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지훈 (기계‧08)
  취업난의 한파가 거세게 불고 있는 대학가, 너도나도 대기업 취업을 원하는 상황에서 취업을 위한 스펙요건은 높아지고 있다. 그런데 여기 자신만의 특별한 스펙으로 굴지의 대기업에 취업한 이가 있다. 최지훈(기계‧08)군은 자작 자동차 학회 활동을 통해 현대자동차 그룹의 자동차광 전형을 통과했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해야 한다는 단순한 진리로 성공적인 사회진출을 이뤄낸 그를 만나 보자.

 

  졸업 소감은 어때요?
  4년 동안 학생으로 살면서 한 번도 장학금을 받은 적이 없어요. 학과 근로나 아르바이트도 못했죠. 학비를 모두 부모님께 의지했는데 그러다 보니 항상 마음이 무겁고 부담이 컸어요. 졸업을 하니 그 부담을 내려놓은 것 같아요. 이제는 부모님께 그동안 받은 지원을 보답하고 싶어요. 한편으로는 아쉬운 마음도 있어요. 대학생이기 때문에 누릴 수 있는 자유가 줄어들 테니까요. 평일에 친구들과 영화를 보고 밥을 먹으며 얘기하는 일상을 이제는 누릴 수 없겠죠.

 

  4년간 얻은 것들 중 가장 의미있는 것은 무엇일까요?
  스펙이라고 불리는 영어 시험 점수와 자격증들도 의미가 있지만 저는 그것보다는 제가 얻은 경험이 더 의미있다고 생각해요. 저는 자동차 학회에서 4년 동안 활동했고 1년 동안은 회장을 맡았어요. 10명이 넘는 후배들을 이끌었는데 각자 생각도 전혀 다르고 자동차를 사랑하는 정도가 다르다 보니 팀을 하나로 만드는 데 어려움을 겪었어요. 그래도 회장으로서 그런 차이들을 조율하며 자작 자동차 완성이라는 목표를 달성했죠. 리더로서의 경험이 제겐 무엇보다 소중해요. 조직을 이끌어 봤던 경험이 있으니 회사라는 조직에서도 잘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어요.

 

  아쉬운 점은 없나요?
  다른 나라를 가 보지 못한 점이 아쉬워요. 해외를 다녀와 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면 해외를 나가야 인생을 돌아보는 시야도 넓어지고 미래에 대한 생각도 깊어진다고 해요. 제가 보기에도 해외를 가 본 경험이 많은 사람들은 세상에 대한 겁이 없는 것 같아요. 당장의 취업이나 나이에 제약받지 않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찾는데 시간을 아끼지 않죠. 아마도 넓은 세상을 보고 와서 그런 것 같아요. 저는 제 생각이 얼마나 좁은지조차 모르겠어요. 우물 안 개구리가 아닌가 하고 늘 생각해요. 학교에서 교환학생이나 해외봉사의 기회를 제공했는데 그것을 이용하지 못했던 것이 후회로 남아요. 동아리 활동을 못한 점도 아쉬워요. 학회 활동을 하느라 동아리 활동을 못했거든요. 저희 학회는 제가 소속된 기계과 학생들만 활동하는 곳이라 다른 학과 학생들과 교류할 기회가 없어요. 늘 일반 동아리에 들어가서 다른 학과 학생들과 교류해 보고 싶었는데 결국 그러질 못했네요.

 

  4년이라는 시간 중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언제일까요?
  대학생활의 가장 큰 부분을 자동차 학회가 차지했어요. 자동차 학회는 자작 자동차를 만드는 학회인데요. 처음에는 이 학회를 통해 만든 자작 자동차를 가지고 대회에 나가서 입상하는 순간들이 행복했어요.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자동차를 완성시켜 나가는 과정 자체가 더 행복하더라고요. 원래 소풍가기 전에 준비가 더 재미있잖아요. 밤새서 차동차를 설계하고 실제로 제 손으로 완성시켜 가는 과정들이 가장 좋았던 것 같아요.

 

  대기업에 입사한 소감이 어때요?
  다시 한 번 출발선에 섰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회사에 입사해 보니 대기업인 이유가 있는것 같아요. 함께 입사한 동기들을 보면 스펙도 쟁쟁하고 다들 생각이 비상해요. 한 마디로 무엇 하나 빠지는 사람이 없는 것 같아요. 그런 사람들과 함께 입사했다는 것이 뿌듯하지만 늘 열심히 하지 않으면 뒤처질 수도 있겠다는 걱정이 생길 때가 있어요. 대학생활의 목표였던 대기업 취업은 이뤘지만 또 다시 사회생활의 출발선이예
요. 이제 다시 시작인거죠.

