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정부로부터 입학사정관제 운영 예산을 지원받은 66개 대학 중 입학사정관 한 명당 400명 이상을 심사하는 대학이 13곳인 것으로 밝혀졌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이하 대교협)가 기준으로 제시한 위촉사정관 비율을 지키지 않은 대학도 28곳으로 42%에 달했다.


 지난달 22일(화) 민주당 유기홍 의원이 대교협으로부터 받은 ‘2012년 입학사정관제 지원사업 현장 점검 및 컨설팅 결과보고서’를 발표했다. 이에 따라 입학사정관 1인당 평가 인원이 과다하다는 사실이 드러나 평가 전문성과 공정성에 의혹이 제기됐다. 더불어 위촉사정관 비율이 과다하므로 전임사정관 수를 늘리고 위촉사정관을 줄여야 한다는 지적도 잇따르고 있다.


 입학사정관제 지원 대학 66개 중 입학사정관 1인당 심사 인원이 가장 많은 대학은 서울여대로 629명이었다.이어 △성균관대: 612명 △서울대: 610명 △한양대: 563명 △부산대: 527명 △가천대: 510명 △충남대: 484명 △경희대: 464명 △경북대: 430명 △아주대: 428명 △동국대: 425명 △홍익대: 416명 △목포대: 404명 순이었다.


 한편 대교협이 정한 전임사정관과 위촉사정관 비율인 1:4를 충족시키지 못한 28개의 대학 중에서도 전임사정관 1인당 위촉사정관 수가 10명 이상인 대학이 4곳이었다. △한국교원대: 24.3명 △충남대: 14.4명 △건국대(글로벌 캠퍼스): 13.6명 △경인교대: 11.1명으로 한국교원대가 가장 많았다.

 

평가 인원 많아 심도 있는 평가 못해
 본지가 서울여대 외 20개 대학의 입학사정관들을 인터뷰한 결과 7개 대학의 입학사정관이 평가 인원이 과다하다고 느끼고 있었다. 또한 18명은 서류전형 심사 기간에 초과근무를 한다고 답했다. 서울 소재의 한 사립대학 입학사정관은 “평가 기간은 짧은데 수백 명의 자기소개서를 읽고, 해당 기관에 증빙서류 사실 여부를 확인하는 작업을 하다 보니 초과근무를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많은 인원을 심사하다 보니 깊이 있게 평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동아리 활동 같은 공식적이지 않은 활동의 경우 사실 여부를 확인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려 결국 토익이나 토플 성적과 같은 객관적인 자료로 평가하게 되는 경우도 많다.”고 밝혔다.


 입시생이 입학사정관전형에 지원할 때는 △교사추천서 △자기소개서 △증빙서류 △학생부 등을 제출해야 한다. 입학사정관제가 수능 점수만이 아닌 지원자의 △논리력 △대인관계 △성장 환경 △창의성 △특기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잠재력 있는 인재를 뽑는 것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이다. 대교협 측은 “입학사정관전형이 논술전형, 학생부성적우수자전형과 외국어특기자전형에 비해 평가해야 할 영역이 다양하다.”며 “평가 기간이 길어야 3주 정도인데 그 안에 한 명이 400명 이상의 서류를 검토하고 면접 등을 진행한다는 것은 무리다.”라고 말했다.

 

평가인원 유동적, 대교협은 “전임 늘려라”
 하지만 대학 입학처들은 대학 지원자 규모가 매년 달라지기 때문에 갑자기 지원자 수가 늘어나면 입학사정관 1인당 평가 인원이 증가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서울여대 입학처 관계자는 “전임사정관을 12명이나 두었는데도 올해 지원율이 상승하는 바람에 1인당 평가 인원이 늘어났다.”며 “일시적인 현상일 뿐 내년에는 또 어떻게 될지 가늠할 수 없다.”고 밝혔다. 실제로 지난해 서울여대 입학사정관제의 경우 2011년에 비해 모집 인원이 60명이나 줄었음에도 지원자는 2,581명에서 2,905명으로 324명 늘었다.


