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탠퍼드 감옥 실험’을 영화화한 <엑스페리먼트>는 인간 본성에 내재된 폭력성을 사실적으로 담아내고 있다. 100분이 넘는 러닝타임 속, 스릴러 고유의 특수 효과는 없지만 영화가 실화라는 자체만으로도 관객들의 시선을 잡는데 부족함이 없다. 현존하는 가장 우월한 생명체인 인간 본성 통제에 대한 실험은 시대를 가리지 않고 이슈화되고 있다. 영화는 인간의 이성이란 생물학적 우월성과 관계없이 환경에 따라 쉽게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을 실감나게 보여준다.


   심리학자 ‘톤’은 인간의 본성을 실험하기 위해 2주간의 모의감옥 체험자를 모집한다. 톤 박사의 실험에는 택시기사부터 회사 중역까지 다양한 직종의 사람들이 참여한다. 그 곳에서 사람들은 ‘죄수’와 ‘간수’의 신분으로 나뉘게 된다. 영화가 우리에게 더 섬뜩함을 주는 것은 평범한 사람들로 구성된 집단이 역할극이 시작된지 채 하루도 되지 않아 잔인함을 보인다는 플롯에 있다. 죄수 측을 대표하는 인물 ‘타렉’, 간수 측을 선동하는 인물 ‘베루스’를 중심으로 영화의 갈등은 더욱 고조되어 간다. 또한 영화는 간수와 죄수들의 심리 변화를 보여주기 위해 다양한 촬영기법을 선보인다. 영화 내 모니터로 인한 감시 장면을 하이 앵글로 잡으며 간수들의 소외감과 두려움을 탁월하게 표현한다. 교차편집과 시간적 개념을 무시하는 플롯, 간수들과 죄수 간의 긴장감을 부각시키기 위해 활용한 사운드 역시 영화의 몰입도를 한층 증가시켜 주고 있다.


   <엑스페리먼트>는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고도 쉽게 자리를 뜰 수 없게 만든다. 결국 우리는 한 치 앞도 예측할 수 없는 사회 속에 살아가는 인물이다. 동시에 그 환경 속에 동화될 수밖에 없는 나약한 존재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영화의 메시지가 더욱 불편하게 다가온다. <엑스페리먼트>는 ‘실험’이 아닌 ‘현실’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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