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소수자 잡지 출판·동성애 축제·정동아리 인준에 이어… 성소수자 연합 동아리 출범

  동성애 동아리 모인 ‘대학가 성소수자 연합’

  지난 1월 서울대, 서강대, 이화여대, 카이스트 등 전국 18개 대학 성소수자 동아리가 참여한 대학성소수자모임연대 ‘큐브(QUV, Queer University)’가 출범했다. 이들은 사회에 이어 대학에서까지 성소수자 혐오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는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성소수자 권익 옹호 △인권 운동 강화 △적극적 발언을 위해 뜻을 모았다. 과거 대학가의 성소수자 모임이 음지에서 친목 중심으로 이뤄졌던 것과 비교해 볼 때 크게 변화한 것이다. ‘큐브’ 관계자는 지난 10일(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동성애 혐오증에 적극 대처하기 위해 외부에 우리 뜻을 널리 알리려는 취지로 모였다.”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성소수자 모임에 인력·재정적 측면에서 도움을 줄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동아리로 자리 잡은 성소수자 모임

  1990년대 말부터 비공식 소모임으로 이뤄졌던 각 대학의 성소수자 동아리는 최근 들어 정식 동아리로 인가받는 추세다. 서울 주요대학 중 성소수자 동아리가 정식 동아리로 자리하고 있는 곳은 △고려대 ‘사람과 사람’ △서울대 ‘큐이즈’ △연세대 ‘컴투게더’ △이화여대 ‘변태소녀 하늘을 날다’로 모두 네 곳이다. 아직 정식 동아리로 자리하지 못한 서강대 ‘춤추는Q’와 중앙대 ‘레인보우피쉬’ 또한 중앙동아리 인준을 목표로 활동 중이다.

  고려대의 성소수자 동아리 ‘사람과 사람’은 지난 2003년 중앙동아리로 공식 인준됐으며, 1995년 4월 ‘마음 001’이라는 이름으로 시작된 서울대 ‘큐이즈’는 1999년부터 중앙동아리로 활동해왔다. 1995년 10월 탄생한 연세대의 ‘컴투게더’는 지난 2007년, 그리고 이화여대 성소수자 동아리 ‘변태소녀 하늘을 날다’는 2002년 학내 정식 자치단위로 인정받아 중앙동아리로 활동하고 있다.

  서강대 성소수자 동아리 ‘춤추는Q’는 대표 사이트에서 “2013년 1월부터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 우리는 현재 학내 특별자치기구로서 인준받는 것을 목표로 서강대 구성원뿐만 아니라 교외 다양한 퀴어 공동체와의 교류와 친목을 위한 자리를 마련하려 한다.”며 설립 목적을 밝혔다. 중앙대의 ‘레인보우피쉬’ 또한 지난해 9월 26일(월) 대표 페이스북을 통해 “드디어 동아리 등록을 위한 준비를 끝마쳤다.”며 “학내 공식 기구로 학우들을 마주할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기대감을 드러낸 바 있다. 비록 전동대회 결과 찬성 수 미달로 중앙동아리 인준은 부결됐지만 그들의 목표와 노력을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동성애 혐오’ 사회 인식을 바꾸다

  일부 성소수자 동아리는 여러 노력을 통해 사회의 인식 개선을 촉구하고 있다. 대표적인 활동으로는 서울대 ‘큐이즈’의 〈퀴어, 플라이〉라는 잡지와 이화여대 ‘변태소녀 하늘을 날다’의 의 ‘레즈비언 문화제’를 꼽을 수 있으며, 이 외에도 고려대 ‘사람과 사람’에서 2000년부터 출판하고 있는 〈퀴어가이드〉와 중앙대 ‘레인보우피쉬’의 ‘LGBT(Lesbian·Gay·Bisexual·Transgender) 영화제’ 등 활발한 노력이 이뤄지고 있다.

