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목) 오전 10시, <숭대시보>, <숭실타임즈>, <SSBS>, <SIZEN net>의 학생기자·방송국원 20여 명이 한헌수 총장님과 함께하는 시간을 가졌다. 총장님의 교육 철학부터 재단 통합에 관한 궁금증, 그리고 학우들을 위한 조언까지. 1년여 동안 우리대학을 이끌어온 한헌수 총장님께 직접 숭실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자.

 

  숭실의 교육철학을 학생들이 알아줬으면

  학생들이 우리 대학에 입학했으면 숭실이 어떤 대학이며 어떤 교육을 시키고자 하는지, 또 추구하는 인재상은 무엇인지, 학생들에게 충분히 설명하고 함께 공유하고 싶은데 지금까지는 그렇지 못했던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 우리대학의 교육 목표와 여러분이 얻어가려는 것들 사이에 괴리가 생겨 서로가 너무 멀어졌죠. 저는 우리 대학이 교육목표를 달성하는데 실패한 것이 아닌가 생각을 하곤 합니다. 때문에 학생들과 만날 기회를 넓히고 숭실이 추구하는 교육이 무엇인가를 알리고 싶은 생각이 간절했습니다. 오늘 언론국 학생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이유도 바로 소통 때문이에요. 학생들에게 숭실이 가르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가. 숭실의 비젼은 무엇인가. 숭실이 키우고자 하는 인재상은 무엇인가에 대해 직접 말해주고 싶었어요. 평생을 좌우할 인생의 황금기 4년을 우리 대학에서 보내고 있는 학생들이 진정으로 숭실의 교육철학을 이해한다면 학교에 대한 자부심이 생기고 캠퍼스에서 보내는 하루하루가 훨씬 보람될 것입니다. 수업을 듣는 태도도 달라지겠죠. 이런 것들은 강요한다고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우리 숭실은 통일시대를 이끌어 갈 창의적 지도자를 키우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제가 총장이 되자마자 처음으로 한 생각도 ‘통일 시대를 준비하자.’였고요. 그러려면 소통의 능력과 통합의 능력, 창의력을 갖춘 여러분들이 될 수 있도록 교육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작년 1년 동안 부지런히 준비해서 교양과정을 개편한 거예요. 통일시대의 창의적 지도자 육성이라는 기본적인 가치관 안에서 교육과정을 만들었고, 2014학년도 입학자부터 적용하도록 했습니다. 또 교양과정 개편에 이어 전공과목에서도 창의성과 통합의 능력을 기를 수 있도록 연구를 계속하고 있어요. 전공과목을 강의하는 교수님들도 주기적으로 새로운 교수법에 대해 배우고 연구하도록 하고 있죠. 이러한 과정을 통해 통일시대에 필요한 창의적 지도자를 키울 수 있는 교육제도를 완성하는 것이 저의 최종적인 목표입니다.  

 

  2020년을 돌파할 경쟁력을 확보하라

  우리나라에서 저출산이 고착화되면서 이제 대학 정원을 조정해야 할 시기가 됐다고 생각해요. 현재 56만 명 정도에 이르는 고등학교 졸업자 수가 2023년도에는 40만 명까지 줄어들 것으로 예측됩니다. 따라서 우리 대학도 그 시대를 대비해야합니다. 현재 38만 명 정도인 4년제 대학 정원과 16만 명 정도의 2년제 대학정원을 합치면 대학 정원만 54만 명에 달합니다. 그렇다고 고등학교 졸업자가 모두 대학에 오는 것도 아니죠. 이미 정원을 못 채우는 대학들이 많다는 사실은 모두 알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또 한 가지 고려해야 할 점은 진학률입니다. 현재 2만 5천 달러 정도인 우리나라 국민소득이 4만 달러 정도까지 상승하면 대학 진학률이 50%미만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측됩니다. 지금의 미국과 일본이 그렇죠. 대학을 졸업하지 않아도 생활에 지장이 없으니 구태여 대학에 갈 필요가 없어지는 것입니다. 대학 입장에서 보면 위기죠. 현재까지는 학생들을 선발하던 입장에 있었는데 이제는 학생들을 유치해야 하는 상황이 오고 있습니다. 벌써 일부 대학들에게는 현실이 됐죠.

