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3대 총여학생회 ‘다락’ 후보로 출마하게 된 계기가 무엇이었나요?

염정아 부총여학생회장(이하 부총여): 총여학생회(이하 총여)를 처음 접한 것은 재작년이었어요. 선배가 총여 회장 후보로 나간다고 해서 선거 운동을 도와드리다가 총여 집행부 활동을 하게 됐고요. 올해 대표자로 나선 계기는 학내에 총여의 활동이 필요한 부분이 많다는 것을 느끼고 나서예요. 예를 들어 새터와 같은 학과 행사에 가면 술 게임을 하면서 사건 사고가 많아요. 실제로 어떤 친구는 밤에 술 마시는 도중 선배가 갑자기 나가자고 해서 나갔는데 불미스러운 일을 당한 경우도 있고요. 이런 사건들을 접하면서 ‘총여같은 힘 있는 기구가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학생들에게 성폭력의 범위에 대해 제대로 된 인식을 제고하고 성 평등에 대한 정확한 지식을 알려주고 싶어서 출마하게 됐어요.

안희정 총여학생회장(이하 총여): 저는 2010년에 경영대 집행부로 활동하다가 당시 경영대 학생회장이 2011년도 총학생회(이하 총학) 후보로 출마하면서 총학 집행부로 들어가게 됐어요. 총학 집행부 활동 후 1년을 휴학했다가 복학했는데, 제가 총여 회장 후보로 물망에 올라 있더라고요. 사실 제가 학교 다닐 때만 하더라도 총여가 없었어요. 그래서 총여에 대해서 전혀 모르고 있었는데 제안을 받고 나니까 제가 겪었던 이런저런 사건들이 생각이 나는 거예요. 한 번은 학과 선배가 술에 취해서 저에게 상처를 주는 말
을 했는데 술 깨고 나니까 선배가 아무렇지도 않게 행동하더라고요. 당시 이 사건에 대해서 뭔가 하소연할 수 있는 곳이 없었어요. 실제로 성적으로 모욕을 당하고도 괜히 자기만 까다롭다는 소리를 들을까 봐 속으로 끙끙 앓고 지내는 친구들이 굉장히 많아요. 그런 친구들을 위해 같은 여학생 입장에서 함께 이해하고 도와줄 수 있는 기관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총여가 그런 기관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출마하게 됐어요.

 

‘다락’이라는 선본은 어떤 의미인가요?

총여: 다양한 즐거움이라는 뜻에서 가져온 거예요. 작년 총여에서는 ‘와락’이라는 선본으로 활동했는데 같이 일했던 친구들이 올해도 그대로 함께 하거든요. 그래서 ‘락’ 자를 이어간다는 의미도 있고요. 다락방을 떠올리면 나의 소중한 물건들과 추억을 보관하는 나만의 공간이라는 느낌이 있잖아요. 힘들 때 찾아와서 고민 상담도 쉽게 할 수 있고, 항상 다가오기 쉬운 곳으로 기억되고 싶어서 ‘다락’이라는 이름을 정했어요.

 

총여는 남녀 상관없이 모든 학생들을 품어줄 수 있는 곳인데, 남학생들은 총여가 주최한 프로그램이라고 하면 꺼리고 참여를 안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부분은 어떻게 극복하실 건가요?

총여: 저희가 선출될 때 여학생들의 표만 받기 때문에 남학생들이 여학생들만의 기구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어요. 그래서 저희도 고민을 많이 했어요. ‘어떻게 하면 남학생과 여학생 모두를 품을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하면서 여학생들에게만 해당되는 공약은 피하고 있어요. 격주에 한 번씩 발행하는 화장실 신문도 집행부에 있는 남학생들을 시켜서 남자 화장실에 배포하고, 이벤트를 주최할 때도 남녀를 가리는 행사는 전혀 없어요. 심지어 집행부도 남녀 가리지 않고 뽑을 정도로 저희는 항상 열려 있으니, 남학생들이 저희가 주최하는 여러 활동에 많이 참여해 줬으면 좋겠어요.

 

공약에 성범죄 대책 위원회를 개설한다는 부분이 있습니다. 성범죄 대책 위원회를 조직한다고 해도 피해자가 본인을 밝히기 꺼려할 수도 있을 텐데 피해 학생들에게 어떻게 다가가실 건가요?

부총여: 저희는 피해자의 신원 보호를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있지만 본인 신원이 밝혀지길 원치 않는 학생은 아예 신고를 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요. 신원이 밝혀지는 정도는 감수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학생은 회장님을 개인적으로 만나서 이야기를 하죠. 회장님은 그분이 누구인지 알게 되지만 대외적으로, 심지어 총여 집행부에게도 개인의 신상을 밝히지는 않아요. 피해 사실에 대해서 항의를 하거나 대책을 요구하려면 그 일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기 마련인데, 이야기를 하고 나면 ‘이 일에 대해서 누군가 알지 않을까?’라는 염려를 많이 하시거든요. 하지만 저희가 일을 처리하면서 피해 학생에게 이 일을 어느 정도까지 밝혀도 되는지 허락을 받고 진행하기 때문에 개인 신상에 관한 것은 학생분들이 걱정 안 하셔도 될 것 같아요.

총여: 제가 원래는 휴대폰 번호만 밝히고 다녔는데, 이제는 카카오톡 아이디도 함께 알려드리고 다녀요. 번호 노출을 꺼려하는 학생들이 있어서 그분들을 위해 최대한 배려를 하고 있어요.