  서울대 성소수자 동아리 ‘큐이즈’가 2006년부터 출판해 온 잡지 〈퀴어, 플라이〉는 현재 한 번에 출판하는 부수가 2천여 장에 이를 정도로 학우들의 관심이 높다. 이화여대 ‘변태소녀 하늘을 날다’ 또한 지난 10년 간 꾸준히 ‘레즈비언 문화제’를 개최하고 있다. 지난해 열린 문화제 ‘Marry Me’의 여는 글에서 그들은 “우리의 미래에 각자가 꿈꾸는 가족이 있기를, 우리의 정체성이 상처가 되지 않는 미래이기를, 그 가족과 행복하게 살 권리가 우리에게 있기를, 여럿이 아닌 혼자서 멋지게 살 권리도 역시 있기를.”이라며 문화제를 여는 목적과 그들의 바람을 드러냈다. 이러한 대학가 성소수자 동아리들의 노력에 따라 학생들의 인식도 점차 변화하고 있다. 지난 2012년 9월 11일(화) 출간된 연세대 교내 영문지 ‘애널스(annals)’가 학부 재학생 1002명을 대상으로 ‘동성애에 대한 인식’을 조사한 결과, 전체 응답자 중 87.3%가 “동성애를 인정한다”고 답했으며 동성 간의 결혼에 대해서도 전체 응답자의 58.02%가 “긍정적”이라고 답했다. 또한 ‘레즈비언 문화제’를 열고 있는 이대 ‘변태소녀 하늘을 날다’는 지난 2012년 9월 12일(수)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에서 “과거 ‘레즈비언 문화제’를 열 때마다 신촌 지역에 위치한 교회들에서 ‘이대를 구원하자’는 운동이 일어날 정도로 사회의 인식이 좋지 않았다.”면서도 “요즘은 참여를 원하는 학생들도 많아졌고, 문화제를 기다리는 사람들과 함께 즐기려는 사람들도 많아져 긍정적인 사회 시선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느낀다”고 전했다.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학생들

  성소수자 동아리의 노력에 따라 점차적으로 학생들의 인식 개선이 이뤄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캠퍼스에는 여전히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학생들이 남아 있다. 동성애에 반감을 가진 이들은 몇몇 성소수자 동아리들이 붙인 현수막과 대자보를 없애거나 훼손시키는 등 문제를 낳고 있다.

  입학 시즌을 맞아 지난 2월과 3월, 성소수자 동아리들은 홍보와 동아리원 모집을 위해 현수막과 대자보 등 각종 홍보물을 부착했다. 하지만 지난달 24일(월) 이화여대 ‘변태소녀 하늘을 날다’에서 캠퍼스에 붙인 현수막 2개가 없어졌으며, 이어 25일(화)에는 고려대 성소수자 동아리 ‘사람과 사람’이 학생회관에 부착한 현수막이 사라진 바 있다. 또한 지난 4일(화) 서강대 K관과 로욜라 언덕 사이에 부착됐던 서강대 ‘춤추는Q’의 대자보 10장이 없어지는  일도 있었다. 특히 ‘변태소녀 하늘을 날다’에서는 현수막 도난 사건에 대해 “혹시 여기 있던 ○○○ 못 보셨어요?”라는 대응 자보를 부착했지만 이 또한 훼손됐다. 이에 ‘변태소녀 하늘을 날다’에서는 공식 블로그를 통해 “학내 정식 자치단위이자 성소수자 인권운동모임이 절차에 맞게 게시한 현수막을 임의로 뗀 것은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폭력”이라며 정식 사과를 요청하기도 했다.

 

  본교 학생들의 인식은 ‘노란불’

  본지의 조사 결과 본교 학생들의 동성애에 대한 인식은 절반으로 나뉘었다.

  본지는 핫이슈 코너를 통해 “동성애에 대한 당신의 생각은?”이라는 질문으로 지난 18일(화)부터 4일간 스티커 부착 방식으로 설문을 실시했다. 총 386명의 학내 구성원들이 참여했으며, “긍정적이다”라는 문항에 170명(44%)이, “부정적이다”라는 문항에 170명(44%)이, 잘 모르겠다는 문항에 46명(12%)이 응답했다.

  “긍정적이다”를 택한 인문대 A학생은 “동성애는 개인의 권리이고 그들이 택한 권리를 사람들이 반대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며 “동성애를 반대하는 사람들은 동성과의 관계에서 성병의 위험을 언급하곤 하는데, 사실 그건 이성과의 관계에서도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다.”고 답했다. “잘 모르겠다”를 택한 사회대 B학생은 “인정은 할 수있지만 이해는 못 하겠다.”며 “바로 내 주위에도 성소수자가 있을 수 있겠지만 아직은 나와 먼 이야기라는 생각만 든다.”고 전했다.

저작권자 © 숭대시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