  우리 대학도 이에 대비해 구조조정을 진행 중입니다. 구조조정은 두 가지 원칙을 가지고 진행 중인데요. 첫 번째는 경쟁력 확보입니다. 미래에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새로운 학과들을 창출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미래에 있을 수요를 미리 예측하고 관련학과를 만드는 일이죠. 미래사회의 리더를 키워낼 수 있는 학과를 창출해내는 것은 매우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또 하나는 자립이 가능한 학과예요. 교육의 질을 보장할 수 있도록 일정한 학생 수가 유지되는 학과를 확보해야죠. 학생이 입학하지 않는 학과를 계속해서 운영하기는 힘든 상황이에요. 어떻게 보면 이것도 미래의 수요와 관련이 있습니다. 미래 사회와 거리가 먼 학과들에는 학생들이 점점 줄어들 테니까요.

  이 두 가지 원칙을 중심으로 구조조정을 준비하되 현재 우리가 가지고 있는 학과들도 무시할 수는 없습니다. 따라서 현재 우리 학교의 학과들과 이 두 가지 원칙을 고려해 볼 때 앞으로 4개의 분야와 관련된 학과들이 우리대학에서 핵심적인 위치를 차지할 것 같아요. 먼저 우리나라는 수출로 사는 나라이기 때문에 뭔가를 만들어야 합니다. 그렇다면 이공계가 중요할 수밖에 없죠. 다음으로는 통상계열입니다. 만들었으면 잘 팔아야겠죠. 복지와 문화 부문도 당연히 중요합니다. 미래사회가 복지와 문화사회가 될 것이라는 점은 명확하니까요.

  이처럼 두 가지 원칙에 현재 우리가 보유한 학과들을 결합시키고 4가지 영역에 대한 교육을 잘 준비한다면 자연스럽게 구조조정이 이뤄질 것이라고 생각하고 특성화도 이룰 수 있을 것입니다.

 

  재단 통합 논의에 대해

  처음 백병원 재단과의 통합에 대해 생각한 계기는 우리 대학의 인재상과 관련이 있어요. 아까 말했듯이 숭실은 현재 통일시대를 이끌어갈 창의적 지도자를 인재상으로 내걸었습니다. 현재 우리 대학은 평양이, 즉 통일이 숭실을 크게 발전시킬 수 있게 해주는 기회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런데 우리와 같은 꿈을 꾸고 있는 곳이 백병원이에요. 백병원의 의료부분과 우리학교의 IT, 복지, 벤처 등의 분야는 통일시대를 이끌어
가는데 꼭 필요한 분야입니다. 그래서 백병원 재단과의 통합을 조심스럽게 검토하고 있는 것입니다.     

  또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어쩔 수 없이 돈이라는 것이 매우 중요해요. 대학들이 ‘돈돈돈’하는 것도 어쩔 수가 없어요. 대학은 소비기관이거든요. 게다가 우리 학교는 등록금 의존율이 70%정도에요. 비교적 높은 수치죠. 그러다 보니 백병원 재단과의 통합이 우리의 재정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조심스럽게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제 막 큰 틀에서 백병원과 우리가 서로의 뜻이 같음을 확인한 것이고, 실질적인 통합까지는 갈 길이 아주 멀어요. 가다가 멈출 수도 있죠. 재단 통합은 여유를 갖고 긴 시간동안 고민하고 준비해야 할 일입니다.

 

  재정여건 개선을 위한 다각도의 노력 중

  우리 대학의 재정에 대해 걱정이 많은데 재단이나 학교 차원에서 다각도로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5억 원 정도에 불과하던 재단 전입금도 29억 원으로 늘어날 만큼 재단에서도 애써주고 있고요. 동문들의 기부금도 많이 늘었어요. 평균 30억 정도였던 발전기금이 작년에는 105억 원을 넘어 처음으로 100억을 돌파했고 올해도 두달 정도의 기간동안 17억 정도가 모였습니다. 재단, 학교, 동문이 하나되어 재정적인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대비하고 있으니 학생 여러분들은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재건 60주년, 용서와 미래의 좌표를 향해

  올해는 특별한 해예요. 숭실재건 60주년이 되는 해죠. 4월 6일(일)부터 10월 10일(금)까지의 행사 일정을 만들고 있습니다. 행사는 크게 세 가지 모토를 가지고 진행할 예정이에요.

