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의 11월은 춥지만 뜨거운 한 달이다. 캠퍼스 곳곳에 붙어있는 학생회 선거 포스터와 총학생회 후보들의 연설로 대학교가 들썩이기 때문이다. 새로운 시작은 우리를 설레게 하지만 과거에 대한 반성이 있어야 시작이 아름다운 법이다.


   그래서 새로운 총학을 맞이하기 전, 제53대 총학 ‘Upgrade S!’와 지난 한 해를 되돌아보는 시간을 갖기로 했다. 인터뷰 전 총학의 공약 이행 정도를 파악하기 위해 공약집이 필요했다. 전화를 걸어 총학생회장에게 공약집을 부탁하자 돌아온 그의 대답은 “없다.”였다. 기자뿐만 아니라 총학생회장 역시 당황스러워했다.


   총학이 제시한 17개 공약 중에는 ‘공약이행 단계별 공개’라는 항목이 있다. 이는 공약 이행의 중요성을 총학도 공감하고 있다는 증거다.하지만 공약집조차 가지고 있지 않은 총학의 태도에서 ‘과연 그들이 진정으로 공약을 지키려는 마음을 가지고 있나’라는 의문이 들 수밖에 없었다.


   이뿐만 아니라 총학은 자신들의 공약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모르는 무책임한 자세를 보였다. 공약 중 하나인 ‘실험 실습비 사용내역 공개’는 총학과 학교가 지속적으로 논의해왔던 문제다. 총학과의 인터뷰에서 부총학생회장은 “실습비 사용내역은 학기 말에 나와 아직 내역도 받지 못한 상태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기자가 학교 예산팀에 문의한 결과 “1학기 실습비 사용내역은 이미 축제 전에 나왔으며 공개보단 열람의 형태만을 허용하고 있다.”는 대답을 받았다. 기자가 이 사실을 총학에게 알리자 그때서야 총학은 “알아보겠다.”며 뒤늦은 대처에 나섰다. 이러한 총학의 태도에서 그들이 공약을 이행하려는 의지가 있었는지조차 의심스럽다.


   인터뷰를 하는 내내 총학에게서 학기 초에 보여준 자신감과 당당함은 느낄 수 없었다. ‘누구나’ 처음과 끝이 같을 순 없다. 하지만 총학은 전체 학생을 대변하는 자치기구다. ‘누구나’가 될 수도 없고 되어서도 안 되는 것이 총학이 짊어져야 할 무게다. 다음 총학은 그들에게 주어진 무게를 극복하지 못한 채 용두사미로 끝나는 일을 되풀이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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