 

  앞으로의 각오는 어떤가요?
  먼저 자동차에 대한 흥미를 잃지 않으려고 노력할 거예요. 제가 자동차를 좋아해서 현대 자동차라는 회사에 취업을 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안주하게 될까봐 걱정이에요. 자동차에 대한 애정을 최대한 잃지 않고, 회사에서 평범한 업무를 맡게 되더라도 저만의 업무 스타일을 만들어서 효율적이고 재미있게 일하는 것이 목표예요. 저는 평생 자동차 관련 일을 하고 싶고 현대자동차는 우리나라에 마지막 남은 완성차 회사이기 때문에 자부심을 갖고 일할 생각이에요.

 


  대기업 취업을 원하는 학생들에게 해 주고 싶은 말이 있을까요?
  요즘 대학생들이 대기업 취업을 원하는 것은 당연해요. 하지만 대기업 취업을 준비하더라도 자신의 적성에 맞고 스스로 좋아하는 일을 찾으라고 조언하고 싶어요. 요즘 학생들은 대부분 높은 연봉에 현혹돼서 맹목적으로 대기업 취업을 원하는 것 같아요. 하지만 아무리 연봉 높아도 자신이 싫어하는 일을 직업으로 갖게 되면 오래 버티기가 힘들 것 같아요. 저도 만약 과자를 만드는 대기업에 취업했다면 벌써 그만뒀을 것 같아요. 제가 좋아하는 자동차를 만드는 회사이기 때문에 하루하루가 즐거운 것이죠. 반대로 매일 같이, 하루에 몇 시간씩 일을 해야 하는데 그 일이 자신의 흥미와 관계가 없는 일이라면 얼마나 고통이겠어요. 대기업의 높은 연봉에는 그만큼의 업무가 뒤따라요. 자신이 좋아하는 일이어야만 그 업무들을 감당할 수 있죠.
그리고 또 한 가지, 남들의 시선은 신경쓰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대기업에 취업하면 주변의 시선이 달라지는 것은 사실이에요. 사회적으로 조금 인정받는 경향도 있고요. 하지만 이런 시선과 부러움은 일시적인 것이에요. 직장이라는 것은 자신의 생활을 좌우하는 곳인 만큼 남들의 시선은 신경쓰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대학생활에서 이것만큼은 남기라고 조언하고 싶은 것이 있을까요?
  사회에 나가 보니 인간관계가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어요. 후배들은 절친한 친구를 남겼으면 좋겠어요. 단순히 같이 수업 듣고 밥 먹는 친구 말고요. 아무 때나 연락하고 고민을 털어 놓을 수 있는 친구요. 꼭 동기일 필요는 없고 선배 한 명, 동기 한 명, 후배 한 명 정도면 좋을 것 같아요. 선배는 먼저 사회에 나가서 경험과 노하우를 전수해 줄 수 있어요. 일종의 길잡이의 역할을 해 줄 수 있죠. 사회에 나가면 친한 선배의 조언이 큰 도움이 될 거예요. 동기는 자신이 힘들 때 함께 공감해 주며 위로해줄 수 있어요. 동병상련이라는 말이 있듯이 나를 가장 잘 이해해 주는 사람은 저와 비슷한 상황에 놓인 내 동기들이죠. 그리고 선배가 그랬듯이 자기 자신도 친한 후배를 만들어서 그의 길잡이의 역할을 했으면 좋겠어요.

  또 한 가지는 교양지식이에요. 저는 어렵다고 소문난 교양과목을 많이 수강했거든요. 게다가 제 전공과는 전혀 관계없는 과목들이었죠. 그런 교양과목들을 열심히 듣다 보니 다양한 지식들을 갖게 됐어요. 인간관계를 만들 때 가장 중요한 것이 대화인데 대화를 부드럽게 이어가는데 있어서 교양 지식들이 도움이 되더라고요. 꿀교양이라고 불리는 과목이나 자신의 전공과 관련한 교양과목을 찾아 들으면서 학점에만 집중한
다면 남는 것은 학점밖에 없어요. 등록금을 내고 학점을 산 것이죠. 자신이 전혀 모르는 과목을 수강하고 그 과목에서 좋은 학점을 얻으려고 노력하다 보면 많은 교양지식들을 남길 수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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