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과의 대학언론 기자간담회

   ‘지난 11일(월) 서울권대학언론연합회와 서울시가 주최한 박원순 서울시장 간담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본보를 포함한 △건국대 △경희대 △고려대 △국민대 △서강대 등 16개 대학의 학보사 기자들이 함께 했다. 그동안 청년 문제에 꾸준한 관심을 가져온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서울시의 청년 정책에 대한 평가와 앞으로의 계획 등에 대해 들어봤다.

 

   서울시립대가 서울시의 지원으로 2012년부터 반값등록금이 시행됐습니다. 아무래도 서울시립대는 국립대다 보니 반값등록금이 가능했다는 생각을 할 수 있는데요. 다른 대학의 경우 반값등록금 실현이 가능할지, 가능하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방법이 있을지 궁금합니다.(서울시립대 이철규 기자)


   서울시립대 등록금이 반값이 되면서 반값등록금이 정말 가능한 일이라는 걸 보편적으로 생각하게 됐죠. 그래서 지난 대선 때는 여야 후보 모두 반값등록금을 약속했고요. 반값등록금이 사회적 의제화가 된 겁니다. 실제로도 전체 대학 등록금이 약 4% 정도 인하되는 효과가 있었고요. 유럽 국가들을 보면 대학 등록금이 아예 없거나 거의 없는 수준입니다. 즉 정부가 어떤 생각을 하느냐에 따라 반값등록금이 가능할 수도 있는 거죠.


   반값등록금 외에도 서울시는 등록금 부담을 줄이기 위해 ‘공익인재 장학생’이나 이자를 부담해주는 ⌈이자 경감 조례⌋도 만들면서 여러 방면으로 노력하고 있어요. 그런데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서울시도 지방정부이므로 재정의 한계가 있습니다. 이건 중앙정부가 해결해야 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등록금 얘기가 나와서 질문 드립니다. 지난 9월 서울시가 ⌈아르바이트청년권리장전⌋을 발표하며 앞으로 이와 관련한 다각적인 사업을 준비하겠다고 했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사업을 구상중이며, 또 권리장전에 대한 모니터는 어떻게 지속적으로 진행할 예정인지 궁금합니다.

   덧붙여서 아르바이트 외에도 청년 비정규직 문제가 심각한데요. 대학을 졸업하고도 비정규직으로 근무하는 대졸자가 매년 5만 명 이상 늘고 있고, 비정규직으로 취직해도 계속 비정규직을 전전할 가능성이 높다고 합니다. 이런 청년 비정규직 노동자 문제 해결을 위한 방안이나 구상이 있다면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숭실대 박지원 기자)


   네, 중요한 질문을 하셨네요. 대학생뿐만 아니라 대졸자나 고등학생도 아르바이트를 하는 상황에서 이들의 권리를 보장하는 게 굉장히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에 권리장전을 선포해 일정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었고요. 이런 규범이 있어야 사업주나 청년들도 자신의 의무나 권리를 알게 되지 않습니까. 또 권리장전의 실효성을 위해 대형 체인점의 협회장들을 모시고 권리장전을 준수하겠다는 약속을 받았고, 현실화시키고 있습니다. 다만 중소 사업장은 이런 걸 지키지 않을 수 있어서 대학생, 시민단체 등이 모니터링하는 시스템을 만들어 지속적으로 점검할 예정입니다.


   어떤 비공식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의 59%가 비정규직이라고 합니다. 이는 비인간적이고 사회의 전체 발전을 저해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취임 이후 다양한 형태의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했습니다. 그리고 이런 일을 사회적으로 영향을 주기 위해 서울시는 여러 정책적 인센티브 혹은 불이익을 주는 것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예컨대 정규직화하는 정책을 펴는 기업에 대해서는 서울시가 우대한다든지 하는 방법을 다각적으로 고민 중입니다. 외환위기 이후에 생긴 ‘정규직을 비정규직화함으로써 경영의 효율을 기할 수 있다’는 생각을 바꿔야 합니다. 오히려 정규직화를 통해 생산성과 효율을 높일 수 있습니다. 서울시만 해도 경비직과 청소직을 정규직화 하면서 오히려 더 좋아졌고요.

 

   비정규직뿐만 아니라 학생들 주거 문제도 심각합니다. 서울시에서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희망 하우징’이라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하지만 서울시 대학생의 희망하우징 계약 해지가 3년 새 20배가 증가했다는 언론의 보도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이유로 서울시의 무리한 사업 확대가 원인으로 지적됐습니다. 시장님이 생각하시는 원인과 이에 대한 해결책이 궁금합니다.(한양대 이희진 기자)


   무리하게 확대했다는 건 오히려 여러분들이 박수를 보내 주셔야 하는 거 아닌가요? 지방 출신 학생들이 많은 어려움을 갖고 있다고 생각해 기숙사는 많이 짓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먼저 여러 총장님이 대학 안에 기숙사를 많이 만들고 싶다는 의사를 표하셨습니다. 그런데 건축 규제가 많거든요. 그래서 서울시가 어느 정도 조건을 고민하고 조절하면서 대학이 스스로 기숙사를 지을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두 번째로 지방자치단체들은 각 지역 출신 학생들이 서울에서 편안하게 지낼 수 있도록 남도학사와 같은 학생 기숙사를 원하는데, 서울 땅값이 비싸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그래서 서울시가 땅을 드리고 지방정부에서 건물을 짓게 했고요. 이렇게 해서 희망하우징 프로젝트로 마곡 지역에 땅을 사 8개 지자체와 건축하고 있습니다.


