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그래비티>는 우주를 배경으로 한 새로운 감각의 SF영화이다. 영화 <그래비티>에는 SF 고유의 외계인 침공도, 현란한 전투 장면도 없지만 그 어떤 SF영화보다 우주가 주는 경외감을 사실적으로 담아낸다. 무중력 상태의 우주와 두 명의 인물- 사실상 주인공 라이언 박사(산드라 블록)의 일인극으로 진행되는 이 영화는 플롯 또한 단순하다. 우주에서 허블 망원경을 수리 중이던 라이언 박사 일행이 우주 미아가 될 위기에 처하지만, 고생 끝에 이를 극복해 낸다는 단순한 설정을 가진다. 그 흔한 러브라인 하나 없는 아주 단순한 플롯의 영화지만 그렇기에 <그래비티>는 새로움, 아름다움, 그리고 두려움까지 경험하게 만들어준다.

영화의 오프닝에서 우주는 안도감을 줄 만큼 고요하고, 아름다운 공간으로 표현된다. 이를 위해 감독은 무려 17분의 롱 테이크를 사용하여 우주를 사실적으로 표현한다. 그러나 이토록 아름다운 우주는 한순간에 실체 없는 두려움으로 돌변한다. 영화 <그래비티>의 전반에는 이처럼 아이러니가 깔려 있다. 오직 제목에서만 존재하는 ‘그래비티’가 그렇듯, 영화는 무와 유, 유와 무 사이의 경계를 허문다. 라이언에게 안도감을 주었던 중력 없는 우주는 이내 중력이 없기에 라이언을 고통스럽게 한다. 동시에 라이언은 죽음에 맞닿고 나서야 다시금 삶을 꿈꾸고, 희망하게 된다. 즉, 그녀를 고통스럽게 했던 중력이 있는 공간 지구가, 결국은 그녀의 삶을 지탱하게 만들어 주는 장소이기도 함을 뜻한다.

나아가 한 인간의 삶이 한낱 우주의 아주 작은 조각에 불과할지라도, 결국 시·공간을 이루는 것은 하나의생명에서부터 시작된다는 것을 역설하기도 한다. 영화 속에서 라이언이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종족의 언어를 들으면서도 안도를 얻듯, 삶이란 서로를 당기는 중력이 있기에 서로를 소통하게 하고, 지탱하게 만들어 주는 것임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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