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학금 593억 원 미지급, 환수 등 방안은 없어

  지난해 국가장학금 Ⅱ유형 예산 확보를 위해 자체장학금 계획서를 제출한 대학들 중 상당수가 계획대로 장학금을 집행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정부에 예산 지원을 받은 336개 대학 중 110개 대학이 장학금593억 원을 학생들에게 지급하지 않은 것. 정부에는 계획대로 장학금을 지급하겠다고 약속해 국가 예산을 지원받았으나 실제로는 약속한 만큼 집행하지 않았다.

  지난 2일(수) 민주당 유기홍 의원이 발표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중앙대는 56억 원을 덜 지급해 계획한 금액과 실제 지급액의 차이가 가장 컸다. 그 뒤를 이어 △서울대: 38억 원 △서경대: 34억원 △부산과학기술대: 29억 원 △대구가톨릭대: 27억 원 △한중대: 20억 원 △강동대: 18억 원 △예원예술대: 17억 원 △여주대: 17억 원 △벽성대: 15억 원 순이었다. 자체장학금 지급을 이행하지 않은 110개 대학은 지난해 국가장학금 Ⅱ유형에 대해 총 2,114억 원을 정부로부터 지원받았다. 이 대학들은 당초에 5,834억 원의 자체장학금을 주기로 계획했지만 5,241억 원만을 지급해 89.8%의 이행률을 나타냈다.

  그러나 이들 110개 대학을 포함해 지원을 받은 336개 대학 전체로 보면 오히려 자체장학금을 계획보다493억 원 더 지급했으며 이행률 102%를 기록했다.

  장학금 많이 준다 하고 지원금 더 받았다

  110개 대학은 계획한 대로 자체장학금을 지급하지 않았음에도 정부로부터 받기로 한 지원금은 그대로 받았다. 정부는 대학이 지급하기로 한 자체장학금 규모에 따라 각 대학의 국가장학금Ⅱ유형 지원금 규모를 결정한다. 현재 국가장학금 Ⅱ유형은 대학이 얼마나 등록금을 인하하고 자체장학금을 확충하느냐에 따라지원금을 배정하는 ‘매칭펀드’ 방식이다. 이에 따라 국가장학금을 신청하는 각 대학은 한국장학재단에 ‘대학 자체노력 계획서’를 제출하게 돼 있다. 그러나 많은 대학들이 계획에만 그친 것이다.

  중앙대는 지난해 계획서에 358억 원의 자체장학금을 지급하겠다고 서술했지만 이보다 56억 원 적은 302억 원을 집행했다. 이에 대해 중앙대 기획예산팀 관계자에게 계획대로 자체장학금을 지급하지 못한 이유에 대해 묻자 답변을 거부했다. 중앙대 총학생회 관계자는 “사실관계를 명확히 하기 위해 학교 측과 대화를 나누는 중”이라며 “보도된 내용이 사실일 경우 학교 측에 적절한 대책을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대또한 250억 원을 약속했지만 38억 원 이 모자란 212억 원을 집행했다. 26억 원의 자체장학금을 지급하기로했던 예원예술대의 경우도 17억 원이 적은 9억 원만을 집행해 34.6%의 이행률을 보였다. 계획한 자체장학금의 30%조차 지급하지 못한 대학도 15곳이었다.

  중간 감사 과정이 없다

  지원은 지원대로 받고 장학금은 덜 지급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음에도 정부는 1년이 지난 후에야 유 의원의 자료를 통해 이 사실을 알게됐다. 정부는 이에 대해 결산이 이뤄지기 전까지는 대학들이 실제로 얼마나 장학금을 지급했는지 알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는 한국장학재단이나 교육부가 중간에 대학들의 자체장학금 지급현황을 감사할 수 있는 기회가 없기 때문이다.

  유 의원은 “국가장학금 Ⅱ유형에 대한 관리 시스템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며 국가장학금 지원에 대한 정부의 허술한 관리를 비판했다. 대학교육연구소 관계자는 “정부가 문제 파악을 너무 늦게 했다.”라며 “장학금 지급 상황은 결산이 나기 전학기 말에도 확인이 가능하니 정부가 나서서 이를 파악해야 한다.”고 전했다.

