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교를 떠나갈 마당에 서서

  이번 재건되고 처음으로 숭실의 문을 나서게 된 121명의 새 학사님들 가운데는 특히 여학생님 강순애(사학과) 문신옥(영문과) 김준수(영문과) 이명원(사학과) 양의 네 학사님도 있어 이채를 띄우고 있는데 그들은 4년간의 학창 생활, 더욱이 수적으로 절대다수인 남학생 틈에서 걸어온 과거의 가지가지의 감회와 떠나가는 심경 그리고 앞으로의 희망을 각기 다른 입장에서 말하고 있는데 여학생님들의 말을 들어보면 다음과 같다.

 

  후배들에게 미안하다
  이명원

  진리 위에 건설하고 진리에 순하였다 다시 진리에 재건된 60년의 찬란한 전통을 간직하고 정의의 이념 밑에 진선미성(眞善美聖)의 아름다움이 자라고 있는 숭대의 주인이 된지도 벌써 4년, 지난날을 더듬어볼 때 사라진 추억만이 새롭다. 그리스도의 반석 위에 세운 대숭실의 사랑 밑에 지선과 심신을 연마하려고 잔뼈를 굵게 해준 이 교정을 떠나야 할 지금 나는 사랑하는 숭대에 무엇을 했으며 무엇을 남기고 갈 것인가. 훌륭하신 교수님들을 모시고 대숭실의 일관한 정신인 “죽으나 사나 내몸에서 그리스도로 하여금 존귀케 하겠다”(빌 20)는 위대한 정신을 배웠고 선배들의 굳은 절개를 본받아 재생된 모교를 찬란히 발전시키려고 애써본 것뿐 이제 이렇다할 아무것도 신통한 것 없이 문을 나서야 함에 있어 후배에게 미안한 마음과 자신의 무한한 회의를 느낄 뿐이다.

  <중략>

  이별을 앞두고 사랑하는 후배들에게 나의 심중의 한 토막을 남기니 아무쪼록 대숭실의 발전에 이바지하며 숭실의 기본 정신에 순사하며 숭실의 사명의 중대함을 통절히 느끼기를 바란다. 이것이 곧 모교를 사랑하는 마음이요 겨레와 민족을 구하는 최첨단의 길인 것이다.

  마지막으로 영재하신 선배들과 일심성의로 노력하시는 여러 교수님들의 은덕에 감복하여 최고학과를 마치고 이곳을 떠난 후에도 계속 지도와 애호를 앙망하면서 학장님 부학장님을 비롯한 여러 교수님과 후배들의 건강을 빌며 모교의 발전을 기도하면서 이만 붓을 놓기로 하겠다.(사학과)

 

  공학 반대도 하였었다
  문신옥

  무술년 신춘을 맞이하여 졸업이라는 새로운 환경의 전환을 가지게 될 때 희망에 불타는 감정보다도 희비쌍곡의 감정과 불안감을 가지게 됩니다.

  이제 지나간 학창생활을 회상하여 볼 때 진리를 탐구하기 위하여 남녀공학이라는 학교 제도 밑에서 여학교에서 마음껏 활기 띄고 자라난 여성으로써 처음으로 이성들과 자리를 같이 하여 강의를 받을 때의 불안과 경계심에 가득 찼던 수강시간, 그리고 매에 쫓긴 닭 모양으로 남학생들이 없는 뒤 구석을 찾아다니며 여학생들끼리 모여 앉아 이구동성으로 남녀공학의 교육제도를 반대하든 점심시간 등.

  <중략>

  교문을 떠난 후에도 숭실의 전통을 살리기 위하여 역사적인 사명을 망각지 않고 어지러운 사회를 바로 잡는데 도울 수 있는 사람이 되고자 하오니 여러 선생님들의 끊임없는 애호와 편달을 바라며 숭실의 문을 떠납니다.(영문과)


  1958년 3월 4일 속간 제 6호 4면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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