 수 있었어요. 견문을 넓히기 위해서 해외를 가는 것보다 먼저 한국 사회의 젊은 청년들로부터 배워야 해요. 지금 못 하면 나중에도 못 해요. 도전도 해본 사람만이 다시 도전할 수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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