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는 설교 중, 학생은 딴짓 중

 

 

   14일 목요일 오전 10시 30분, 채플을 듣기 위해 학생들이 하나둘 한경직기념관 대예배실에 자리를 잡았다. 채플 첫 순서인 기도를 위해 교수가 무대에 서자 기자 옆에 앉은 한 학생이 이어폰을 꺼내 귀에 꽂았다. 기도가 끝난 후 강단에 선 목사는 “채플도 하나의 수업이기 때문에 다른 수업과 마찬가지로 휴대폰은 다 꺼주시고, 보고 있는 책과 공책은 모두 넣어 주십시오.”라는 부탁을 했지만 옆 자리의 학생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이어폰을 꽂은 채 축구 동영상을 보기 시작했다. 곧 좌석 쪽의 불이 꺼지자 학생의 휴대폰은 어두워진 공간 안에서 더욱 빛을 발했다. 주위 학생들도 이어폰만 꽂지 않았을 뿐 휴대폰을 통해 메시지를 보내는가 하면 무대의 불빛에 의지해 공부를 하기도 했다. 10분 정도 지나자 모자를 푹 눌러쓴 학생들은 채플 공연을 하는 성악가의 목소리에 잠을 청하며 그대로 단잠에 빠졌다. 기자가 대예배실을 돌아본 결과 학생들의 채플 참여도는 좌석에 따라 달랐다. 좌석이 뒤로 갈수록 개인 행동을 하는 학생들이 많았으며 2층은 상대적으로 1층보다 그 정도가 더했다.

   채플 중 휴대폰 사용은 자유?
   본교 채플 규정을 살펴보면 휴대폰 및 전자기기 사용에 대한 규정은 따로 마련돼 있지 않다. 채플이 시작되기 전 전자기기 사용을 자제해 달라는 목사의 말과 개강 채플 당시 “음식물 취식, 신문 및 서적 읽기, 휴대폰 외 전자기기 사용 등 채플 수업시간에 참여하지 않는 태도는 불이익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종이를 나눠주는 게 전부다. 이렇듯 채플 참여 태도에 따로 제재를 가하지 않는 실정이라 학생들의 행동은 제각각이다.

   채플 중 개인 행동에 대한 학생들의 의견은 엇갈렸다. 인문대 ㄱ양은 “학교의 제재는 따로 없지만 채플도 하나의 수업이기 때문에 학생들의 기본적인 예절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외부에서 공연이나 강연을 하러 많이 오는데 그분들 입장에선 채플에 참여하는 학생들의 모습이 숭실대의 얼굴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기에 집중하는 모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라고 설명했다. 인문대 ㄴ양 역시 “채플에서 진행되는 공연이 조그마할지 몰라도 무대에 서는 분들은 최선을 다하실 것”이라며 “딴짓을 하지 않는 것은 당연한 매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한 사회대 ㄷ군은 “문화 채플의 경우, 프로그램의 질이 상당이 좋다고 생각해 집중해서 듣는 편이다.”며 “옆 사람이 휴대폰을 사용할 때면 무대 집중도가 상당히 떨어진다.”고 답했다

   반면 공대 ㄹ군은 “채플 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는 본인에게 달려있는 것 같다.”며 “이어폰을 꽂는 등의 거부적인 반응이 아닌 이상 그 외의 다른 행동들은 개인의 의지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경영대 ㅁ군은 “메시지 채플을 할 때면 간혹 듣고 싶지 않은 설교를 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거부감이 들어 휴대폰을 사용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학교 측 “자율성 존중할 것”
   이에 대해 학교 측은 앞으로도 개인 행동에 대해 제재를 가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김회권 교목실장은 “채플과 관련 없는 학생들의 행동에 대해서 별도의 규정을 마련할 계획은 없다”라며 “학생들의 행동에 대해서는 최대한 자율성을 존중해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연세대의 경우 ‘채플에서의 금기사항’이라는 규제 사항을 별도로 마련하고 있다. 해당 항목으로는 △노트북,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행위 △책, 신문 등을 읽는 행위 △의도적으로 자는 행위 △이어폰 꽂는 행위 △음식물을 반입하는 행위가 있다. 만약 이를 어길 시에는 △1차: 경고 문자·메일 발송 △2차: 호출 및 채플 담당자 면담 △3차: 3회 결석처리 △4차: 채플NP(Non-Pass) 처리 순으로 제재가 가해진다.

