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땅에 평화를, 할머니들께 명예와 인권을!

 

“기억되지 않는 역사는 되풀이된다.” 여기 아직 제대로 청산되지 못한, 그리고 기억에서도 지워지고 있는 우리의 아픈 역사를 위해 모인 이들이 있다. 과거로부터 가장 큰 아픔을 겪어 온 위안부 할머니들의 명예와 인권을 위해, 온갖 망언을 쏟아내며 우경화로 내달리는 일본의 사죄를 받기 위해 2014 평화 나비 콘서트에 모여든 수백의 대학생들, 그 현장을 함께했다.

 

  옛날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이야기…할머니의 할머니…아득한 먼 곳의 이야기…

  꽃 할머니가 13살 무렵이었다. 일본이 나라를 지배하고 있었고 나라 밖에서는 전쟁이 벌어지고 있었다. 그날도 꽃 할머니는 언니와 함께 나무를 캐러 나갔다. 멀리서 커다란 트럭이 다가왔다. 군인들이 차에서 내리더니 꽃 할머니를 발로 차버리고 언니의 머리채를 잡아끌어 차에 태웠다. “언니야 ” 부르며 울자 군인들은 꽃 할머니도 차에 주워 올려 버렸다. 차에서 내려 배로 옮겨 태워졌다. 가판 위로 군인들이 왔다갔다 했다. 배 아래층에는 여자들이 20명쯤 더 있었다. 밤낮으로 간 지 얼마나 됐을까. 한쪽으로 강이 흐르고, 산비탈에는 막사가 있었다. 막사에는 작은 방이 칸칸이 들어 있었다. 무서워서 아무도 밖으로 나가지 못했다. 꽃 할머니는 그곳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지 못했다. 방문 앞에 군인들이 줄을 섰다. 하나가 들어왔다 나가고 또 하나가 들어왔다 나가고, 하루에도 몇 명인지 셀 수도 없었다. 13살 꽃 할머니의 아랫배가 피로 물들었다.

  김복동 할머니 : 진실로 이렇게 빨리 많은 나비들이 날아올 줄은 생각도 못했습니다. 다른 나라에도 우리들과 같이 당한 할머니들이 있어요. 방방곡곡에 숨어있는 그들의 나비가 되기 위해서 제가 다니면 참 반응이 좋아요. 지금은 각 나라에서도 나비가 많이 날고 있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여러분들이 이렇게 많이 와 주셔서 참으로 고맙습니다. 일본 정부가 자기들의 잘못을 뉘우치고 사죄해 주면 좋겠고, 우리 정부도 서로가 화합해서 남북통일이 되어 전쟁 없는 나라, 다시는 우리에게 생겼던 일이 이 땅에 없도록 평화의 나라가 돼서 여러분들의 후손은 마음놓고 공부해 이 나라의 기둥이 돼 줬으면 좋겠습니다.

  길원옥 할머니 : 여러분들 지금도 학교 다니느라 바쁠 텐데 이렇게 와 주셔서 고맙습니다. 학교에서 공부를 하는 것도 좋지만 저희들이 말하는 것을 듣는 것도 좋을 거예요. 여러분들 고맙습니다. 전쟁 없는 나라 평화의 나라가 됐으면 좋겠다는 것 밖에 말씀드릴 게 없어요. 전쟁 있는 나라에서는 우리 같은 사람이 생기지 말란 법이 없거든요. 우리 같은 사람이 안 생기려면 전쟁이 없어야 하니까 전쟁 없는 평화의 나라가 돼서 앞으로 여러분들은 저희 같은 아픔 없이, 편안한 좋은 세상에서만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나비들이 훨훨 날아서 다시는 우리들 같이 괴로운 사람들이 없고, 우리도 하루빨리 이 문제에서 해방이 되도록 해 줬으면 좋겠습니다.

 

  총성과 핏자국이 넘쳐나는 전쟁은 이미 과거의 일이 된 듯했다. 시간이 흘러 사람들은 점차 전쟁의 참혹함을 잊어 갔고 폐허가 됐던 곳에는 다시금 풀이 자라났다. 비어버린 땅에는 건물이 들어섰고 누군가의 딸이었을 소녀들은 어느덧 할머니가 됐다. 세상은 너무나 평화로워 보였다. 거대한 역사와 시간의 흐름은 과거의 아픔을 모두 잠재운 것 같았다. 하지만 전쟁의 상흔으로 고통받던 소녀들은 아직 해방을 맞지 못하였고, 할머니들의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지나간 일에 대해 아직도 공식적인 사죄와 배상을 받지 못해 할머니들은 천 번이 넘게 수요일마다 일본대사관 앞에서 외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사죄하라 법적 배상 실시하라.”

  그러나 일본은 또다시 제국주의적 야욕을 드러내며 망언을 서슴지 않고 있다. 지난 역사를 부정하고 할머니들을 비하하고 폄하하고 있다. 침략전쟁을 미화하고 새로운 전쟁을 준비하고 있다. 일본 평화 헌법 해석을 바꿔 집단적 자위권을 허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줄곧 견지하고 있으며 A급 전쟁 범죄자의 위패가 안치되어 있는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통해 이 의지를 천명했다.

  또한 한국 정부는 이것이 일본 정부가 선택할 문제라며 손놓고 이를 지켜보고만 있다. 일본 정부의 사죄를 촉구하고 할머니들의 아픔을 어루만져야 함에도 불구하고 친일세력을 미화하여 논란이 된 교학사 교과서를 버젓이 검정하였다. 이제 과거는 잊고 미래로 나아가야 한다는 발언으로 피해입고 고통받은 할머니들을 외면하고 있다. 이제는 우리가 나설 때이다.


  대학생 평화선언
  우리는 다음과 같이 선언한다.
  하나.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기에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우리 대학생들은 함께 하겠습니다.
  하나. 역사를 기억하는 것을 넘어, 정의로운 역사를 만들어 갈 수 있도록 시대를 밝히는 행동하는 지성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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