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납부기간, 부족한 분납횟수 “이용하는 학생들 고려 안 해”

서울권 4년제 대학의 대부분이 등록금 분할납부 제도를 운영하고 있지만 학생들의 등록금 부담을 완화하기에는 다소 문제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학생들의 등록금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도입된 등록금 분납제는 최대 6개월 내에서 대학이 정한 기간과 횟수에 따라 무이자로 등록금을 나눠 내는 제도다.

하지만 대학 등록금에 관한 규칙 5조 3항을 살펴보면 학교장은 부득이하다고 인정하는 때에 해당 학기에 납부하여야 할 등록금의 3분의 1이상 3분의 2이하에 해당하는 금액에 대해 납입기일을 2개월간 연장할 수 있다. 고 간접적으로 분할납부에 대해 명시하고 있을 뿐, 강제성이나 행정적 효력이 없다. 때문에 사실상 등록금 분할납부의 횟수와 기간이 대학 자율에 맡겨지고 있는 실정이다.


서울권 대학 71% ‘분납가능 기간 3개월 이내’ 제한

본지의 조사 결과, 서울권에 위치한 대다수의 대학이 분할납부의 기간을 짧게 두고 있어 학생들의 등록금 부담을 경감시키기에는 기간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대학 공시정보 사이트 ‘대학알리미’를 통해 2013학년도 등록금 분할납부제도를 분석한 결과 서울시내 주요 42개 대학 중 41개 대학(97.7%)에서 등록금 분할납부제를 시행하고 있었다. 이 중 3개월 이내에 분납을 완료해야 하는 대학이 29개교(71%)였으며, 특히 이 중 9개 대학(22%)은 분납기간이 2개월로 나타났다.

본교 공과대학에 재학 중인 한 학생은 “420만원이 넘는 학비를 학생 힘으로 3개월에 걸쳐 나눠 낸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더구나 1차 분납 시기에는 전체 금액의 40%에 해당하는 170만 원을 내야 한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장학금 받으면 등록금 분할납부 불가

일부라도 장학금 수혜를 받는 학생들에게는 등록금 분할납부가 불가하도록 하는 대학도 있다. 본지가 조사한 △건국대 △고려대 △광운대 △동국대 △명지대 △상명대 △성균관대 △숭실대 △중앙대 △한성대 △한양대의 11개 대학 중 △건국대 △명지대 △상명대 △성균관대 △중앙대의 5개 대학에서는 장학금 수혜 금액이 등록금의 50% 이상일 때 분할납부신청을 할 수 없도록 한다. 특히 광운대의 경우 액수에 관계없이 장학금을 받은 학생은 분할납부를 할 수 없었다.

고려대의 경우 등록금을 25%씩 네 번 납부하는 방식으로 분할납부를 시행하고 있으며, 마지막 납부에 한해 장학금 수혜 금액을 감할 수 있도록 했다. 장학금 수혜 금액이 등록금의 25% 이상인 경우에는 분할납부를 할 수 없도록 한 것이다. 하지만 고려대의 교내 장학금이 최소 35%임을 감안할 때 교내 장학금을 수령하는 학생은 분할납부를 이용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에 고려대 재무부 관계자는 “학교 규칙이라 어쩔 수 없다.”고 전했다.

건국대를 포함한 △명지대 △성균관대 △상명대 등 4개의 대학의 경우 등록금의 50% 이상을 장학금으로 수혜받는 학생은 분할납부제를 이용할 수 없었다. 이에 건국대 관계자는 등록금의 50% 이하 금액을 학생들이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고 판단해 분할납부를 제한하고 있다고 밝혔다.


등록금 분할납부 시 재학증명서도 안 떼줘

또한 일부 학교에서는 분할납부 제도를 이용하는 학생들에게 재학증명서를 발급해 주지 않아 학생들의 피해가 예상되고 있다.

민주당 윤관석 의원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일부 대학교의 등록금 분할납부제도 시행과 재학증명서 발급에 관한 사항을 지적하며 “학생들의 등록금 부담을 줄이기 위해 많은 대학이 등록금 분할납부제도를 시행하고 있으나, 일부 대학이 분할납부 최종회차 납입까지 재학증명서를 발급해 주지 않는 횡포를 부리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고 밝힌 바 있다.

덧붙여 윤 의원은 “지극히 대학 측의 이기적 발상으로 등록금이 완납되지 않았다고 해서 수강신청도 하고, 실제 학교에서 수업도 듣는 학생에게 재학증명서 발급을 못해 주겠다는 셈이다”라고 말하며 “이로 인해 재학증명서를 받지 못하는 학생은 장학금 신청, 취업을 위한 지원, 각종 대외활동 등에 제약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라고 강조했다. 따라서 등록금을 분할납부하는 학생은 학교의 학생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꼴이 되는 것이다.


교육부 ‘등록금 분납제한 꼼수’ 조사

이처럼 등록금 분할납부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와 개선 요구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교육부에서는 5월 중 전반적인 대학 등록금 실태 조사와 병행해 분할납부 실태를 점검할 예정이다.

이번 조사는 30여 개 대학을 임의로 선정해 교육부와 한국장학재단 관계자가 직접 방문해 조사하며, 각 대학이 대학정보공시에 제공한 정보와 실제 대학 운영의 차이를 조사하게 된다. 평가 항목은 전반적인 등록금 실태를 포함해 △각 대학이 지정한 분납 기간과 횟수의 실효성 △분납 시 재학증명서 발급 제한 △신입생들의 분할 납부 제한 등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이번 실태 조사를 통해 학생들이 불만을 갖는 사항에 대해 학교가 내세우는 기준의 타당성을 검토할 예정"이라며 “대학 교육역량강화사업의 평가 항목과 연계해 사업 요구에 반하는 감점 요인이 발견된다면 대학에 금전적인 불이익을 줄 예정이며, 평가 항목 이외에 권고사항이 있을 때는 학교에 시정조치를 요구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본교 ‘분할납부제 활성화 방안 검토 중’

본교 재무회계팀 조사결과에 따르면 2014년 1학기 등록자 12,890명 중 448명의 학생이 등록금 분할납부제를 이용하고 있었다. 이는 전체 학생의 3.47%로 미미한 수준이다. 또한 무작위로 선정한 본교 20명의 학생들에게 질문한 결과 학교 등록금 분할납부제에 대해 알고 있는 학생은 고작 2명으로 나타나 등록금 분할납부제에 대한 홍보가 필요함을 시사했다.

한편 우리 학교의 등록금 분할납부제는 장학금의 수혜여부와 상관없이 이용할 수 있다. 또한 분할납부 연체 시 지연납부신청서를 작성해 학생 스스로 납기일을 선택할 수 있어 개개인의 상황에 맞는 납부가 가능하다. 재무회계팀 박정진 팀원은 “학교제도가 학생들을 제적시키는 게 목적이 아닌 만큼 최대한 학생 편의를 개선해 등록하도록 유도하는 방향을 검토하고 있다.”며, “앞으로 학생들의 의견수렴과 피드백을 통해 등록금 분할납부제를 활성화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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