그러나 대교협 측은 이에 대해 “이번에 발표한 국정감사자료는 지원자 수 변동과는 무관하게 대학들의 전임사정관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사실을 대변하고 있는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1인당 400명 이상을 평가하는 13개의 대학 중 일부 대학은 “기존에 대교협이 전임사정관 1인당 평가 인원에 관한 기준을 정한 바가 없다.”며 “400명이 과다하다는 정부의 주관적 판단으로 대학들의 입학사정관제 현황을 진단하는 것은 무리다.”고 지적했다.

 

전임사정관 부족해 평가 일관성 저하
 1년 내내 학교에 상주하며 입학 관련 업무를 처리하는 전임사정관과 달리 위촉사정관은 전형 기간에만 일하고 있다. 위촉사정관은 매년 바뀌기 때문에 이들이 많으면 상대적으로 평가의 일관성이 떨어진다. 게다가 경력에 따라 40~120시간의 교육을 의무적으로 받아야 하는 전임사정관에 비해 의무 교육시간도 15~30시간으로 적어 전문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이에 따라 대교협은 대학들에게 전임사정관 1인당 위촉사정관 4명을 둘 것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를 지키고 있는 곳은 66개 대학 중 38개뿐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대교협에서 권장하는 수준이라 강제성이 없어 지키지 않는 대학들이 많은 것”이라며 “그러나 이듬해 입학사정관제 지원 대학을 결정하는 데 있어 감점 사항이된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전임사정관 7명과 위촉사정관 78명으로 입시를 진행한 한국교원대 입학관리과 관계자는 “앞으로의 정부 지원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기 위해서라도 위촉사정관 비율을 줄이려고 노력하고 있다.”면서도 “그렇다고 전임사정관을 늘리기에는 예산이 부족해 결국 입학사정관제 규모 자체를 줄여야 하는 것이 대다수 대학의 현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전임사정관 1인당 위촉사정관 수가 10명 이상인 대학 4곳은 위촉사정관 수가 많은 것이 의도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충남대 입시전문위원실 관계자에 따르면 “본교 82개 학과에서 각각 한 명의 교수님을 반드시 위촉사정관으로 채용하고 있는데 학과 수가 많아 자연스럽게 위촉사정관 수가 많아진 것”이라며 “전임사정관을 늘릴 수 없는 재정적 여건 때문에 위촉사정관을 많이 고용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또한 위촉사정관의 경우 위촉 시점부터 수시모집 평가가 시작된 시점까지 한 달이 채 안 되는 학교도 △경인교대 △카이스트 △한국교원대 △광주과기원 △동국대로 5곳이나 됐다. 경인교대의 경우 수시모집 평가가 시작되고 6일이 지난 후에 위촉사정관을 고용하기도 했다.

 

본교는 모범적, “그래도 발전할 것”
 본교는 전임사정관 1인당 위촉사정관 비율도 1:3.1으로 대교협의 기준을 준수하고 있었다. 입학사정관 1인당 평가 인원은 316명이었다.


 또한 지난 6월 12일(수)에는 교육부와 대교협이 ‘2013년 대학 입학사정관 역량강화 지원 사업’에서 건국대와 동아대 등의 8개 대학과 함께 본교를 입학사정관제 협력중심대학으로 선정했다. 이는 대학들의 입학사정관제 사업신청서와 전년도 결과보고서 등을 검토해 상위 20%에 든 학교 중에서 선정하는 것으로, 본교는 올해로 5년 연속 선정됐다. 입학사정관센터 김범식 팀장은 “고교 상담회, 미래인재 캠프 등 다양한 사업을 추진한 것이 협력중심대학에 선정된 이유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본교는 8억 6천만 원의 기본 예산 외에도 9천만 원을 더 받아 총 9억 5천만 원을 지원받았다.


 한편 일부 입시생들은 본교가 입시생의 지원 학과와 관련이 없는 교수가 면접관으로 들어온다는 불만을 제기해 왔다. 이에 대해 김 팀장은 “지난해부터는 학과 면접에 해당 학과 교수님을 우선적으로 배정하고 있다.”면서도 “관련 없는 학과 교수가 면접관으로 지정됐다 하더라도 입학사정관의 자격으로 참가한 것이므로 문제될 것이 없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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