  먼저 화해와 용서입니다. 일제는 1938년도에 우리학교를 문 닫게 했습니다. 숭실은 ‘신사참배’라는 말만 들어도 치를 떨어요. 신사참배 때문에 학교 문을 닫았으니까요. 우리는 신사참배의 가장 큰 피해자입니다. 그래서 올해 일본에게 사과를 받으려고 해요. 자신들이 저지른 만행에 대해 인정하고 사죄하는 사람을 일본에서 찾고 숭실에 초청해 사과를 요구할 생각입니다. 그리고 용서의 시간도 가질 것입니다. 우리 숭실이 용서를 하는 것이죠.

  두 번째는 통일사명의 완수입니다. 통일을 준비하며 통일시대를 이끌어갈 지도자를 육성하는 것이야말로 평양에 뿌리를 둔 숭실의 사명임은 두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통일, 그 이후의 숭실의 좌표입니다. 통일시대의 리더로서 이제는 세계의 중심으로 당당히 나가자는 목표입니다. 방향을 잃은 나라에는 미래가 없는 것처럼 대학도 마찬가지입니다. 평양숭실은 1897년 개교 이후 1938년 신사참배거부로 인한 자진폐교까지 약 40년 동안 찬란한 결과를 남겼습니다. 이제 재건 60주년은 맞이한 서울숭실은 그동안 무엇을 남겼는가에 대해 고민하고 그 고민들을 토대로 향후 60년, 향후 100년을 또 어떻게 나아가야 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합니다. 

 

  학생들에게 전하고 싶은말 

  예전에 어윤배 총장님이 입학식 때 했던 말이 깊은 인상을 줬어요. 세 가지 키워드를 가지고 신입생들에게 조언을 했는데 첫 번째는 ‘aim high’ 입니다. 숭실의 여러분들은 높은 곳을 봤으면 좋겠습니다. ‘연봉을 얼만큼 받았으면 좋겠다.’ ‘취직을 어느 회사에 했으면 좋겠다.’보다는 ‘내가 세상을 바꿔 보겠다.’나 ‘어떤 삶을 살겠다.’그리고 ‘인류에 어떤 식으로 공헌하겠다.’처럼요. 큰 꿈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두 번째는 ‘look far’ 입니다. 큰 꿈을 이루려면 시간이 많이 걸려요. 학생들이 long term plan을 세웠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대학 다닐 때 나름대로 30세까지의 목표, 40세까지의 목표, 심지어 50세까지의 목표까지 모두 세웠어요. 그리고 거의 다 적중했죠. 여러분이 큰 꿈을 꾸기 시작하면 이런 long term plan들을 세울 수 있고 인생에서의 방향성을 잡을 수 있어요.
 
  마지막은 ‘act입’니다. 아무리 큰 꿈을 꾸고 계획을 세워도 실행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아닙니다. 꿈을 이루기 위해 희생해야 될 것들이 생기기 마련이지만 여러분들이 꾸고 있는 커다란 꿈이 간절하다면 그 희생들을 이겨낼 수 있을 것입니다. 숭실에서의 4년 동안 꼭 여러분의 꿈을 찾길 바랍니다. 우리 학생들은 꼭 모두 꿈을 가지고 졸업했으면 좋겠어요.
 
  여러분들이 가지고 있는 조급함을 저도 알고 있습니다. 저도 여러분들 나이 때에는 당장 눈앞에 있는 일이 성사되지 않으면 조급함을 느꼈어요. 그런데 지금 와서 생각해 보니 그 시절 고민했던 문제 중에 내 삶에 큰 영향을 준 것이 하나도 없어요. 큰 꿈을 가지면 작은 문제들이 작게 보이게 될 것입니다. 큰 문제들도 작게 볼 수 있는 시야가 생겨요. 큰 꿈을 가지세요. 지금의 어려움을 자연스럽게 극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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