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도여행의 의의

  120여 년 전 베어드 선교사가 전도여행을 다녔던 지역을 돌아보며 그의 흔적을 찾아보자는 생각에 선교여행지 답사는 시작되었다. 100여 년이라는 긴 시간이 지나면서 우리 국토는 급격한 산업화, 도시화로 인해 옛 자취는 찾아 볼 수 없을 정도로 변했다. 새로운 것만이 미덕인 양 무분별하게 옛것을 지워버리는 데 여념이 없었던 결과, 베어드의 흔적은 쉽게 우리의 눈에 보이지 않았다. 그나마 그가 남긴 일기가 있어 그의 흔적 하나하나를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아주 다행스런 일이었다.

  이곳저곳을 찾아다니면서 베어드의 흔적을 발견하는 것은 감동을 넘어 어떤 희열까지 느끼게 했다. 특히 베어드의 이름으로 건물명을 지은 부산 초량교회의 건물, 베어드가 한국에서 베푼 첫 세례의 흔적이 남아 있는 부산진교회, 베어드의 전도의 결실로 세워진 김해교회의 표지석, 베어드의 첫 발길을 청도지역 개신교의 시작으로 기념하는 팔조령의 청도기독교선교100주년기념비, 대구 약전골목에 있는 남성로 선교관, 국채보상로에 있는 대구제일교회 베어드홀 등을 보는 순간의 감격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베어드는 한국에 선교사로 온 초기에 부산에서 자신의 사역 방향을 4가지로 구상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독교 신자 가정의 보호와 후원, 사랑방을 통한 지역주민과의 접촉 및 유대, 성경과 기독교 문서의 보급을 통한 복음전파, 경상도 지역의 순회전도여행을 통한 지역 주민들과의 광범위한 접촉 유지 및 한국인의 생활과 정서 이해가 그것이다. 이 중에서 순회 전도여행이 베어드가 가장 중시했던 영역이다(『부산의 첫 선교사들』).

  부산에서의 사역은 부산선교기지를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부산선교관의 건물 사진은 전해지고 있지 않지만 들려오는 전언에 따르면 부산해관 건물을 제외하고 부산지역 유일한 민간인 소유의 근대 서양식 건물이었다고 한다. 그 위치는 현재 ‘코모도 호텔 부산’이 위치하고 있는 부산광역시 중구 영주동 743-80이라고 추정한다. 베어드는 이 부산선교관을 ‘옴니버스 하우스(Omnibus house, 만인을 위한 집, 사랑방의 기능을 하는 곳)’라 칭하였다. 그는 가족이 거주하는 본체와 함께 사랑채를 짓고 그곳을 개방하여 누구든지 자유롭게 모일 수 있는 공간으로 개방하였다. 이곳에서 베어드는 한국인들과 접촉을 하였고, 또한 베어드의 숙소는 부산을 거쳐 가는 모든 외국인들의 임시 거처이기도 했다. 이것은 그의 독특한 선교방법인 ‘사랑방’ 전도를 가능케 했다. 베어드의 모든 순회전도여행 또한 여기에서부터 출발한다.

  베어드는 부산에 선교기지를 두고 경상도 지역을 순회하는 전도여행을 했다.  초기 개척 선교사들에게 순회전도는 가장 주요한 선교방식이었는데, 베어드도 마찬가지였던 셈이다. 베어드는 순회 전도여행을 ‘현지 탐사와 전도여행(exploratory and evangelistic journey)’이라고 불렀을 정도로 여행의 목적을 한국에 대한 이해와 전도에 두고 있었다. 하나님의 복음을 전하기 위해 낯선 한국 땅, 그것도 유교문화가 강하게 남아 있는 경상도 내륙 지방을 찾아 나선 것이다. 이 시기에 베어드는 한국에서 난 첫 딸 낸시 베어드를 풍토병으로 잃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그 아픔의 흔적은 베어드 선교사의 부인인 애니 베어드가 작사한 찬송가(찬송가 440장 멀리 멀리 갔더니)로 오늘도 전해지고 있다. 하지만 그는 이 아픔을 극복하고 형편이 닿는 대로 선교여행을 떠났고, 그 여행의 여정은 때로는 한 달 이 넘었고, 때로는 일주일 정도였다. 그리고 다닌 길은 영남대로, 삼남대로, 통신사길, 통영별로 등이다. 다양한 루트로 영남지방과 전라, 충청 지역을 두루두루 다녔다.

  베어드의 발길을 따라 걸으며 쓴 답사기는 어쩌면 겉모습만 훑어 본 인상이 깊다. 몇 차례의 답사를 했지만 대부분 2박 3일, 3박 4일이었다. 이것은 시간적 제약과 물리적 한계를 드러낼 수밖에 없다. 그래서 발로 걸으며 베어드가 120년 전에 했던 고민을 함께 나눌 수 없었다. 그나마 스스로 위안을 삼을 수 있는 것은 이 답사기가 베어드 미션로드 답사를 희망하는 사람들에게 안내자 역할을 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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