   세 번째는 서울시가 직접 기숙사를 지었습니다. 큰 규모는 아니고 방이 50개 정도 되는데, 1인실은 잘 운영되지만 여러 명이 들어가는 방은 불편하게 생각해서 그런지 질문하신 것처럼 기피하는 학생이 있더라고요. 또 생활형편이 어려운 학생들만 들어가다 보니 일종의 낙인 효과가 생겨 가기 꺼려하기도 하고요. 이걸 개선하기 위해 방에 차양을 만든다거나 가난한 학생들 외에 다양한 학생을 받는 것도 고민하고 있습니다.

 

   과거와 달리 요즘은 대학생들이 향유할 수 있는 대학생들만의 문화가 많이 퇴색됐다는 의견이 지배적입니다. 각 학교 축제도 연예인들을 구경하는 자리, 술 마시는 자리로 변모한 지 오래고요. 동아리도 학술이나 문화 동아리보다 취업, 토익 동아리가 늘고 있습니다. 물론 취업과 스펙 쌓기를 중시하는 방향으로 사회 분위기가 변한 것도 원인이지만, 대학생을 위한 문화 공간이나 관련 프로그램이 적은 것도 이유로 지적됩니다. 시장님께서 보실 때 이런 현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대학생만의 주체적인 문화 형성을 위해 시 차원에서 어떤 지원을 할 수 있다고 보시는지 궁금합니다.(경희대 김주환 기자)


   중요한 말씀 하셨고요. 사실 대학 문화는 그 시대의 문화를 선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오히려 대중문화를 추수하고 있어 참 곤란한 거죠. 기존의 소비문화와 대중문화를 따라가기보다 선도하는 창조적,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사회는 콘텐츠가 굉장히 빈곤합니다. 그 콘텐츠가 하늘에서 떨어지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콘텐츠는 전통에서도 찾을 수 있고, 새롭게 접근해서 얻을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서울시는 동물권에 대해 새롭게 접근하여 돌고래 ‘제돌이’를 바다로 돌려보낼 수 있었습니다. 이처럼 여러분들이 새로운 성역을 깨거나 기존의 관념을 새롭게 만드는 일을 해야 합니다. 이런 건 기성세대가 하기 힘들어요. 전위예술도 마찬가지고. 이게 일종의 르네상스 운동이 될 수도 있고요. 저는 K-POP이나 한류 드라마 등 대중 예술뿐만 아니라 대학 문화도 세계적인 선도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여러분들의 도전이 있다면 서울시도 얼마든지 지원해 드릴 수 있습니다.


   시장님께서는 청년정책네트워크 ‘청정비빔밥’을 구성하는 등 청년들의 목소리를 정책에 반영하려고 노력 중이신 걸로 압니다. 이렇게 청년과 소통을 지속적으로 하는 목적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또 지난달 열린 간담회에서 논의된 청년 정책 중 실제 시정에 반영할 만한 것이 있었는지도 묻고 싶습니다.(건국대 김현우 기자)


   특별히 청년들로부터만 얘기를 듣는 건 아니고요. 듣는 게 기본적으로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듣다 보면 정말 좋은 정책을 많이 알게 되고, 그게 항의성 민원이 됐든 정책적 제안이든 다 도움이 됩니다.


   청년의 경우 일단 청년명예부시장을 임명했습니다. 약 300명을 의회와 비슷한 네트워크로 구성했고요. 여기서 얘기를 많이 듣고 있습니다. 어린이인권위원회도 만들어서 어린이나 청소년 고충도 듣습니다. 그래서 아까 말한 ⌈아르바이트청년권리장전⌋도 여기서 나온 거고요. ‘청년일자리허브’도 그 예입니다. 청년일자리허브에는 일자리를 구하는 많은 청년들이 와서 네트워킹하거나 관련 강의를 듣기도 합니다. 다양한 사회적 기업과 사회적 경제 지원센터, 마을 공동체 지원센터도 있습니다. 아마 내년에는 노량진 고시촌 쪽에도 청년일자리허브가 생길 겁니다. 이런 게 가능한 건 바로 청년들의 고충을 직접 듣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한국의 언론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게 될 대학언론의 기자들과 대학생들이 기억했으면 하는 바가 있는지 궁금합니다.(연세대 김경윤 기자)


   청년이 나라의 미래임은 틀림없지 않습니까. 청년이 살아있어야 합니다. 거기다 여러분은 청년 중에서도 대학생입니다. 그만큼 시대적 책무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서울시와 대한민국에 많은 관심을 갖고 때로는 비판을 아끼지 않고 때로는 행동으로 보여 주세요. 그래서 우리 사회가 훨씬 더 바람직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게끔 해주시기 바랍니다. 그 전선에 서 있는 분들은 바로 대학언론인들이고요. 앞으로 서울시는 여러분의 고까운 말씀도 열심히 들을 테니 서울시에 관심을 많이 가져주시길 부탁합니다. 함께 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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