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의 대학 생활을 6개의 기타 줄에 바친 남자가 있다. 학업은 뒷전이었지만, 교내의 밴드부와 인디 밴드를넘나들며 여러 무대에 올라 정열적인 공연을 펼쳤다. 기타와 함께한 자신의 대학 생활에 후회는 없다고 말하는 이용택(화학·06)군의 얘기를 들어 보자.

 

   언제부터 기타에 관심이 있으셨고, 본교 밴드동아리인 소마 활동은 얼마나 하셨어요?

   기타에 대한 관심은 중학교를 다니면서 갖게됐어요. 학업 스트레스 때문에 락 음악을 듣게됐는데, 계속 듣다 보니 직접 연주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하지만 중‧고등학생 때는학원이나 야간자율학습 등 때문에 악기를 배울시간이 없어서 대학 가면 밴드를 해야겠다는 소망만 가지고 있었죠. 그래서 수능 다음 날 바로일렉 기타를 사고 개인 레슨을 받기 시작했어요.그때 처음 산 기타는 아직도 내 방에 걸려 있어요. 다른 기타는 중고로 팔았는데, 처음 산 기타만큼은 지금까지도 기념으로 가지고 있네요.

   소마에서 활동한 기간은 2006년부터 2013년까지예요. 군대를 다녀온 기간을 제외하고 계속소마에서 활동했어요. 대학에 입학하자마자 소마와 블랙세인트에 지원했는데 소마에 합격했어요. 사실 그때만 해도 기타를 배운 지 얼마 안돼서 실력이 부족했기 때문에 오디션이 불안했죠. 그런데 다행히 소마는 오디션에서 기타 실력만으로 당락을 결정하지는 않았어요. 선배 및 동기들과 화합은 잘 할 수 있을지, 앞으로 밴드 활동을 얼마나 열심히 할지 등을 면접에서 많이 얘기했었죠. 이 부분에서 제가 선배들에게 점수를많이 따서 합격할 수 있었던 것 같네요.

 

   여러 인디 밴드에서도 활동하신 걸로 아는데요?

   ‘블랙 아나키’라는 인디 밴드에서 작년 초까지활동했어요. 사실 다른 밴드를 하면서 소마 활동을 하게 되면 소마에 소홀해질 수밖에 없기에 선후배들의 많은 이해가 필요했죠. 다행히 선후배들은 다른 밴드 활동을 인정해 줬고, 열심히 하다 보니 블랙 아나키의 리더까지 하게 됐어요.

   제가 직접 작사 및 작곡을 한 노래들도 공연하곤했는데 공연 중 호응도 수준이나 후기 등을 통해 가장 높은 평가를 받은 노래는 ‘Feb’라는 곡이에요. 영어로 2월인 February의 약자인데, 2월에첫사랑과 이별을 한 아픔이 이 곡의 내용이에요.아쉽게도 블랙 아나키는 결국 해체를 하게 됐어요. 멤버들이 너무 많이 탈퇴 하고 새 멤버 모집도 어려웠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작년 10월에 ‘로아’라는 밴드로 옮기게 됐어요. 로아라는 밴드는제가 들어가기 전부터 약 2년 정도 활동하던 팀이었고, 활발히 공연을 해서 매력적이었어요.

   사실 아직까지 로아의 이름을 걸고 단독 공연은 못 했어요. 지금은 홍대에 있는 라이브 클럽에 가서 공연을 하거나 유명한 밴드의 오프닝 공연 등을 맡고 있는 상황이에요. 최근에 ‘네미시스’라는 인기 락 밴드의 오프닝 공연에 참석해연주를 했는데 사람들이 굉장히 많이 왔어요. 우리를 보러 온 것이 아니라는 생각에 조금 씁쓸했지만, 아직 무명인 인디밴드의 현실이니 어쩔수 없죠. 나중에 꼭 밴드의 이름을 걸고 단독 공연을 해 보고 싶어요. 그리고 밴드의 자작곡들이들어간 앨범도 내고 싶어요. 인지도가 높아야 가능한 일들인데, 지금은 이 인지도를 높이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고 어디든 불러주면 달려가서 공연을 하고 있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공연과 실수가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소마에 갓 들어온 1학년 때, 대학로에서 열린‘벗끼자’ 축제에서 했던 공연이 가장 인상깊어요.처음으로 교내가 아닌 외부에서 했기 때문인 것같아요. ‘벗끼자’ 축제는 많은 대학들의 동아리가모여 개최한 축제인데, 이 축제에서 우리 소마가공연을 하게 됐어요. 당시 여러 대학교에서 참여한 학생들뿐만 아니라 대학생이 아닌 분들까지많이 참석해 연주를 정말 재미있게 했던 기억이나요. 교내 공연과는 달리 호응도 좋고 열기도 뜨거웠고 ‘내 음악을 들어주는 사람이 이렇게 많다는 것은 정말 감동적이구나.’ 라는 것을 느꼈죠.