   아직도 학교는 ‘설교’ 채플 중
   지난 1학기 교목실이 2,368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종교를 묻는 설문에서 약 1,279명인 54%의 학생들이 “무교”라고 응답했으며 △기독교: 687명(29%) △천주교: 189명(8%) △불교: 142명(6%) △기타: 47명(2%)가 그 뒤를 따랐다. 이에 학교는 현재 학생들의 절반 이상이 무교이며 다양한 종교관을 가진 만큼 채플의 프로그램 구성에 신경을 쓰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본교는 ‘기대되는 채플, 참여하고 싶은 채플’을 목표로 2010년부터 채플의 변화를 시도해 왔다. 교목실은 기존의 교회 설교 방식을 벗어나 목회자나 교수, 사회 저명인사들을 초청해 강연을 진행하고 연극, 뮤지컬, 성악, CCM, 피아노 연주등 다양한 문화 콘텐츠를 활용한 채플을 시행하고 있다. 실제로 교목실은 학기가 끝나는 12월과 6월에 강사를 섭외하기 시작한다. 1차적으로 언론매체를 통해 알려진 유명인을 선정한 뒤 2차적으로 교목실 자체 회의를 통해 최종 섭외 인물을 결정한다.

   하지만 이런 새로운 시도에도 불구하고 몇몇의 채플 프로그램에 대해서 일부 학생들이 불만을 표했다. 지난 10월 실시된 메시지 채플에 대해 본교 커뮤니티 사이트인 유어슈에 한 학생은 “현 시대에 가장 문제가 되고 있는 기복 신앙을 목사가 행하고 있었다.”며 “평소 기독교를 믿어왔던 내가 오히려 주위의 학생들에게 부끄럽고 창피했다.”는 글을 남겼다. 경영대 ㅈ양은 “문화 채플을 제외한 메시지 채플의 경우 일부 교회 목사님들이 설교하는 방식의 강연을 하신다.”며 “종교를 가진 나조차도 눈살이 찌푸려지는데 다른 학생들이 채플에 반감을 가지게 될 수밖에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렇게 학생들이 채플에 불쾌감을 표하는 것에 대해 학교 측은 앞으로 개선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김회권 교목실장은 “강연하시는 목사님들에게 종교적 색채가 있는 설교는 자제해 달라는 부탁을 하고 있지만 학기마다 한두 번씩은 이런 일이 발생한다.”며 “이 경우 해당 목사님을 학교 채플 시간에 재초청하지 않고 있으며 개인적으로 경고와 요청의 편지를 발송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학생 41% 채플에 긍정적, 일부 학생은 거부감 느껴
   지난 학기 교목실에서는 총 2,368명을 대상으로 채플 만족도 조사를 실시했다. 그 중 “금번 학기 전체 채플이 본인에게 유익했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학생들은 △보통이다(36%) △그런 편이다(29%) △매우 그렇다(12%) △전혀 그렇지 않다(8%) Δ그렇지 않은 편이다(7%) △모르겠다(7%)고 답했다.

   “그런 편이다”에 답한 경영대 ㅁ양은 “주위의 친구들을 보면 채플의 필요성에 대해 말이 많지만 학교가 미션스쿨인 만큼 채플을 듣는 것은 당연하다.”며 “오히려 채플을 통해 다양한 문화 공연을 볼 수 있어서 좋은 것 같다.”고 답했다.

   무조건적인 채플 수강에 거부감을 갖고 있는 학생들도 있다. “전혀 그렇지 않다”에 답한 공대 ㅂ군은 “물론 학교가 미션스쿨이지만 강제적으로 채플을 들어야 할 이유는 없는 것 같다.”며 “원하는 사람만 들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올바른 방향일 것”이라고 전했다.

   또한 법학과 ㅅ양은 “채플을 듣게 하는 목적이 무엇인지 잘 모를 뿐만 아니라 채플을 듣는 시간이 아깝다고 생각될 때가 있다.”며 “학점으로도 인정되지 않아 채플의 무조건적인 수강은 일부 학생들에게 거부감을 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경영대 ㅇ군은 역시 “본인의 종교에 상관없이 채플을 듣게 하는 학교의 방침에 거부감이 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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