  그러나 교육부 관계자는 “대학 예결산 감사는 모든 대학을 대상으로 실시하기 때문에 시간과 인력이 많이 소모된다.”며 “현재 이뤄지는 감사만 해도 벅차기 때문에 결산 이전에 장학금 지급 현황을 확인할 여력이 안 된다.”고 밝혔다.

  정부, 계획서도 제대로 검토하지 않아

  한국장학재단이 대학들의 대학자체노력 계획서를 제대로 검토하지 않은 것이 이번 문제의 원인이 되었다는 지적도 있었다. 한국장학재단은 계획서의 합리성과 실현 가능성 등을 확인해 정부가 국가장학금을 각 대학에 알맞게 지원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한국장학재단이 처음부터 대학자체노력 계획서를 꼼꼼히 검토해 대학들을 걸러냈다면 이런 일이 있었을까 싶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장학재단은 일부 대학자체노력 계획서의 오류를 제대로 잡아내지 못했다. 부산과기대의 경우대학자체노력 계획서를 잘못 해석하고 작성했다. 계획서에는 대학들이 매년 집행해 온 장학금의 평균 금액과 올해 확충할 장학금을 따로 적게 돼 있다. 그러나 부산과기대 기획처는 올해 확충할 장학금을 적어야 하는 공간에 확충 예정인 7억 원뿐만 아니라 매년 집행한 장학금의 평균 금액인 31억 원을 합한 38억 원을 적었다. 이에 한국장학재단은 부산과기대가 올해 38억 원을 늘린 총 69억 원의 자체장학금을 지급할 것으로 인식했다. 부산과기대가 매년 평균적으로 지급한 장학금 30억 원의 2배에 해당하는 금액을 적었음에도 한국장학재단은 계획서에 대해 학교 측에 재확인하지 않았다. 결국 부산과기대는 원래대로라면 정부로부터19억 원을 지원받아야 했지만 총 21억 원을 지원받았다.

  약속대로 지급 안 해도 페널티 없어

  현재 대학들이 계획서에 명시한 만큼 장학금을 실제로 지급하지 않더라도 지원금을 회수하는 등의 법적 조치 또한 부재한 상태다. 유 의원이 “대학들이 약속한 장학금을 지급하지 않은 만큼 지원금을 환수해야 하고, 이듬해 지원금 책정 때에도 반드시 불이익을 줘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교육부는 실현 가능한 방안인지는 알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장학금을 계획보다 덜 지급한 것이 불법이 아닌데다 환수를 요구할 수 있는 규칙이 없어 환수 조치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라면서도 “다음 지원금 책정 과정에서 해당 대학에게 정도에 따라 불이익을 주는 것은 고려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서경대 등 일부 대학, “억울하다”

  서경대를 포함한 몇몇 대학은 유 의원의 의혹 제기와 언론 보도가 사실을 일정 부분 왜곡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서경대 학생처 장학과 관계자는 “예산 편성을 잘못해 자체장학금에 30억 원을 더 편성하는 바람에 대학자체노력 계획서도 잘못 작성했었다.”며 “기획재정부로부터 수정할 것을 요구받아 고치고, 정부로부터 추가적으로 받은 지원금 10억 원을 이미 반환했는데 유 의원측은 이를 모르는 듯하다.”라고 말했다. 현재 서경대 측은 유 의원과 경향신문 등에 기사를 정정해 줄 것을 요구한 상태다.

  부산과기대 또한 계획서에서 확충할 금액을적는 부분에 총 지급할 금액을 적어냈다. 부산과기대 기획처 최정훈 기획팀장은 “우리의 잘못도 있지만 계획서를 작성할 때 애매한 부분이 많았다.”며 “한국장학재단에 문의하려 했지만 유선과 대면을 통한 접촉에 실패해 이메일밖에 주고받지 못하는 등 소통이 매끄럽지 못했다.”고 밝혔다.

  일부 대학이 이와 같은 입장을 표명함에 따라 유 의원 측은 각 대학별 자체장학금 미지급액을 한국장학재단과 다시 확인하는 단계에 있다. 그러나 유 의원은 재확인 과정이 끝나지 않았음에도 언론에 대학 명단을공개한 이유에 대해 “미지급액 규모가 큰 대학은 크게 오류가 없을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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