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콜롬비아대학 지구연구소가 157개 국가를 대상으로 2010~2012년 행복지수를 조사한 ‘2013 세계 행복 보고서’의 결과에 의하면 국민 행복지수가 높은 국가 1위부터 5위로 덴마크, 노르웨이, 스위스, 네덜란드, 스웨덴이 차지한 반면에 르완다, 브룬디, 중앙아프리카공화국 등 사하라 사막 남부 아프리카 국가들은 불행한 국가로 조사됐다. 일본은 43위, 한국은 55위 그리고 중국은 93위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를 놓고 볼 때 소득이 높을수록 행복 수준이 높은 경향이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소득이 높으면 행복하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경제학이나 수학에서 두 변수 간의 상관관계(correlation)란 한 변수가 증가할 때 다른 변수가 같은 방향으로 증가하는지, 반대 방향으로 감소하는지를 관찰하여 두 변수 간 관계를 규정하는 것이다. 두 변수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면 양(+)의 상관관계에 있으며, 두 변수가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면 음(-)의 상관관계에 있다고 한다. 두 변수 간의 상관관계가 얼마나 밀접하게 서로 관계가 있는지는 상관계수로 측정한다. 예컨대음주운전을 하면 교통사고가 발생할 확률이 높을 때 음주운전과 교통사고 발생률 간에 대체적으로 양(+)의 상관관계가 있다고 말하고, 어떤 상품의 가격이 오를 때 상품 판매량이 줄어들면 상품의 가격과 상품의 수요량 간에 음(-)의 상관관계가 있다고 한다. 두 변수 간의 상관관계를 분석하는 것은 두 변수간의 관계가 밀접하다는 것을 나타내지만, 그 관계는 어느 것이 원인이고 어느 것이 결과인지는 알 수 없다.

   한편 인과관계(causation 또는 causality)란 두 개의 사실이 원인과 결과의 관계에 있을 때를 의미한다. 다른 사회과학 분야처럼 경제학에서도 경제현상의 인과관계를 규명하기 위해 많은 연구를 하고 있다. 위의 미국 콜롬비아 대학 지구연구소의 조사결과에 근거하여 ‘소득이 높으면 행복하다.’고 주장한다면 소득과 행복지수 간에 양(+)의 상관관계에 있는지 통계학적으로 검증해야 할 것이다. 인과관계에 있는 변수들 간에 상관관계가 있는 것은 당연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양(+)의 상관관계가 있다고 하더라도 소득이 높으면 행복하다고 주장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소득이 낮으면서도 행복지수가 높은 국가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또 다른 예는 ‘외국인직접투자(FDI)’다. 각 국가들은 이를 많이 유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은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왜냐하면 외국인직접투자(FDI)를 많이 유치할수록 경제성장률이 높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결과로부터 외국인직접투자(FDI)가 경제성장을 유인했다고 주장할 수 있을까? 오히려 경제성장 잠재력이 높은 국가에 외국인이 직접 투자하는 것은 아닐까?

   어느 두 변수 A와 B 간의 관계에 있어 변수 A는 변수 B의 원인이 될 수 있으나, 변수 B는 변수 A의 원인이 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 따라서 두 변수 간의 인과관계를 식별하는 것이 중요할 수 있다. 왜냐하면 인과관계에 따라 결과에 대한 처방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키와 체중의 관계를 살펴보면 키가 커지면 대체적으로 체중이 늘어나므로(키→체중) 키가 커지는 것은 체중이 늘어나는 원인이 된다고 할 수 있어 키와 체중 사이에는 양의 상관관계와 인과관계가 성립한다. 하지만 체중이 늘어난다고 키가 커지는 것은 아니므로 체중과 키 사이에는 상관관계는 있지만 인과관계는 없는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두 변수 간의 인과관계에 대한 식별을 통해 키를 크기 위해 체중을 늘리는 어리석은 행동은 하지 않게 될 것이다.

   이처럼 경제학에서 인과관계에 관한 분석이 중요한 이유는 어떤 경제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그러한 경제 현상에 대한 원인을 알아야 올바른 대안을 제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복잡한 경제사회에서 인과관계가 분명하게 드러나는 경우는 흔치 않다. 이러한 현상은 일반 사회과학에서도 마찬가지라 생각된다. 어쨌든 경제자료를 통해 상관관계를 분석하는 것이 도움이 되지만, 오히려 잘못된 인과관계를 유추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현대 사회는 지식정보화 사회로서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이다. 이러한 정보가 축적되어 이제는 ‘빅 데이터’란 말을 우리 주위에서 자주 접하게 된다. 그리고 기업이나 국가의 입장에서 빅 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에 골몰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기에 올바른 인과관계를 얻기 위해 자료를 제대로 축적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축적된 자료로 잘못 유추되는 인과관계를 제대로 분별하는 능력을 갖추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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