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대학을 졸업한 메이퀸 출신의 외교부 직원이었던 어느 인텔리 노인의 고독사로 한동안 우리 사회는 충격에 휩싸였다. 숨진 권씨는 2010년 모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 ‘맥도날드 할머니’로 알려졌다. 그리고 최근 암이 복막까지 퍼져 입원 8일 만에 73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했다. 유족을 수소문해 보았으나 연락이 닿지 않아 무연고 고독사로 쓸쓸히 경기도 추모의 집에 안치되었다.

 평균 수명 100세의 호모 헌드레드 시대가 도래함에 따라 노인의 무연고 고독사는 더 이상 일본의 이야기만은 아니다. 올해 우리나라 65세 이상 고령인구가 전체 인구의 12%를 차지하였고, 2025년에는 1,00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빠른 고령화 속도를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의 노인 복지 지출 비중은 1.7%로 OECD 국가 중 최하위 수준이다. 또한노인 빈곤율과 자살률 순위는 1위를 차지해 노인 복지 문제의 심각성을 드러냈다.

 지난해 대선에서 각 후보들은 앞다퉈 ‘복지’ 공약을 내세웠다. 그중 단연 돋보이는 것이 노인 복지에 대한 것이었다. 복지선진국에서와는 달리 한국은 복지와 연금제도가 부족해 그동안 노인들이 오래 일하고도 은퇴하지 못하고 계속해서 일자리를 찾아야 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노인 복지에 대한 사회적인 냉대와 무관심은 노년층을 뒷방신세로 전락하게 만들었다. 현재 정부가 여러 가지 노인 정책을 시행하고 있지만 그 실효성에 대해서는 의문이 생긴다. 특히 화두가 되고 있는 것은 ‘노인장기요양보험’이다.

 노인장기요양보험이란 고령이나 노인성 질병 등으로 목욕이나 집안일 등 일상생활을 혼자서 수행하기 어려운 이들에게 신체활동 및 일상생활 지원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회보험제도이다. 짧은 시행기간 동안 여러 문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노인의 삶의 질 향상과 가족의 부담 경감 등의 효과가 있어 호평을 받고 있다. 그러나 현행 등급판정 체계가 신체기능 위주로 운영됨에 따라 요양이 필요한 경증치매 노인의 경우에는 제도 진입이 어려운 실정이다. 또한 낮은 국가 부담금과 과중한 본인 부담금은 저소득층이나 고령자들이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을 억제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정부의 일시적인 노인 정책에 대한 관심은 노년층을 더 병들게 한다. 복지 확충 및 연금제도의 발전과 더불어 삶의 질을 높이는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 급격한 고령화에 대비해 보다 치밀하고 장기적인 국가 전략이 시급하다.

저작권자 © 숭대시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