  기억에 남는 실수를 얘기하자면, 기타 소리를크게 내주는 앰프가 있는데 이 앰프와 연결하는잭이 공연 도중 갑자기 빠진 적이 있었어요. 흥분해서 이리저리 움직이며 연주를 하다가 그만연결선을 발로 밟아서 벌어진 일이에요. 잭이 분리가 되니 기타 소리가 갑자기 뚝 끊기고 공연장에 잡음만 크게 울렸죠. 그래서 연주를 하다 말고 급하게 잭을 다시 끼우고 연주를 진행했던 일이 기억에 남네요.

    이렇게 큰 실수 말고도 사소한 실수를 많이 하는데, 그 중 하나가 기타를 연주할 때 사용하는 피크를 떨어트리는 것이예요.피크가 없으면 기타 줄을 튕기기 어려워져요. 그래서 연주를 계속하기가 굉장히 곤란하죠. 사실다른 기타 연주자들은 이런 실수를 잘 하지 않는데, 저만 유난히 이런 실수를 하더라고요. 그래서지금은 아예 바지 주머니에 여분의 피크를 넣고 무대에 오릅니다.

 

   밴드 활동을 열심히 하신 것 같은데, 학업이나취업 문제와 부딪혀 고민이 있으셨을 것 같은데요?

   밴드 활동과 학업을 병행하는 것이 솔직히 쉽지 않았습니다. 학점을 생각하고 말하자면 졸업요건인 평점 3점을 간신히 넘긴 상태에요. F학점도 많이 맞았고 재수강도 정말 많이 했어요. 학업보다는 음악활동에 주력하다 보니 학업에는충실하지 못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결국 학교를8년이나 다니게 됐네요. 그래서 요즘은 밴드부에들어오는 후배들에게 조금씩이라도 학점 관리를 하라고 충고하기도 합니다.

   밴드를 열심히 하다 보니 취업을 하지 말고 음악을 직업으로 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그래서 군대에서 막 제대했을 때 부모님을 설득해 실용음악과 입시를 준비했었어요. 하지만 결과는 그리 좋지 않았고, 학교로 다시 돌아왔죠.지금은 대학원으로 눈을 돌리게 됐어요. 제가 나중에 화장품 회사나 제약회사에 들어가고 싶은데 대부분 석사 이상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취업을 한 후에도 음악은 계속할 생각입니다. 사실 제게 있어 취업은 음악을 계속하기 위한 방법일 뿐이라고 생각해요. 음악으로돈을 벌지 못하는 상황에서 별다른 직업이 없으면 음악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잖아요. 실제로저희 로아 밴드에도 회사에 다니거나 개인 사업을 하는 분들이 많이 계십니다. 직접 돈을 버니까 음악 활동도 계속 할 수 있더라고요.

 

   꿈보다는 스펙을 쫓는 후배들에게 조언을 한마디 하자면요?

   요즘 스펙이라는 단어에 끌려 학교와 도서관만 다니는 후배들이 많습니다. 소마에서도 처음에는 활동을 열심히 하다가 고학년이 되면 취업문제를 이유로 그만 두는 경우를 많이 봤어요.사실 이해가 됩니다. 청년 실업 문제가 정말 심각하고, 취업을 하지 못하면 당장 백수 신세잖아요.

    그리고 자신이 하고 싶은 게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그런데도 이를 다 억누르고 영어공부를 하거나 자격증을 따는 것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그렇다고 해도 후배들이 대학 시절을 스펙 쌓는 일에만 올인하지는 않았으면 좋겠어요. 좋은경험이 될 수 있고 삶의 지혜가 될 수 있는 활동이 있다면 취업에 도움이 안 돼도 꼭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동아리를 들더라도 ‘이 동아리가 취업에 도움이 안 되니 그만 해야지.’ 라는 것보다도 ’이 동아리가 재밌겠다.’ ’내가 또 언제 이런 경험을 해보겠나.’라는 생각이 든다면 꼭 해봐야 합니다. 대학생 때 아니면 정말 기회가 없어요.

    평생을 살면서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을 반드시 대학생 시절에 찾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대학을 다니며 저는 제게 그 일은 음악이라는 것을찾았어요. 앞으로 계속 재미있게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들어요. 이 때문에 비록 학점이 낮고스펙도 부족한 상태로 졸업을 하지만, 제 대학생활에 후회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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