 

공약집에 따르면 총여는 여성만을 위한 조직이 아니라, 학생 모두를 위한 것이라고 하셨는데 그렇다면 총여가 존재하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총여: 다른 학교의 경우, 아예 여학생 운영위원회(이하 여운위)라고 해서 총학 산하 기구인 경우가 많아요. 그런 곳의 여운위 인원을 보면 거의 여자 두 명 정도예요. 그러니까 아무 활동도 할 수가 없는 거예요.
저희가 하는 활동들은 총학이 하기에 바쁘기 때문에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이것만은 확실히 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따로 분리되어서 나온 것이거든요. 소수자에 대한 평등을 말하는 것이 왜 여성학이 되었는지 그 시대상을 보면 알 수 있어요. 그 당시에는 여자가 약자였고 소수자였기 때문이죠. 마찬가지로 총여가 생길 당시에도 학내에서 성희롱과 차별을 받으면서도 하소연할 곳이 없어 입을 닫고 있었던 학생들이 많았어요. 그런 배경을 알고 계신다면 왜 총여가 생겼고 아직까지 유지될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있으실 거예요.

 

기숙사 남녀 수요도 조사에 의한 수용률을 재논의하고 재배치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우셨는데, 현재 재학생은 남학생이 더 많습니다. 그런데 여학생 비율을 늘리겠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역차별이 아닌가 하는 의견들도 있습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총여: 저희가 지금 기숙사 수용률이 부당하다고 말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사례를 들어 말씀드릴게요. 서울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사는 여학생이 있어요. 성적도 좋게 나왔는데 떨어졌어요. 그런데 서울 근처에 사는 어떤 남학생은 학점도 그 여학생보다 낮은데 기숙사 합격이 됐어요. 여학생의 수요가 훨씬 많은데 그만큼 수용할 공간이 부족한 거죠. 이런 일이 발생하는 원인이 뭐냐하면, 대부분 여학생들의 부모님들께서는 기숙사가 안전하고 통금 시간도 있으니까 기숙사에 들어가길 원하시기 때문이에요. 반대로 남학생들은 자취방에 사는 것이 통금도 없고 자유로우니까 기숙사 신청을 많이 안 하죠. 그래서 여학생의 수요에 맞게 재배치를 하자는 것이 저희가 처음 생각했던 것이었어요.

절대 역차별의 개념이 아니고 평등하게 만들자는 거였는데, 기숙사에 문의를 해 보니까 여러 가지 사정 때문에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하더라고요. 지금은 다른 방법을 논의하는 중인데, 그 차선책으로 6월 지방선거에 출마하시는 분께 공약으로 대학생을 위한 공공임대주택 건설을 요구할 계획이에요. 박원순 서울 시장이 광진구 자양동에 공공임대주택을 건설하려다 주민들 반대로 무산된 적이 있어요. 공공임대주택이 필요한 이유는 주변에 학교가 많은데 그에 비해서 기숙사 수용률이 너무 낮기 때문이죠. 그래서 저는 그것을 한 번쯤은 요구할 만한 정당성이 있다고 생각해요.

 

여학생 휴게실(이하 여휴)에 대해서 남학생들의 불평이 많았는데, 이에 대한 대책은 없나요?

총여: 남학생 휴게실이 구학생회관에 있었는데, 그곳에서 안 좋은 사건이 많이 일어났었어요. 여학생, 남학생 휴게실은 자치 공간이에요. 그래서 청소나 관리를 해주시는 분이 따로 없어요. 다 학생회가 관리했죠. 그런데 남학생 휴게실에 외부인이 들어가서 자기도 하고, 그 안에서 학생들이 술 마시고 담배 피우고 하는 상황이 지속되다 보니 도저히 관리가 안 되는 거예요. 그래서 신학생회관으로 옮기면서 남학생 휴게실이 없어졌어요. 저희가 “여휴만 만들자.”라고 해서 만든 것이 아니라 학교 측에서 남학생 휴게실을 없애기로 결정한 것이죠. 여휴는 그때 총여가 없어서 총학 집행부원들이 계속 오가며 청소도 하고 관리를 했어요. 그래서인지 여휴는 신학생회관으로 넘어오면서 살아남았더라고요. 요즘도 가보면 관리가 잘 되어 있고 깔끔해요. 남학생 휴게실은 관리가 안 된 부분 때문에 없어진 것이라서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죠.남학생들이 여휴에 대해서 불만을 토로하는 것은 본인들이 쉴 수 있는 휴게 공간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희가 학교 측에 휴게 공간 증축을 요구하는 것이고요.

 

앞으로 총여학생회의 각오 말씀 부탁드립니다.

부총여: 방학 동안 바쁜 시기를 보내고 3월이 되니까 더 바쁜 것 같기도 해요. 수업도 같이 하니까요. 앞으로도 많이 바쁠 것 같은데 준비하고 있는 행사들에 관심 많이 가져 주셨으면 좋겠고, 우리 총여를 함께 할 친구들이 많이 들어왔으면 좋겠어요. 학생들한테 좋은 이미지로 보이고 기억될 수 있는 총여가 됐으면 좋겠어요.

총여: 여러분을 향해 뛰겠습니다. 제23대 다락 총여학생회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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