쉐더공 파고다는 양곤을 상징하는 전 세계 불교신자들의 성지이다.

  어쩌면 이렇게 무질서할 수 있을까. 모든 것에 원칙이 없어 보인다. 있다고 하면 있고 없다고 하면 없는 것이 된다. 한국인인 나에게는 불편하기만 하다. 시내를 오가는 모든 택시에는 미터기가 없어 늘 운전사와작은 협상을 해야 한다. 현지인들이 타고 다니는 에어컨조차 없는 만원 버스는 도저히 탈 엄두가 안 나서 걷기 멀다 싶을 정도의 거리는 택시를 이용할 수밖에 없다. 택시 요금을 협상하는 것도 한 두 번이지 매번하려니 이것도 고역이다. 내가 외국인인 것을 간파한 그들은 터무니없는 가격을 제시한다. 현지 사람들의가격 대비 무려 열배를 요구하는 그들의 머릿속에는 도대체 무엇이 들어 있을까. 심지어 먹는 음식마저 ‘외국인 요금’ 이 적용된다. 현지인에게는 5백 원인 쌀국수가 나에게는 3천 원이 된다. 시간이 지나면서 이 도시 양곤에 지쳐간다. 1960년대 초반의 서울도 이 정도는 아니었을 것 같다. 한 나라에서 가장 큰 도시가 이정도면 다른 도시는 안 가도 알 것 같다. 다시는 안 오리라 괘씸한 마음이 서린 작은 다짐이 생긴다.

  현재까지도 권력을 장악하고 있는 군부가 2005년에 네피도(Naypyidaw)라는 도시로 수도를 이전하기 전까지 양곤은 미얀마의 수도였다. 군부는 버마(Burma)라는 이름을 미얀마로, 랑군(Rangoon)을 양곤으로 바꾸어 버렸다. 수십 년간의 군부 독재는 양곤의 밤 분위기마저 암울하게 만들었다. 열시면 모든 상점이 문을 닫고 현지인과 맥주 한 잔 즐길 수 있는 곳이 일부 지역에 국한된다. 사람들의 얼굴에 서린 우울함과 자유에 대한 갈망, 그리고 맘 편히 말하지 못하는 답답함이 산재(散在)한다. 대한민국도 그런시절이 있었기에 내가 대신 말해주고 싶어진다. 자유롭게 말하지 못하는 답답함이란 가장 참기 힘든 고통이라는 것을 난 잘 알기 때문이다.

  전 세계 불교도들의 최고 성지 중 하나로 꼽히는 양곤의 상징 쉐더공 파고다로 발을 옮긴다. 무려 60톤의금이 크고 작은 파고다에 덧칠해졌다고 하는 소리를 듣고 이렇게 가난한 나라에서 ‘왜 소중한 금을 여기에다 낭비하나’라는 잘 자라지 못한 느낌이 몰려온다. 이 금을 팔아 국가 경제도 살리고 고된 삶을 사는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면 좋을 것이라는 내 머릿속의 지극히 낮은 수준의 경제학.

  파고다 주위를 돌며 합장하며 기도하는 신자들의 모습을 살피면서 나도 따라 거닐었다. 몇 바퀴째를 돌고 있는데 얼굴에 깊은 주름이 가득한 늙은 노승이 기도하는 모습이 보였다. 모든 것을 초월한 것 같은 노승의표정 앞에 나는 발걸음을 멈추었다. 중요한 것은 이방인이 평가하는 얄팍하고 질 낮은 평가가 아닌 수천 년을 참아온 인내의 힘이라는 것을 노승은 무언(無言)으로 이야기하는 듯 했다. 순간 머리가 맑아졌다. 양곤은 원칙이 없는 도시도 아니었고 가난하고 답답한 도시도 아니었다. 성스러운 파고다가 인내라는 이름으로모든 사람을 비추고 있는 성스러운 도시였다. 다시는 오지 않겠다는 다짐은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참다운인내의 의미를 되새기고 싶은 사람들에게 양곤 여행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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